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3 HEV 국내 투입 초읽기
-지리와 공동 개발 HEV도 2024년 투입
지난해 르노코리아자동차가 한국에서 생산한 완성차는 모두 13만대다. 이 가운데 6만대를 국내에 팔고 7만대는 해외로 내보냈다. 그런데 내수와 수출을 차종별로 보면 흥미로운 점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인기 차종이 확연히 달라서다.
국내에서 판매된 제품의 대부분은 QM6로 무려 4만9,887대가 소비자에게 전달됐다. 비중으로 보면 내수 판매의 82%로 절대적이다. 특히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LPe 제품이 2만3,364대로 38.2%의 역할을 이뤄냈다. 한 마디로 QM6가 이른바 "효자 차종"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올 들어 QM6의 역할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 르노코리아에 따르면 1~3월까지 여전히 QM6는 7,418대로 내수 판매에서 58.6%의 비중을 차지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줄었다. 대신 그 자리는 4,004대로 31.6%의 비중을 확보한 XM3가 차지했다. 지난해 27.1% 대비 점차 존재감을 넓혀가는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XM3의 수출 역할이다. 지난해 XM3는 무려 3만701대가 해외에 팔려 르노코리아 수출 물량의 79%를 차지했다. 그리고 올해는 3월까지 비중이 87.9%로 늘어나 XM3의 해외 경쟁력이 높아지는 중이다. 한 마디로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에서 생산돼 해외로 나가는 차종의 대부분이 XM3라는 뜻이다. 물론 해외로 나갈 때는 "XM3" 차명을 쓰지 않는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수출 차종이 XM3 중에서도 하이브리드(HEV)로 한정됐다는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HEV를 원하는 소비자가 많지만 1차적으로 르노 글로벌 시장 전략에 공급한 결과다. 실제 스페인 등의 유럽에선 ℓ당 20.8㎞(유럽 기준)의 효율에 디자인 호평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의 구입 경쟁이 치열한 차종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XM3 HEV는 국내에서도 기다리는 소비자가 많다. HEV의 고효율이 디젤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어서다. 기아 쏘렌토 및 현대차 그랜저 HEV 계약자의 대기 시간이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르노코리아에 XM3 HEV의 국내 판매 시점을 물었더니 "하반기"라는 답이 돌아왔다. 구체적으로 시점을 되묻자 3분기 안에는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려준다. 이 말은 늦어도 9월 이전에는 국내 공급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 경우 르노코리아의 국내 HEV 제품 전략은 올해부터 XM3가 개척하고 2024년에는 르노와 지리그룹의 합작 모델이 추가돼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 실제 르노코리아가 준비 중인 또 다른 HEV는 지리와 볼보가 만든 친환경차 브랜드 링크앤코의 준중형 SUV "링크앤코 01"을 기반으로 제작된다. 이미 르노코리아는 부품 국산화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내에선 현대차 투싼 HEV 등을 겨냥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내연기관 제품을 HEV로 일부 전환해 탄소 규제에 대응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XM3 HEV의 국내 판매는 그간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이 설득력을 갖는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첫 HEV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매우 중요한 만큼 국내 투입은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HEV 라인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지속 성장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 현재로선 핵심 과제"라고 설명한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르노코리아의 HEV는 이제 시작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국내 공급 시작과 동시에 물량 차질이 없도록 최대한 많이 만들어 놓고 판매에 돌입한다는 계획도 세웠다고 한다. 르노코리아의 HEV를 기다리는 소비자로선 반가운 소식이 될 것 같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