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효율 기준 미달하면 벌금 강화
-전기차도 평균 효율 제도 도입해야
지난 2012년 오바마 정부는 2025년까지 미국 내 자동차 평균효율을 ℓ당 23.2㎞로 높이는 규제를 도입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효율 향상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자동차회사가 기술 개발에 매진해 글로벌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취지였다. 그리고 제조사가 이를 맞추지 못하면 일정 기준의 거리에 따라 최대 14달러의 벌금을 부담하도록 했다. 당시 미국 내 자동차회사는 픽업 등의 대형 SUV가 많이 판매되는 시장 특성을 고려할 때 목표 자체가 무리한 수준이라며 반발했지만 오바마 정부는 연평균 효율을 5%씩 개선할 수 있다는 환경단체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자 상황은 급변했다. 일단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패널티 금액을 5.6달러로 낮췄다. 그리고 평균효율도 2026년까지 ℓ당 17.2㎞로 완화했다. 오바마 정부가 설정한 ℓ당 23.2㎞에서 무려 6㎞를 줄여버렸다. 덕분에 미국 자동차업계는 연간 10억 달러의 규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환영했다. 나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균배출가스를 충족하지 못했을 때 패널티 금액을 인상하는 방안을 아예 없애려 했다. 하지만 미국 항소 법원이 제동을 걸며 중단됐다.
하지만 바이든은 다시 트럼프의 모든 정책을 되돌려놨다. 탄소 배출 감축을 적극 지지하며 트럼프의 규제 완화를 강화로 방향을 전환했고 오바바 정부 때보다 오히려 엄격한 효율 기준을 제시했다. 나아가 미국 내 정부 관용차로 사용되는 65만대의 휘발유차도 모두 BEV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효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부과하는 벌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0.1MPG(Miles per gallon)당 14달러인 현재 벌금을 올해부터 15달러로 높이고 2026년까지 최대 8%까지 높이자는 방안이다. 쉽게 보면 ℓ당 15㎞ 이상을 기준으로 봤을 때 14.9㎞에 머무르면 부족한 0.1㎞에 벌금을 부과하고, 2026년까지 ℓ당 16.2㎞ 수준에 맞추라는 뜻이다.
그러자 각 제조사 간의 희비가 엇갈렸다. 기본적으로 효율 기준에서 BEV는 아예 빠져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배출권 판매가 가능한 테슬라는 환영한 반면 빅3는 벌금이 오르면 우리 돈 1조2,000억원의 추가 부담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더 이상 내연기관 산업계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기준 충족을 위한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BEV 전환에 미온적이면 아예 사업을 접으라는 메시지까지 던지는 셈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BEV도 이제는 평균효율제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차피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1㎾h로 주행 가능한 거리(㎞)가 중요한 것은 내연기관과 다를 바 없어서다. 나아가 보조금 또한 1회 충전 주행거리를 기준 삼는 것도 의미가 없다는 시각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BEV의 주행거리를 늘리는 단순한 방법이 대용량 배터리 장착인데 용량이 커지면 중량도 증가해 단위 효율(㎾h/㎞)이 낮은 수준에 머무는 탓이다.
기본적으로 탄소 배출 절감은 에너지 사용의 최소화를 뜻한다. 한 마디로 어떤 에너지를 사용하든 "최소 에너지의 최장 거리 주행"이 곧 탄소 감축이다. 내연기관은 1ℓ로 최대한 멀리 가는 것이 탄소 감축이며 전기차는 1㎾h로 많이 가도록 만드는 게 탄소 감축이다. 이동 수단의 에너지로 화석연료와 전기의 차이일 뿐 에너지 관점에선 모두 적게 쓰는 게 최선이다. 그런데 화석연료는 평균효율로 규제하고 BEV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효율 규제 측면에서 동일 잣대를 적용할 수 있느냐는 사안이다. 어차피 BEV도 지속적으로 단위 효율이 올라가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기차 평균효율에 관해선 한국이 먼저 제도적 도입을 하는 게 더 나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