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흐름 읽고 혁신 강조
-일본 재진출·인도네시아 공장 설립 등 기틀 마련
소니, 파나소닉. 이들의 공통점은 한 때 세계 전자기기 시장을 이끌었던 일본 기업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지나치게 아날로그 영광에 젖은 나머지 "디지털화"라는 흐름을 읽지 못했고 결국 업종을 전환하거나 경쟁에서 밀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신 그 자리는 애플과 삼성 등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현재 자동차 시장에도 투영되고 있다. "전동화"라는 거대한 파도를 맞이하면서 괜찮은 내연기관차를 만들던 일본 기업들이 점차 힘을 잃어가는 분위기가 역력해서다. 리프로 BEV 시장을 열었던 닛산은 후속 제품 확보에 실패했고 토요타는 하이브리드를 통해 가장 먼저 탄소배출 저감에 앞장섰지만 이제 막 시작한 완전 전동화는 늦은 감이 크다.
반면 국내 기업인 현대차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전동화를 무한 경쟁 기회로 발판 삼아 내연기관에서 보여주지 못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 이 과정에서 현대차의 일본차 밀어내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 19년 만의 일본 재진출,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 등이 이를 방증한다.
현대차의 일본 시장 진출은 아직 BEV가 활성화되지 않은 점을 노린 전략적 선택이다. 이에 따라 투입 차종도 아이오닉 5, 넥쏘 등 친환경차에 집중하면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게다가 여전히 오프라인 판매가 지배적인 시장에서 카셰어링 서비스를 앞세우고 있다. 굳이 판매, 애프터서비스 망을 늘리지 않더라도 사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다행히 아이오닉 5에 대한 현지 반응은 뜨거워 이미 흥행이 점쳐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아세안 지역은 전통적으로 연 300만대가 팔리고 토요타, 혼다 등이 7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는 시장이다. 이 가운데 현대차는 인도네시아를 아이오닉 5를 만드는 첫 해외 생산 기지로 선택했다. 역시 전동화 바람이 이제 막 시작되는 곳에서 시장을 선점해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이밖에 북미에서도 주도권의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올해 1~2월 캐나다에선 8년 만에 현대차그룹이 토요타 판매를 뛰어넘는 현상이 일어났다. 덕분에 현대차그룹은 포드, GM과 함께 캐나다 톱3에 올랐다. 또, 최근 수 개월 동안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아이오닉 5와 EV6가 올해의 차에 연이어 오르는 등 지속 가능성을 발산하는 모습이다.
오랜 시간 내연기관은 선점 기업의 벽을 넘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동력 전환 시대에선 상황이 전혀 다르다. 전동화의 출발은 시작됐고 이제는 속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그래서 현대차의 퍼스트 무버 전략은 긍정적이다. 오랜 시간 매진해 왔던 내연기관의 패스트 팔로워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