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에탄올, 사용 의무 비중 15%로 높여
흔히 세계 4대 작물로 밀, 쌀, 옥수수, 감자를 꼽는다. 그만큼 인류의 식량 자원으로 많이 사용되는 곡물들이다. 이 가운데 옥수수는 해마다 10억톤 가량이 재배되는데 가장 많이 생산되는 나라가 미국과 중국, 브라질 등이다. 특히 미국은 옥수수와 함께 콩도 많이 생산해 세계 곡물 시장을 좌지우지한다.
땅에서 재배된 옥수수는 식량, 사료, 식품 원료 등에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워낙 많이 생산돼 "식량"이라는 본질적 기능 외에 바이오에탄올로 불리는 자동차 연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흔하게 보는 "옥수수"지만 쓰임새는 매우 다양한 만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각 나라가 판단할 일이다. 예를 들어 미국과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은 옥수수 및 사탕수수 기반의 바이오에탄올이 자동차 연료로도 활용되지만 한국에선 식량과 가축 사료 등에 주로 사용된다.
그런데 최근 옥수수, 콩, 사탕수수 등의 식량을 수송 부문 연료로 사용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치솟는 석유 값 부담을 낮추는 대체재가 될 수 있는 데다 탄소 배출이 줄어드는 일석이조 효과를 발휘하고 있어서다. 이미 옥수수로 만든 바이오에탄올을 휘발유에 의무적으로 10% 섞는 미국이 에탄올 함량을 15%로 확대한 것도 두 가지 목적이 동시에 담겨 있다. 이른바 "식량 자원 활용의 다변화"를 통해 바이오에탄올을 일종의 환경과 석유 값 사이의 절묘한 지렛대로 활용하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바이오에탄올의 역할 확대를 꾀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특히 탄소 중립 관점으로 무게 중심이 조금씩 이동하면서 휘발유에 에탄올을 섞는 국가도 늘어나는 중이다. 전주기 관점의 탄소 배출만 보면 바이오에탄올이 휘발유 대비 40% 가량 적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 미국 국립 아르곤 연구소가 휘발유 1ℓ에 에탄올을 각각 0%, 15%, 20%을 섞은 후 자동차에 넣어 장시간에 걸쳐 시험한 결과 에탄올 혼합 연료일 때 연소율이 더 높고 탄소 배출도 감소된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를 기반으로 일리노이대학 에너지자원센터 스테판 뮐러 교수는 석탄화력 발전 기반의 배터리 전기차보다 휘발유에 바이오에탄올을 혼합하는 것이 탄소 중립 측면에선 보다 효과적이라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옥수수 재배 과정 및 에탄올 생산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감안해도 바이오에탄올 대비 휘발유의 탄소 배출이 많다는 뜻이다. 스테판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내연기관 자동차 등록대수를 감안할 때 휘발유에 10% 에탄올을 혼합하면 연간 310만t의 탄소 저감이 이뤄진다. 동시에 에탄올이 혼합된 만큼 휘발유의 발암물질 배출도 줄어 미국 내에선 보건 관련 시민 단체들도 에탄올 함량을 늘려야 한다는 자세를 취하는 중이다.
동시에 최근에는 바이오에탄올 사용을 탄소 배출권과 연계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스테판 뮐러 교수는 "바이오에탄올 자체는 친환경 연료인 만큼 탄소 배출권과 연계할 수 있다"며 "석유기업이 보다 열린 자세로 혼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식량의 수송 연료 사용이라는 오래된 비판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적 관점에서 바이오에탄올을 바라봐야 한다는 설명을 내놓는다. 이어 그는 "전 세계 어느 국가도 화석연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외형상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말하지만 당장 화석연료 없이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1차적으로 역할 축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고 이때 바이오에탄올의 역할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물론 반대도 만만치 않다. EU는 식물 기반의 수송 연료가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경작 면적이 늘어 산림 훼손이 발생하는 만큼 사용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바이오에탄올의 탄소 감축 효과를 인정할 수밖에 없어 곡물 재배 및 사용의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주기 관점의 온실가스 배출량, 그리고 토지 활용 방안 등을 고려해 수송 부문의 에탄올 사용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다. 자칫 바이오에탄올 확대가 산림파괴로 이어질 것을 염려하면서도 탄소 감축 효과에는 머리를 끄덕인 결과다.
이런 점에서 국내도 휘발유에 바이오에탄올을 일부 섞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섞는 만큼 휘발유 사용이 줄어 정유사가 반대하고 유류세 축소도 보급의 걸림돌로 꼽히지만 도입이 늦어질수록 탄소 국경세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는 중이다. 결국 혼합 연료 사용을 통해 탄소 배출을 국내에서 줄일 것이냐 아니면 휘발유 사용으로 수출 품목의 탄소세 부담을 늘릴 것이냐에 대한 저울질이다. 이런 흐름을 고려할 때 결국 우리도 중립적 관점에서 바이오에탄올의 혼합 필요성이 점차 증대되는 것 같다. 식량의 수송 연료 사용이라는 강력한(?) 비판도 인류 전체 문제로 여겨지는 탄소 감축 앞에선 위축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