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동차용 수소, '전기 vs 엔진' 전쟁

입력 2022년04월07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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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소 사용, 전기보다 내연기관 활용 확대

 원천 에너지로 수소를 활용한 동력으로 바퀴를 돌리자는 것에는 어느 누구도 이의가 없다. 하지만 1차적으로 수소를 어떻게 만드느냐는 논쟁이다. 

 기본적으로 수소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곳은 석유화학공정이다. 석유를 각종 화학원료로 만드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수소가 있다. 부가적으로 필요한 수소를 만들어주니 고맙기만 하다. 그래서 수소 앞에 "백색(white)‘을 붙인다. 그런데 생산량이 적은 게 단점이다. 그래서 수소를 필요한 만큼 더 만들기 위해 저렴한 석탄을 활용하는데 100% 친환경이 아니어서 "갈색(brown) 수소"라 부른다. 단가는 낮지만 오염물질 배출이 많다. 따라서 탄소 함량이 적은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생산하는데 갈색보다 백색에 가깝다는 의미에서 "회색(gray) 수소"라 부른다. 대량 생산에는 적합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산화탄소는 배출된다. 이때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과정을 거치면 "파란(blue) 수소"가 된다. 

 그럼 아예 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를 만들 수는 없을까?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분해에 필요한 전기를 석탄 또는 천연가스 등으로 만들어 공급하면 "황색(yellow) 수소"가 되고, 원자력 등에서 전력을 얻으면 "분홍(pink) 수소"가 된다. 마지막으로 풍력이나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만들어야 궁극의 "녹색(green) 수소"에 도달한다. 결국 수소 사용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다. 

 어쨌든 수소가 생산되면 외부의 산소와 반응시켰을 때 발생하는 전기로 바퀴를 굴린다. 그래서 수소도 전기를 담는 배터리처럼 어딘가에 저장해야 하는데 이때는 수소의 형태에 따라 기체 및 액체 저장으로 분류된다. 액체로 저장하면 많은 양의 수소를 연료탱크에 담을 수 있어 장거리 주행에 유리하지만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아 대부분 기체로 저장하고 외부 산소와 반응시킨다. 물론 반응을 시키려면 또 다시 연료전지가 필요하고 수소를 어디서든 공급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현재 한국을 비롯한 중국, 프랑스, 영국, 일본 등이 이런 방식의 수소 사회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연료전지는 여전히 비싼 데다 내구성 등의 확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또한 수소 충전 인프라도 지속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탄소 배출을 아예 하지 않으려는 에너지 전환의 노력인 만큼 시간도 오래 걸리는 게 단점이다. 

 그러자 탄소 감축과 중립을 동시에 수행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린 수소로 전기를 만들지 말고 대기 중에 포함된 탄소와 결합시켜 액체 연료를 만들고, 해당 연료를 현재의 엔진 내에서 연소시켜 동력을 얻자는 움직임이다. 내연기관을 작동시켜 동력을 얻고 다시 대기 중으로 탄소를 배출하지만 배출된 탄소든 또 다시 포집돼 수소와 섞이고 동력 발생에 활용된다. 쉽게 보면 동력을 만들고 배출되는 과정의 반복일 뿐 탄소 배출은 추가되지 않는다. 게다가 수소와 이산화탄소의 결합은 액체 연료여서 굳이 수소 충전소를 별도로 지을 필요도 없다. 쉽게 보면 수소로 동력을 얻을 때 기체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얻을 것이냐? 아니면 수소에 이산화탄소를 섞은 액체 연료를 엔진에서 태워 동력을 얻을 것이냐의 싸움이다. 전자는 탄소 배출이 전혀 없지만 인프라의 새로운 구축이 필요한 반면 후자는 탄소 감축 및 중립, 그리고 내연기관 산업 유지 관점에서 접근하는 만큼 기존 주유소, 엔진 부품 등의 산업적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석유기업과 자동차회사의 관심이 폭증했고 현재 상용화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극단적으로 수소 연료전지 방식에서 탄소 배출이 "0"이라고 할 때 e-퓨얼로 알려진 합성연료를 내연기관에서 태워 동력을 얻으면 탄소 배출은 80% 가량 줄일 수 있다. 탄소 배출 과정을 "억제-감축-중립"으로 구분할 때 현재 인프라를 활용해 감축과 중립을 병행하자는 것이 합성연료이고, 중립으로 직행하자는 게 수소 연료전지인 셈이다. 

 최근 포르쉐가 미국 석유기업 엑손모빌과 함께 칠레에 합성연료 공장을 건설하는 일에 돈을 투자했다. 내연기관 감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른바 연료 자체를 바꾸는 프로젝트다. 그리고 독일을 중심으로 연료를 바꾸려는 움직임은 대단히 활발히 전개되는 중이다. 그러자 어떻게든 배터리 전기차로 전환을 서둘러 시키려는 관련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진다. 자칫 합성연료가 보급되면 탄소 배출 감축 및 중립 관점에서 배터리 전기차 행보가 늦어질 수도 있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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