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오를수록 국민 부담, 탈피 노력도 가세
교통에너지환경세법에 규정된 휘발유 1ℓ의 세금은 475원, 경유는 345원이다. 그런데 정부는 30%의 범위 내에서 해당 금액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까지 10% 높은 교통세를 부과해 왔다. 교통세 10% 인상은 잘 드러나지 않아 국민 저항도 적었던 탓이다.
그런데 국제 유가 상승세가 가파르자 지난해 11월 유류세 20%를 내렸다. 앞서 10%를 올린 상태에서 20%를 내렸으니 기준 세액을 감안하면 10%만 내린 셈이다. 그럼에도 어쨌든 20%를 내리니 ℓ당 휘발유에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529원에서 423원, 경유는 375원에서 300원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다시 치솟자 10%를 추가 인하키로 하고 5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휘발유의 교통에너지환경세는 380원, 경유는 270원으로 떨어진다.
5일 오피넷에 따르면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가격은 1,852원, 경유는 1,814원이다. 이 기준에서 유류세 10%를 추가 인하하면 휘발유는 1,785원, 경유는 1,767원이 된다. 물론 정유사 공급가격 기준인 만큼 주유소에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은 이보다 높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추가로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은 있다. 유류세 인하에 앞서 높였던 10%가 남아 있어서다. 휘발유를 법정 세액 475원을 기준할 때 최고 30%를 높이면 617원이고 최대 30%를 내리면 332원이다. 그러니 추가로 10%를 내려 380원을 적용하는 만큼 아직 50원 가량의 인하 여력은 남겨 둔 셈이다.
이처럼 유가는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오르고 내린다. 그래서 유류세는 늘 완충제 역할을 한다. 유가가 치솟으면 유류세를 낮추고 다시 유가가 내려가면 유류세를 높여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게 된다. 석유 의존도가 높은 일부 국가는 그래서 유가와 유류세가 자동 조정되는 제도를 시행하기도 한다. 유가 충격에 보다 긴밀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유가가 오를수록 석유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 물론 의존성이 여전히 높아 낮추는 것 자체도 쉽지 않지만 장기적인 국가 경제를 고려할 때 석유 사용은 줄이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필요한 석유는 확보하되 수량을 점차 줄이고 이를 다른 에너지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진다는 뜻이다.
그 중 하나가 수소(Hydrogen)다. 수소는 한국도 자체 생산이 가능해 외부 충격을 받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사용 후 오염물질도 없고 순환도 가능해 얼마든지 에너지 독립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공통적으로 수소 사회를 지향하는 것도 두 나라 모두 석유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유가 충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서다. 게다가 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흐름이 뚜렷하니 수소 기반의 에너지 독립 국가를 꿈꾼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를 소비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인 중국이 수소로 꿈틀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래의 국가 중심 에너지로 수소를 지목하고 2035년까지 밟아 나갈 ‘수소 에너지 중장기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목표는 2060년까지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것인데 석유 대신 수소로 주력 에너지를 바꾸겠다는 목표다. 중국은 먼저 2025년까지 수소에너지 관련 중요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핵심 부품을 포함한 공급망의 초기 정비를 시작하고 수소 전기차는 버스와 물류를 중심으로 5만대를 보급키로 했다. 그런 다음 2030년까지 수소 에너지의 기술혁신 시스템을 구축해 탈탄소 목표에 공헌한 후 2035년까지는 수소를 교통, 에너지 저장, 발전, 산업 분야에 확대 적용키로 했다. 당장은 석유 의존도가 높아 러시아로부터 값 싼 천연가스를 사들여 비축하지만 결국은 에너지 독립이 국가의 생존을 결정지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도 수소 사회를 향한 로드맵은 이미 짜여져 있다. 2022년부터 수소 경제 확산에 나서기로 하고 대규모 수요 공급 시스템을 갖춘다. 그리고 2030년부터는 수소 경제 선도기로 삼고 탄소를 크게 줄여나갈 계획이다. 석유 의존도를 낮춰 에너지 독립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하지만 최근 수소 행보를 보면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석유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어차피 석유를 사용해 수소를 얻는다면 그렇게라도 해서 수소 확산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석유 없이 수소를 만드는 비용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그레이 수소, 블루 수소, 그린 수소 등의 종류 구분이 아니라 일단 수소 사용이 많아져야 그레이에서 블루로, 블루에서 그린으로 넘어가기 훨씬 쉽기 때문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