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문제가 가능 여부 갈라
중국이 자율주행 택시 상용화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미국의 자율주행에 결코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에 따라 정부도 앞장서 자율택시 상용화를 재촉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 내에서 자율주행 택시가 시범 운행되는 도시는 수도인 베이징시를 비롯해 이미 10곳이 넘는다. 각 도시마다 바이두, 포니 등 10여 곳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기업이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물론 중국 또한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한국과 마찬가지로 시범 서비스는 사람 운전자가 탑승한다. 아울러 도심 내 일정 범위 안에 승하차 장소를 지정해 빠르게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연간 판매되는 2,600만대의 절반 수준을 부분 자율주행으로 바꾸고 사람 운전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은 2025년부터 일반 판매를 허용해 2030년에는 2,600만대의 20%인 520만대의 완전 자율주행이 운행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쉽게 보면 대도시 택시의 대부분을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이다. 택시 운전자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임에도 자율주행 택시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나아가 자치단체마다 자율주행 택시 육성도 적극적이다. 전용 번호판을 발급하고 사고 때는 자율주행시스템 개발사가 손해를 배상하도록 했다. 각 나라마다 사고 책임 논란이 벌어지는 중에 기업이 거부감을 가질 수 있는 제조사 책임을 명기한 것이다.
자율주행 기업도 책임을 주저하지 않는 모양새다. 바이두는 오히려 자율주행 택시 확대는 물론 자동차 개발 진행 상황 등을 상세히 밝히면서 책임도 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5개 도시에서 운행 중인 자율주행 택시의 사고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란 자신감이 배경이다. 이를 기반으로 2030년에는 100개 도시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운행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자율주행은 물류 부문도 진출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3월 설립된 "지두오토(JIDU Auto)‘는 2023년 자율주행 전기 화물트럭을 양산해 기업이 필요한 물건의 이동에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밖에 지방정부와 협력해 AI에 기반한 도시 정체 완화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때 기업은 자치단체로부터 AI 이용료를 받아 수익을 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미국도 자율주행 택시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다. 자율주행을 기존 사람 운전 자동차와 다른 영역으로 구분하고 운전자 보호 장치 등이 아예 필요 없도록 법제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구글은 애리조나 피닉스 이스트 밸리에서 운전자가 아예 없는 완전 자율주행 택시를 정식으로 운행 중이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이동 수단은 그냥 "자동으로 주행하는 탈 것"으로 명명하고 있다. 물론 한국도 자율주행 택시, 일명 로보택시 시범사업이 한창이다. 여전히 운전자가 있는 상황이지만 특정 지역에서 유료 서비스로 운영되며 상용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의 자율주행 택시 상용화는 조건이 달라도 많이 다르다. 로보택시가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일자리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 큰 차이가 있어서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인구수 대비 택시가 적고 중국은 정부가 로보택시를 강제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한국은 인구수 대비 택시가 많고 기존 운전직의 반발도 강력하다. 게다가 여전히 국내 택시는 면허 제도 하에 총량으로 관리되는 만큼 로보택시 또한 맘대로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총량제는 전체 택시 숫자를 유지하는 것이어서 사람 운전자 한 명이 면허를 국가에 반납해야 로보택시에 새롭게 면허 하나가 부여되는 방식이다. 그리고 한 대가 투입되려면 사람 운전자가 보유한 면허도 운송기업이 돈을 주고 사야 하는데 자율주행 기업이 면허 비용까지 부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로보택시를 법인택시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어차피 운전직 종사자를 구하기 어려워 차고지에 멈춰 선 택시가 많은 법인이 로보택시를 구입해 운영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로보택시 개발회사가 반대한다. 유료 운영에 따른 수익을 가져갈 수 없어 지속 가능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탓이다. 국내에서 로보택시가 시범사업을 끝내고 본격 상용화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사실 유상운송 행위에서 운전자가 사라지는 것은 엄청난 전환이다. 유상운송 사업의 주체가 사람에서 자율주행 운송기업으로 옮겨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결국 정치적 선택에 따라 결정되는 조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로보택시는 참정권이 없는 반면 사람 운전자는 있다. 그럼 정치는 어디를 선택할까? 국내 로보택시의 운명이 이미 정해졌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