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친환경차와 대중교통의 세금 부담

입력 2022년06월01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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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Y 조사에서 친환경차 구매 의지 높아져
 -대중교통 지원 세금도 부담 늘어

 영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비즈니스 종합 컨설팅기업 EY(Ernst & Young)가 최근 전기차 관련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하나 내놨다. 흔히 분류되는 친환경차로 분류되는 배터리 전기차(B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하이브리드(HEV)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이 52%에 도달했다는 내용이다. 불과 2년 전 같은 조사에서 구매 고려자가 22%에 머물렀음을 감안하면 짧은 기간 비약적인 의식 변화라는 뜻이다. 

 EY는 18개국 1만3,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국가별로 친환경차 구매 의지는 이탈리아가 73%로 가장 높고 중국(69%), 한국(63%), 스페인(62%), 노르웨이(61%), 싱가포르(5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외 일본(53%), 뉴질랜드(49%), 영국(49%), 프랑스(48%), 독일(45%), 인도(45%) 순으로 조사됐다. 구매 의지만 놓고 보면 한국 또한 친환경차 구매 열망이 높은 나라에 속한다. 

 그런데 BEV, PHEV, HEV에서 오로지 배터리 전기차(BEV)만 떼어내 통계를 냈더니 중국 소비자의 37%가 향후 BEV 구매를 고려했으며 한국이 32%로 그 뒤를 바짝 추격했다. 한국의 경우 전기차의 천국으로 불리는 노르웨이(31%)보다 BEV 구매 의지가 높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반면 일본은 BEV 구매 고려자가 5%에 머물러 여전히 HEV가 주력 시장임이 확인됐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통계는 여전히 친환경차를 구매하려는 본질적인 이유다. 지난해 조사에서 친환경차 구매 이유로 경제성을 꼽은 사람은 26%에 달했지만 올해는 24%로 줄었다. 얼핏 보면 운행비용은 더이상 친환경차 구매의 주요 원동력이 아닌 것 같지만 보조금 때문에 사겠다는 응답이 지난해 29%에서 올해는 34%로 증가해 결과적으로 경제적 이유는 오히려 더 커졌다는 점이다. 반면 환경 이슈를 구매 이유로 꼽은 사람은 지난해 49%에서 올해는 38%로 줄어 환경 인식은 오히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말은 친환경차 보급에 있어 보조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의미함과 동시에 보급 여부는 정부의 재정 지출 우선 순위 정책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친환경차에 대한 비용을 추가적으로 지불할 의사는 뚜렷했다. 조사 대상자의 88%는 친환경차에 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할 뜻이 있음을 나타냈고 이 가운데 35%는 프리미엄 전기차 구매 의사를 나타냈다. 친환경차의 성능이 동일하다 해도 프리미엄 브랜드에 돈을 더 쓰겠다는 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충전 인프라는 여전히 우려 대목이다. 충전이 필요한 PHEV와 BEV 소유자의 27%는 인프라 부족을 걱정하며 친환경차를 보유하지 않은 사람 중의 36%도 인프라 부족이 우려돼 친환경차 구매를 주저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반면 주행거리에 대한 불만은 이제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최소 400㎞ 주행이 가능한 대용량 배터리 차종이 속속 등장한 덕분이다. 또한 충전 시간도 여전히 길지만 저렴한 운행 비용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감내하는 것으로 나타나 시간과 비용이 서로 상쇄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해외 기업의 조사 내용이지만 국내 시각에서 시선을 이끄는 대목은 한국 소비자의 친환경차 구매 의지가 높고 정부 보조금도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EY는 점차 대중교통 이용율의 하락은 고려할 사안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율이 떨어지면서 이들의 운행 유지 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어서다. 신차 구매자가 내연기관차를 구매하면 별도 보조금이 없어도 되지만 친환경차를 구입하면 보조금 지출이 발생하고, 친환경차 구매자일수록 저렴한 운행 비용에 따라 주행거리가 내연기관 대비 길다는 점에서 그만큼의 대중교통 이용은 더욱 감소해 재정 당국의 비용 부담을 높이는 탓이다. 

 따라서 일부 국가에선 보조금을 해마다 줄여가고 있다.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감당하기 쉽지 않아서다. 하지만 배터리 소재 가격 상승에 따라 친환경차 가격도 같이 오르는 중이어서 보조금을 줄이면 오히려 친환경차 구매력이 하락할 수 있어 고민이다. 이 말은 곧 탄소 중립으로 가는 길에 치러야 할 비용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뜻이고 이는 국민 모두가 부담해야 할 몫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정치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한다. 친환경을 외칠 때 비용 문제만 몰래 미뤄두는 행위가 관습처럼 자리잡고 있어 걱정이다. 친환경 전환 비용은 대체 누가 낼 것인지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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