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정책, 기름 값 충격 최소화로 바뀌어야
지난해 11월 정부가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단행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국민들의 어려움을 보편적으로 지원하는 배려 차원이다. 그런데 최근 국제 원유 가격이 오르며 유류세 인하 효과는커녕 인하 전보다 비싸졌다는 얘기가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오는 4월30일에 끝나는 유류세 인하 조치의 연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국민들의 부담은 계속 오를 수 있는 만큼 유류세를 국제 유가와 연동시키는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국제 유가는 배럴당 82달러 수준이었고 휘발유와 경유의 정유사 공급 가격은 ℓ당 각각 772원과 798원에 달했다. 그리고 ℓ당 629원 및 446원이 세금이 더해져 주유소에 공급됐고 소비자에게는 평균 1,803원(휘발유)과 1,601원(경유)에 판매됐다. 그러자 정부는 ℓ당 휘발유에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를 529원에서 423원으로, 경유는 375원에서 300원으로 20% 인하했고 지난해 12월 세금 인하 효과가 나타나 주유소 기준 평균 가격은 휘발유 1,667원, 경유 1,490원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하나 발견된다. 유류세가 내려가기 전 국제 유가는 두바이 기준으로 배럴당 82달러였지만 11월에는 73달러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정유사 공급 가격도 내려가야 하지만 오히려 공급가는 772원에서 792원(휘발유)으로 올랐다. 그럼에도 유류세 인하 효과가 반영돼 주유소 판매 가격이 내려갔고 소비자들은 표면적인 가격에만 관심을 둘 뿐 복잡한 가격 구조에는 별 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정유사 또한 떨어진 국제 유가를 반영했더라면 기름 값은 훨씬 더 내려갔을 것이란 뜻이다. 물론 정유사는 원유를 수개월 전에 사둔 것이어서 구입 당시 원가를 반영했다는 입장을 내놓겠지만 유류세 인하 및 국제 유가 하락에 때맞춰 공급 가격이 올랐다는 점은 그만큼 수익 극대화를 추구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국제유가는 평균 83달러로 다시 반등했고 2월에는 91달러로 높아졌다. 그러자 정유사 공급가격은 휘발유 890원, 경유는 937원으로 다시 올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최근 ℓ당 1,800원에 도달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류세의 탄력적 운용 주장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현재 국내 유류세는 국제 유가와 무관하게 기획재정부가 결정하는데 기본적으로 유가가 오르면 세금도 함께 올라 국민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다. 따라서 가파르게 오르면 정부가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일시적으로 내려 서민 부담을 완화시킨다. 그러다 시장이 안정되면 다시 세금을 높이는 방식이다. 반면 일본을 포함한 일부 국가는 유류세를 국제 유가와 자동 연동시켜 기름 값의 변동폭을 최소화하고 있다. 3개월 평균 국제 유가가 오르면 유류세가 자동으로 내려가고 다시 국제 유가가 안정되면 올라가는 구조인데, 유가 변동에 따라 즉시 인상 및 인하가 반영돼 국민들은 기름 값의 큰 변동을 체감하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도 꾸준히 유류세를 국제 유가와 연동시키자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기획재정부 등은 반대 입장을 펼쳐왔다. 정부의 주요 정책 수단 가운데 하나가 사라지는 게 달갑지 않았던 탓이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 시선을 사로잡는 부분은 유류세 인하와 기름 값 상승에 따른 이해 당사자들의 부담 차이다. 일반적으로 유류세가 내려가면 전 국민이 보편적으로 혜택을 본다. 반대로 기름 값이 올라도 모든 자동차 사용자들이 부담한다. 반면 정유사와 정부는 세금과 공급가격으로 눈치 작전을 펼친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도 공급 가격을 높인다. 내려가면 마찬가지로 반영을 한다. 그런데 정부가 유류세를 내리자 가끔은 정유사가 공급가를 높이기도 한다. 배럴당 82달러일 때 휘발유 공급가격이 772원인데 배럴당 73달러로 떨어졌을 때 792원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자동차회사가 전기차 보조금 액수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소비자는 최종 가격에 민감할 뿐 정유사 공급가격과 정부가 부과하는 유류세의 정확한 금액과 내용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아서다. 하지만 자동 조절되도록 만들면 정부와 정유사의 운신 폭이 좁아지되 소비자는 변동폭 최소화로 가계 경제 등이 안정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 유가가 오르자 이번에는 유류세 불똥이 전기차로도 옮겨붙고 있다. 내연기관 이용자는 유류세를 많이 부담하는데 전기차 이용자는 세금 없는 에너지 요금을 내고 있어서다. 어차피 도로를 이용하는 것은 휘발유차와 전기차가 다르지 않은데 기름에만 막대한 세금을 붙이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목소리다. 이에 따라 전기차가 사용하는 전기에도 전력세를 붙여야 한다는 얘기가 들려 온다. 그래야 전기차 제조사 또한 단위효율을 높이는데 주력하기 마련이다.
유류세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어서 정부도 가급적 제도를 건드리고 싶지 않겠지만 내연기관 등록대수가 줄고 전기차 비중이 늘어나면 개편은 불가피하다. 내연기관 배제로 감소할 유류세 부족의 보완 방법이 마땅히 않아서다. 따라서 이제는 기름 값 변동폭을 최소화하고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는 유류세 제도 개편이 논의될 시점이 아닌가 한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