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기름, 먹느냐 가느냐의 문제가 시작됐다

입력 2022년05월04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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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소 중립 과정 중 바이오 연료 수요 확대
 -이상 기후·팬데믹·전쟁 등으로 곡물 공급 위기

 미국, 아르헨티나, 중국, 러시아. 이들의 공통점은 세계적인 곡물 생산 국가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이유로 위기에 봉착했다. 미국과 아르헨티나는 가뭄이 심화되면서 흉작을 맞았고 중국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올해 파종 시기를 놓쳐버렸다. 그리고 유럽 최대 곡창지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무력 충돌로 작물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 결과 국제 곡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중이다. 그러자 인도네시아는 팜유 수출을 제한해 글로벌 먹거리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도 기후변화로 꿀벌이 사라지면서 양봉 및 농업에 치명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자 유엔은 2차 대전 이후 인류의 최대 식량 위기는 바로 지금이라는 점을 경고하고 나섰다.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를 제외하면 곡물 위기의 원인은 이상 기후를 꼽는다. 기후 변화로 인류 뿐 아니라 자연 생태계 전반이 위협 받는 것이다. 특히 지구 기온 상승이 조산 운동을 부추겨 탄소 분출을 늘리고, 지구 궤도 변동은 태양열 흡수량에 변화를 미친다. 물론 인류가 내뿜는 인위적 탄소도 원인이다. 

 이 가운데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것은 온실가스다. 그러자 UN을 중심으로 각 나라가 탄소중립을 외친다. 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해서 중립(0)을 이루고 이를 통해 뜨거워지는 지구의 기온을 억제하자는 움직임이다.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를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기화로 전환하는 배경이다. 인류 모두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글로벌 산업 판도를 바꾸는 중이다. 

 하지만 산업 전반의 전동화는 꽤 긴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특히 이동수단의 동력원 전환은 배터리 개발, 충전 인프라 확충 등의 과제가 적지 않다. 그래서 등장한 대안 중 하나가 바이오 연료다. 바이오 연료는 옥수수, 사탕수수, 대두유 등의 곡물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탄소를 흡수하는 만큼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재배 후 바이오 연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다. 그래서 여전히 논란이 많다. 하지만 그런 해석이라면 배터리 전기차도 친환경으로 볼 수 없다.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전히 탄소 배출이 많아서다. 


 그래서 바이오 연료는 이미 자동차에 널리 쓰이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60여개 국가는 화석 연료에 바이오 연료를 섞어 사용 중이다. 한국도 2015년부터 신재생에너지 연료 혼합의무화제도에 따라 경유에 바이오 디젤을 섞어 쓰고 있다. 

 전동화가 비교적 어려운 항공 업계도 바이오 연료에 주목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Sustainable Aviation Fuel)"라 부르는 항공 분야의 바이오 연료는 기존 등유 기반의 연료보다 탄소 배출을 8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선 탄소 저감을 위해 2050년까지 SAF 사용 비중을 63%까지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바이오 연료가 반드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화석연료보다 기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국립과학원회보(th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내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 연료는 재배 토지의 변화, 가공, 연소 등이 따르면서 탄소집약도가 휘발유보다 적어도 24% 더 높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곡물 재배 기간에 비해 소비에 걸리는 시간이 극단적으로 짧다는 점에서 효율적이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오 연료로 인한 먹거리 가격 상승도 풀어야 할 과제다. 국제 무역 및 지속 가능한 개발 센터(International Center for Trade and Sustainable Development)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미국에서 바이오 에탄올 사용을 늘리면서 옥수수 가격이 21% 상승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며 탄소 감축을 위해 바이오 연료 사용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기후 변화는 인류의 공멸인 반면 식량 위기는 인류의 집단 지성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 상승이 이어지자 탄소 중립을 명분으로 휘발유의 바이오 에탄올 비중을 기존 10%에서 15%로 늘리기로 했다. 농산물의 애그플레이션과 에너지의 이플레이션이 동시에 가속화되는 이유다. 때문에 "살기 위해 먹을 것이냐, 먹기 위해 살 것이냐"의 고민이 인류의 이동에도 적용될 날이 오고 있다. 물론 당장은 실감하지 못하겠지만 어느새 식용유 가격과 기름 값은 함께 오르고 있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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