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장거리에 대한 전기버스의 도전

입력 2022년05월04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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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8㎾h 수퍼 대용량 배터리 버스 등장

 탑승객을 모두 태우고 480㎞를 갈 수 있는 전기 버스가 있다면? 중간에 충전 없이 400㎞ 이내의 도시는 편도로 충분히 갈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도착 후 다시 출발지로 가기 위해 장시간 충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금의 충전용량을 고려할 때 승용차용 초급속 충전기를 써도 10시간 이상이 걸리니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충전 용량을 대폭 확대해 대형차 전용 충전기를 설치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테슬라가 배터리 500㎾h 세미트럭을 내놓으며 1.5㎿h급 전용 충전기를 설치하겠다고 나선 배경이다. 

 그런데 500㎾h도 적다며 무려 738㎾h 배터리를 버스에 탑재한 기업이 등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프로테라(Proterra)다. 현재 판매 중인 ZX5 전기버스에 738㎾h를 올려 주행거리를 480㎞까지 늘렸다. 그래야 하루 운행 과정에서 별도 충전 없이 유상 운송에 투입되는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는 탓이다. 종일 운행하고 충전은 밤사이 차고지에서 대용량 충전기로 하자는 방안이어서 충전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운행 지역이 넓고 길어 1일 400㎞ 이상의 거리가 필요했고 그 결과 738㎾h 용량이 선택됐다. 

 흥미로운 점은 프로테라 ZX5의 배터리 용량을 접한 국내 장거리 운송 기업의 반응이다. 1회 충전으로 어디든 갈 수 있는 주행거리가 확보된다면 한국에선 고속 및 시외버스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물론 대용량 전용 충전기가 별도로 확보된다는 전제에서다. 운송업체 관계자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터미널에 전용 충전기를 설치해 대기 시간을 줄이고 구매할 때 정부 보조금이 충분하다면 고속이나 시외버스도 전기버스로 바꾸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답한다. 한국도 장거리 이동을 위해 대용량 전기버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한 만큼 누군가 내놓으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했다. 

 여기서 벌어지는 논란이 바로 대형 부문의 수소 전기(FCV)와 배터리 전기(BEV)다. 그간 FCV와 BEV를 비교할 때 대형 부문은 FCV가 장기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전망돼 왔다. 대형 이동 수단은 대용량 배터리가 필요한 만큼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이다. 하지만 최근 대형 BEV가 앞다퉈 등장하면서 수소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연히 에너지 저장성 측면에선 수소의 잠재 능력이 뛰어나 수소 영향력은 증가하겠지만 물건을 탑재하는 트럭과 달리 사람이 타는 여객의 장거리 이동은 배터리 전기로 대체될 것이란 주장도 설득력이 높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여객은 탑승 숫자를 제한하되 요금을 높일 수 있지만 화물은 최대 적재가 곧 수익이어서 대용량 배터리 무게는 오히려 적재량을 줄이는 결과로 연결된다. 물론 여러 조건이 고려되겠지만 비용이 비슷할 때 버스는 배터리, 트럭은 수소 전기의 길로 들어서는 갈림길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실제 화물과 달리 고속버스는 탑승 인원이 제한돼 무게 부담이 덜한 데다 출발 및 도착지가 정해져 있어 터미널에 대형 전용 급속 충전기만 설치하면 운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많다. 이동량이 많을 때는 목적지 도착 후 잠시만 머물다 다시 출발지로 이동해야 하는데 충전 시간이 오래 걸려 운행 수익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그래서 대형 상용 부문의 배터리와 수소 전기의 경쟁은 오로지 경제성에 따라 결정된다. 배터리와 수소 관련 기업들이 경제성 확보에 기업의 사활을 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배터리와 수소전기의 버스 전쟁, 승자는 누가될 것인가. 어느 길에 발을 내딛어야 할 지 기업들의 고민도 많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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