[하이빔]대선 후보들의 모빌리티 공약, 다른 점은?

입력 2022년02월20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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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후보 철학 따라 모빌리티 정책 조금씩 달라

 대선 후보 간의 정책 경쟁이 뜨겁다. 2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각 부문별 정책 공약이 쏟아지는 가운데 완성차를 포함한 모빌리티 업계는 각 후보들이 내놓는 관련 정책을 주목하고 있다.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느나에 따라 자동차를 보유한 개인은 물론 운송 및 제조 사업자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중앙선관위 및 각 정당 홈페이지에 게재된 대선공약을 살펴보면 모빌리티는 "교통" 및 "기후변화" 정책의 하위 개념에 많이 포함돼 있다. 결국 후보들의 초점은 이동 수단이 이동할 때 필요한 에너지 전환에 관심을 두었을 뿐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후보별 모빌리티 정책을 살펴보면 먼저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전기차 보조금 대폭 확대와 촘촘한 충전 인프라 확충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제조사의 친환경차 생산을 촉진하고 사업용 차의 전동화 속도를 높인다는 방안이다. 결국 수송 부문의 에너지를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바꿔 탄소 중립으로 가겠다는 뜻이다. 이 부문에선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심 후보는 기후위기 시대에 교통정책 전면 전환을 예고하면서 버스 공영제 중심의 공공교통체계 확립 및 내연기관 자동차의 감축을 내걸었다. 줄어드는 개별 교통수단(자동차)의 대체로 철도 중심의 광역교통망을 확대하겠다는 시각을 견지했다.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 또한 전기차 충전 요금의 5년 동결을 약속했다. 또한 주유소 및 LPG충전소의 규제를 풀어 수소 전기차의 충전도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외 소소한 공약으로 택시 운전자 보호 칸막이 설치 및 법인 소유 슈퍼카의 번호판 색상 차별도 내걸었다. 이륜차의 전면 번호판 부착 의무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부분 공약은 전동화에 초점이 맞추어진 셈이다. 

 그러자 정작 모빌리티 업계에선 걱정이 나오고 있다. 각 후보들의 정책 자체가 모빌리티 이해 당자사의 첨예한 갈등에선 한발 물러나 있는 탓이다. 일례로 택시 문제 해결 없이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의 진입은 불가능하고 도심 교통정체 해소 방안으로 추진되는 단거리 도심 항공 이동(UAM) 또한 기존 교통사업자 반대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 나아가 화물차 1대만 사람이 운전하고 나머지 여러 대는 자동으로 따라가는 플래투닝(군집주행) 운행도 기술은 상용화에 근접했지만 화물운전자 일자리 문제가 제기되며 향후 행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실 모빌리티(Mobility)는 단순한 개념이 결코 아니다. 모빌리티 정책에 따라 이동에 필요한 이동 수단, 이동 방식, 이동 경로의 사업 방향이 전면 수정될 수 있어서다. 현재 각 후보들의 모빌리티 관점은 대부분 이동 수단, 그 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높은 "자동차"라는 물건의 에너지 전환에 한정돼 있다. 하지만 내연기관의 장벽이 낮아지면서 자동차 뿐 아니라 다양한 이동 수단이 등장하는 중이며 이들은 전통적 개념의 자동차로 운송 사업을 해왔던 교통 사업자와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나아가 자동차에 지능을 넣어 운전자 역할을 배제하려는 움직임도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며 이동에 있어 차별이 없는 유니버설 모빌리티 의무화도 시도되고 있다. 모빌리티 부문은 A에서 B까지 이동하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인데 반해 정책은 대부분 "교통과 자동차"의 협의의 개념에서 접근해 우려를 낳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생존 조건을 흔히 "의식주(衣食住)"로 규정한다. 그런데 의식주를 해결하려면 반드시 이동이 전제돼야 한다. 그리고 이동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다양한 이동 수단이 필요하고, 이들이 편하게 오가는 다양한 경로가 있어야 하며, 각 경로를 통해 이동할 때 어떤 이동 수단이 적절한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모든 관심은 자동차라는 대표적인 이동 수단에 필요한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것에 집중돼 있는데 사실 이 문제는 에너지 정책의 하위 항목일 뿐 모빌리티로 표현되는 교통 부문과 관계가 없다. 일례로 음식을 시킬 때 IT 기반의 플랫폼을 활용하는데 정작 그 음식이 배달되는 운송 수단의 제약과 갈등에는 시선을 두지 않는 것과 같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택시의 대중교통 체계 편입이 모빌리티 업계 내에선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에 등록된 25만대 가운데 원하는 사람에 한해 대중교통으로 편입시키되 매월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방안이다. 물론 편입되는 즉시 보유한 면허 거래는 중지되고 일정 연령이 되면 운전을 할 수 없으며 해당 면허는 폐지된다. 반면 대중교통에 들어가지 않는 민간 택시에는 요금 자율권을 부여, 다양한 서비스가 발전되도록 하는 방안이다. 택시 업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선택은 어디까지나 사업자 몫이어서 택시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물론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IT 기반의 디지털 미래 모빌리티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갈등이 첨예한 교통 사업자 간 영역 허물기가 시도돼야 한다. 그리고 이런 험난한 길을 누가 걸을 것인가? 모빌리티 업계가 대선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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