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500 레이스, 에탄올 85% 혼합 연료 사용
-레이스 또한 친환경 흐름 동참 필요성 증대돼
지난 29일(현지 시간) 미국 인디애나주의 중심 도시인 인디애나폴리스가 들썩였다. 단일 행사로는 미국 전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인디 500 레이스를 보기 위해서다. 1911년 인터내셔널 500마일 경주로 시작된 인디500은 매년 인디애나폴리스에 위치한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열리는 최고 속도의 자동차 경주다. 코로나19로 2020년에는 무관중 경기로 열렸고 지난해 또한 13만5,000명의 관중 제한이 걸렸지만 올해는 아무런 규제가 없어 35만명이 하루 경기를 보기 위해 미국 전역에서 몰려들었다.
인디500은 속도의 극한 레이스로 정평이 나 있다. 오로지 속도에만 주력한 결과 최고속에 대한 관심이 높다. 1911년 룸미러를 처음 자동차에 부착하며 우승했던 레인 하룬은 평균 시속 120㎞를 기록했고 시속 160㎞(100마일)를 넘긴 인물은 1925년 우승한 피터 파울로다. 209㎞(130마일)는 1954년 레이스를 이끌었던 빌 부코 비치가 달성했고 시속 289㎞(180마일)는 2013년 코니 카난(브라질)이 우승을 차지하며 흔적을 남겼다. 그리고 지난해 우승을 차지한 카스트로네베스 헬리오는 평균 시속을 306㎞(190.6마일)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순간 가장 빠른 속도는 시속 365㎞(227마일)를 기록했다. 오벌(OVAL)로 불리는 타원형 코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최대한 속도를 높이며 질주한 덕분이다. 올해 또한 F1 드라이버 출신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린 마커스 에릭슨의 한 바퀴 주행 최고 속도는 시속 361.7㎞에 달했다.
인디500이 유명한 것은 속도와 오래된 전통도 있지만 무엇보다 드라이버의 운전 능력에 경쟁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경주용 차도 F1과 비교하면 그리 비싸지 않고 모든 팀이 단일 차체를 공유한다. 그리고 엔진은 쉐보레 또는 혼다의 V6 2.2ℓ 트윈 터보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사용하는 연료다. 인디500은 에탄올과 휘발유의 혼합 연료를 사용하는 차가 대부분이다. 에탄올 85%에 휘발유 15%를 섞는다. 실제 일부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E85와 같은 연료를 고성능에 사용해도 문제가 없고 "자동차 경주=오염물질 과다 배출"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다차원적 노력이다. 더욱이 에탄올 도입으로 최고 기록 달성이 어렵거나 주행에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아 2018년부터 사용하는 중이다.
이처럼 친환경 연료 사용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인디500은 내년부터 석유기업 쉘과 손잡고 100% 재생 가능한 연료를 사용하기로 했다. 사탕수수 폐기물에서 얻은 바이오에탄올과 또 다른 바이오에너지를 혼합해 성능은 높이되 탄소 배출은 60% 이상 줄이는 게 목표다. 이른바 모터스포츠의 "탈탄소"를 극강의 시험장인 인디500 레이스에 우선 도입한다. 물론 인디애나 지역이 전통적으로 바이오에탄올의 원료인 옥수수를 많이 재배하는 점도 인디500의 연료 선택에 영향을 미쳤지만 궁극적으로 자동차 경주 또한 새로운 에너지원의 발굴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인디500이 바이오에탄올의 수송 부문 사용을 일부분 검증해주는 셈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수송 부문의 연료로 먼저 사용된 것은 에탄올이다. 술 자체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1859년 에드윈 드레이크가 펜실베니아에 최초의 원유 우물을 파고 석유를 증류해 조명용 등유를 생산하기 전까지 밤을 밝힌 것도 에탄올이다. 에디슨 토마스가 전구로 밤을 밝히자 여기서 밀린 석유재벌 록펠러가 석유의 반전을 꾀한 것이 자동차 휘발유다. 휘발유는 그때까지 달리 쓸 곳은 없고 독성이 강해 몰래 버렸던 기름이다. 하지만 자동차에 값 싼 연료로 들어오면서 수송 부문 에너지 시장은 순식간에 탄소 배출이 많은 휘발유로 전환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친환경"이 화두로 떠오르자 탄소 감축 차원에서 바이오 연료의 주목도가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생산 소재를 옥수수 열매에서 줄기와 잎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확대되면서 140년 전 휘발유에 밀렸던 에탄올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 동시에 줄기와 잎의 활용은 끝없이 문제로 지적된 식량 부족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 기술적 성과이기도 하다. 게다가 휘발유 대비 옥탄가와 효율도 높아 자꾸 입에 오르내린다.
사실 배터리 전기차(BEV) 및 수소 전기차(FCV)가 말 그대로 친환경이 되려면 발전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운행되는 전기 이동 수단이 많을수록 탄소 감축율 또한 높아진다는 것에 의심을 품는 이들이 많다. 서둘러 친환경 발전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운송 부문의 친환경 비중이 높아질수록 정부의 고민도 많다. 세금을 결코 외면할 수 없어서다. 그래서 바이오연료를 수송 부문 친환경 과정의 중간 역할을 맡기자는 의견도 많다. 지금은 친환경 연료 시대이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