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업체 900곳 이상 기하급수로 급증
-환경부, 시중 불량 제품 유통 적발 한계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요소수 대란이 벌어지기 전까지 국내에서 요소수를 만들거나 수입하는 곳은 66곳 정도였다. 그런데 요소수 부족이 벌어지자 해외에서 완제품을 수입하는 곳만 무려 800곳 이상이 늘었다. 국내 요소수 가격이 폭등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물론 요소수는 환경부의 품질검사를 거쳐야 판매할 수 있지만 통과만 하면 제품을 바꿔도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검사 때만 정상적인 요소수를 제출하는 일도 적지 않다는 게 관련 업계의 추측이다.
불량 요소수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나트륨(Na)과 황(S) 성분이다. 일부 요소수는 두 물질의 함량이 기준치를 월등히 초과해 오히려 질소산화물 저감 성능을 낮추기도 한다. 물론 전문가들은 시중에 유통되는 불량 요소수라 해도 단순히 1~2회 사용했다고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사용했을 때는 나트륨과 황이 촉매 안에서 고체 불순물로 남아 정화장치 고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게다가 황 성분은 기본적으로 정상 요소수에 없는 성분이어서 엄격한 관리가 요구되지만 워낙 수입사가 많은 탓에 정부로서도 사후 관리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불량 요소수를 잡아내기 어려운 이유는 매우 복잡한 성분의 정밀 분석 장비가 시험시설에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900여개에 달하는 요소수를 일일이 수거해 검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유사 휘발유 등을 단속할 때 이동 시험차가 운용되는 것처럼 요소수도 그렇게 하자는 아이디어가 있지만 측정 자체가 요소의 함량 정도만을 파악하는데 머물러 특정 성분 검출은 쉽지 않다.
그렇다보니 시중에선 포장지를 바꾸는 행위도 암암리에 벌어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미 들여온 제품을 유통시키기 위해 이름표를 바꿔 달면 의심이 크게 줄어들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은 포장재를 재수거하지만 방대한 물량을 모두 회수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독일처럼 한번 사용한 용기는 재사용이 어렵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이때는 특수 제작된 주입구를 장착하는 만큼 요소수 가격이 올라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기 마련이다.
결국 시중에 유통되는 불량 요소수 사용에 따른 정화장치 고장을 방지하기 위해선 소비자의 신중한 제품 선택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포장지에 기재된 표기다. 국내 요소수는 판매 때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 따라 "제조기준에 맞게 제조된 제품"이라는 내용이 필수적으로 기재돼야 한다. 하지만 일부 제품은 이런 내용이 누락돼 있다. 그럼에도 소비자가 제품 성분을 자세히 아는 것 자체는 불가능해 정부의 지속적인 샘플링 검사도 서둘러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적격이 아닌 제품은 최대한 퇴출시켜야 소비자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게다가 디젤차 배출가스 정화장치는 고장날 경우 교체 및 수리에만 적게는 수 백만원, 많게는 1~2,000만원의 비용이 수반되기도 한다. 요소수 사용 자체가 환경을 위한 소비자들의 의무적 선택인데 불량으로 정화장치가 고장을 일으킨다면 소비자로선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 셈이다.
제도적으로는 벌칙도 정해져 있다. 불량 요소수를 만들면 최소 1년에서 최장 7년의 징역 또는 1,000~1억원 사이 벌금이 부과된다. 그리고 불량임을 알면서도 사용한 소비자라면 200만원 이하 과태료도 부과된다. 하지만 지금의 문제는 불량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제품이 유통된다는 점에서 소비자가 곧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현재 제품의 불량 여부를 판단해 줄 곳은 정부 밖에 없는 만큼 역할 증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구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