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국내 적정대수는 몇 대인가
-지역별로 편차 일률 적용 어려워
우리나라에는 2022년 현재 약 25만대의 택시가 등록돼 있다. 그러나 말 그대로 "등록"이 됐을 뿐 운행하지 않는 차도 많다. 운행 주체가 사람인 탓에 운전자가 없거나 고령화 등으로 멈춰 선 차가 은근 많아서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급이 넘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특정 시간 대에는 부족 현상이 벌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 마디로 공급의 균형과 불균형 편차가 큰 셈이다. 그리고 이용자는 공급이 부족할 때 불편함을 경험하며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진입을 요구하는데, 이때마다 택시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택시 업계의 주장이 고개를 들면서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여기서 짚어볼 문제는 "택시의 정상화"가 대체 무엇이냐는 것이다. 사람을 구하지 못해 마냥 서 있는 택시가 도로에서 운행될 수 있도록 근로 여건을 개선해 주는 것이 정상화인지, 아니면 공급이 부족할 때도 여전히 "부제"로 묶여 운행하지 못하는 개인택시 부제를 없애는 것이 정상화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제도가 원인이 아니라 택시 업계 내부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라 정부가 개입할 틈이 별로 없다. 개인택시는 코로나19로 이용자가 줄어든 만큼 일하는 시간을 늘려서라도 소득을 만회하겠다는 요구를 내놓는 중이며 법인택시는 부제가 없어질 경우 택시 공급이 확대되는 것이어서 반대 진영에 서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택시 이용자가 줄어드니 개인과 법인 간 밥그릇 싸움은 엄청나게 치열하다. 이 사이에서 정부는 어느 한 쪽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입장이고 이는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런 갈등을 겪으며 모두가 동의하는 게 하나 있다. 기본적으로 택시가 너무 많다는 점에는 토를 달지 않는다. 그럼 왜 이렇게 많아졌을까? 택시는 면허 사업이어서 한번 발급된 면허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구조로 오랜 시간 자리잡았다. 달리 보면 "면허=재산" 개념이어서 설령 운행을 못해도 면허는 포기할 수 없는 법적 무형 자산인 셈이다. 그렇게 면허가 유지되는 사이 택시를 대체하는 교통 수단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택시의 수송분담율은 2019년 기준 2.8%에 머물 뿐이고 이동이 필요할 때 53.7%는 자가용을 선호하며 20.6%는 지하철이나 철도, 그리고 22.8%는 버스를 탄다.
그래서 정부가 도입한 것이 택시 총량제다. 전국에 등록된 택시 숫자를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되 차츰 줄여가는 방안이다. 그리고 총량제는 개인과 법인 모두가 동의했다. 둘 중 어느 한쪽이라도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밥그릇 싸움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을 스스로 초래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택시가 어려운 이유는 감차보다 이용자가 줄어드는 속도가 월등히 빨랐기 때문이다. 이용자는 가파르게 사라지는데 택시 등록 숫자는 그대로이고, 간혹 이용자가 일시적으로 늘어날 때는 그냥 "면허"로만 존재하는 택시 운행이 없으니 공급 부족이 벌어지는 현상이 반복됐다.
그런데 넘쳐 나는 택시 공급에도 고질적으로 부족한 곳이 꽤 있다. 새롭게 건설된 신도시 등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도시 건설로 인구가 단시간 늘어나면 택시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 해결 방안은 정부가 총량제 기준을 완화하는 것 외에는 없다. 그래서 결국 택시사업구역별 총량제 지침 일부 개정을 시도해 지역별 인구 이동을 감안한 면허대수 유지 방안을 결정했다. 인구 급증 지역의 고질적인 택시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인구는 새롭게 증가하는 게 아니라 어디선가 이주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신도시 인구 증가는 인근 다른 지역 인구 감소를 의미하는 만큼 줄어드는 도시는 택시도 감차돼야 정상이다. 하지만 한번 발급된 면허는 인구가 줄어도 그대로 남게 되고 이들 면허 보유자는 결국 생존권 보장을 외치게 된다. 택시 증가와 감소 이유가 인구수에서 기인하는데 증가만 있고 감소는 없다보니 총량제에도 불구하고 전체 등록은 오히려 늘어나는 방향으로 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최근 택시 업계 내에서 택시의 대중교통편입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한 마디로 택시 또한 국가 통제 하에 두자는 목소리인데 이를 위해선 전환에만 수 조원이 필요하다. 법인택시를 공영으로 운행할 경우 8시간 근무 규정을 지켜야 하는 탓에 운전자는 3명이 되고 이들의 임금을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 반면 이용자는 저렴한 비용으로 공영 택시를 이용할 수 있어 만족도는 오를 수 있다. 운전자도 임금이 보장되니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이득이다. 하지만 투입되는 예산만 10조원이 넘는 데다 설령 대중교통에 넣어도 엄청난 적자 운행이 불가피해 매년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선택제다. 개인이든 법인이든 사업자 스스로 판단해 대중교통 편입여부를 결정토록 하자는 아이디어다. 편입되면 보유한 면허의 거래는 즉시 정지되는 반면 매월 일정 급여 소득이 보장되고 정년 퇴직금도 지급된다. 공영이라는 점에서 이용자는 저렴한 요금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반면 편입되지 않으면 지금처럼 면허 거래도 할 수 있고 요금 및 차종 도입 제약도 없이 완전 자율화를 허용하면 된다. 한 마디로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경쟁과 차등화로 삼자는 방안이다. 요금 측면에선 민간이 공공을 이길 수 없는 만큼 민간 택시 서비스는 고급화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여기저기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의 신규 진입도 쉬워지게 된다. 어차피 택시 문제 해결 없이 미래 모빌리티 산업 전환을 이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검토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큰 틀에선 감차 보상에 예산을 사용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