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쌍용차, 생존하려면 '쌍용'을 버려라

입력 2022년03월29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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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 집착, 애착으로 착각 말아야

 쌍용자동차 문제가 다시 원점이다. 에디슨모터스의 인수 계약금 300억원 반환 소송이 남았지만 어떻게든 수렁에서 나오려는 발걸음은 잠시 멈출 수밖에 없다. 그런데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던 에디슨모터스의 인수와 별개로 쌍용차의 현재 상황은 암울하다. 시간이 갈수록 적자가 누적되고 갚아야 할 빚도 늘어나는 탓이다. 해결책은 판매 확대로 이익을 내는 것이 유일하지만 경쟁 심화와 부품 공급 문제로 오히려 줄고 있다. 그렇다고 인력 감축도 쉽지 않다. 주인 없는 회사여서 극심한 갈등을 책임지기 싫어하는 문화가 팽배한 탓이다. 그래서 노사가 무급 휴직을 도입해 비용 절감에 나섰지만 임금만 줄었을 뿐 간접 비용 등은 계속 지출된다. 또한 향후 지급해야 할 퇴직금도 누적되기 마련이다. 결국 현실을 잠시 외면했을 뿐 근본적인 비용 부담은 커튼으로 가려 놓았을 뿐이다.

 물론 어떻게든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반면 무엇이든 돈을 벌 수 있다면 방법을 마다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수렁에서 빨리 나올 수 있어서다. 수익의 많고 적음은 둘째 치고 단 돈 1원이라도 벌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 생산이 필요한 곳을 찾아내 위탁 생산도 해야 하며 전국 판매 및 서비스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에서 수입차라도 가져와 팔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부족한 제품군을 보완하면 판매 현장이 되살아나고 영업점을 찾는 소비자에게 쌍용차를 한 대라도 더 팔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쌍용차 내부에 너무나도 팽배한 브랜드 애착이다. 자동차기업으로서 오랜 시간 "쌍용" 브랜드 제품을 생산, 판매해 왔다는 점에서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해주는 것과 해외 다른 브랜드 제품을 쌍용차 전시장에 배치하는 것 자체가 회사 스스로 "쌍용"을 포기하는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런 분위기는 노사 모두가 같다. "쌍용"이라는 브랜드 틀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오로지 쌍용차 제품만으로 생존을 도모하는 방법은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말이다. 

 그렇다 보니 매각도 쉽지 않다. 사실 쌍용차를 인수한다는 것은 "쌍용" 브랜드가 아니라 공장의 생산 시설 확보를 의미한다. 자동차 또한 제조물이어서 덩치를 키우려면 공장이 필요한 탓이다. 만약 테슬라가 쌍용차를 인수한다면 기존 제품을 모두 없애고 자신들의 전기차 생산 시설로 활용하는 식이다. 누가 새 주인이 돼도 "쌍용" 브랜드는 필요치 않다는 의미다. 해외에서 인지도 또한 낮아 브랜드 경쟁력 자체가 약한 점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쌍용"이라는 브랜드에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상황에서 쌍용차 노사만이 "쌍용"을 고집하며 판매 제품 및 생산 차종 다양화를 외면하는 중이다. 

 지금 상황에서 쌍용차의 생존은 판매와 생산이 별개로 움직여야 한다. 좋은 제품 하나를 수입해 국내 시장에서 호응을 높이면 조금이나마 수익이 발생하고 이를 연구개발에 투입해야 한다. 그리고 생산 또한 다른 브랜드 제품을 만들어주며 이익을 확보해 "쌍용" 브랜드 제품 개발에 투입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시장에 안착 가능한 차종을 내놓으면 회복 속도는 빨라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쌍용"이라는 브랜드에 강한 애착을 보일수록 오로지 정부의 지원에 기대려는 관성이 표출돼 지속 가능성을 더욱 떨어뜨린다. 정부가 지원해도 1~2개 차종의 개발에 머무를 수밖에 없어서다. 설령 개발을 완료해도 시장에서 인기를 얻지 못하면 또 다시 반복이다. 그래서서 쌍용자동차 노사는 이제 "쌍용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 "쌍용"에 대한 애착은 그들만의 집착으로 느껴질 뿐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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