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가용과 사업용의 전기차 충전 전쟁

입력 2022년06월06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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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충전 시간과 횟수, 사업용이 훨씬 많아
 -충전기 설치 때 급속에 집중 지원해야 

 국토교통부 등록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 현재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는 28만6,268대다. 형태별로는 승용이 22만3,408대로 78%에 이르고 화물이 20.5% 가량이다. 그런데 용도를 보면 초기 전기차 보급 시점과 달리 사업용이 6만8,464대로 23% 정도를 차지해 충전기 부족 문제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사업용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비사업용 대비 월등히 많고 그만큼 잦은 충전과 시간이 필요한 탓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주행거리통계"에 따르면 비사업용 자동차의 1일 평균 주행거리는 33.7㎞에 머무는 반면 사업용은 91.9㎞에 달해 비사업용의 3배에 이른다. 이를 다시 형태로 구분하면 비사업용 승용차의 1일 평균 주행은 32.8㎞인 반면 사업용은 65.8㎞에 달하고 비사업용 화물차는 39.8㎞ 주행에 그지만 사업용은 130㎞를 달린다. 승합차 또한 비사업용은 35.4㎞가 하루 평균인데 반해 사업용은 163.8㎞ 수준이다. 특히 승용차 중에서 택시는 개인택시가 하루 평균 220㎞, 법인은 400㎞ 운행을 넘긴다. 따라서 사업용 전기차일수록 잦은, 그리고 오랜 시간의 충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사업용 전기차, 비사업용 전기차 3대 운행 효과
 -충전기 숫자보다 충전 속도 중요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지금까지 보급한 전기택시는 1,600대 가량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환경부는 2025년까지 전기택시 10만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주행거리가 길수록 연료 소모에 따른 배출가스도 많이 나온다는 점에서 영업용의 전동화를 탄소 배출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환경부는 국내 화물차의 80%를 차지하는 1톤 트럭 가운데 4만대를 올해 내에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포부도 밝힌 바 있다.

 그러자 갈등은 에너지 충전에서 벌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동 수단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고 고갈되면 다시 차에 담아야 한다. 이 과정은 화석연료나 전기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화석연료의 경우 오랜 시간 인프라가 구축돼 소모가 잦아도 불편함 없이 충전하지만 전기는 여전히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여서 충전 경쟁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한국은 충전기 1곳당 전기차가 2.6대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인프라 구축이 활발한 나라로 꼽힌다. 그럼에도 충전 경쟁이 심한 이유는 국내 설치된 10만5,000기의 전기차 충전 시설 가운데 급속 비중이 불과 14%(1만5,000기)에 머무는 탓이다. 이는 글로벌 급속충전기 평균 비중인 32%와 비교해도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정작 충전이 급할 때는 충전기를 찾아 헤매야 하는 일이 다반사다.

 설령 충전기를 찾는다 해도 영업용 전기차 확대가 이뤄지면서 해당 충전기를 점유하는 사람과 시간이 증가하며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대표적인 분야가 택시다. 택시는 그간 에너지로 LPG를 사용해 왔다는 점에서 휘발유 자가용으로 표현되는 비사업용과 특별한 충돌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전기 택시가 늘어나며 1일 1회 또는 2회 충전이 일상화되자 자가용 이용자와 충전 갈등이 벌어지는 중이다. 게다가 택시는 어디서든 빠른 충전이 필요한 만큼 급속 이용자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택시 또한 운행이 멈출 때는 주거시설에 설치된 완속 충전기 이용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1톤 전기 화물차도 늘면서 오히려 충전기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쉽게 보면 급속이든 완속이든 충전기 하나로 자가용, 택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이 모두 이용할 수밖에 없어 ‘충전 경쟁’은 이미 예고된 사안이다.  

 -주차장 이용에서 내연기관 차별 없어야
 -미래 관점으로 모든 주차면에 충전기 설치 확대해야

 물론 정부도 문제는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환경부와 별도로 영업용 전기차만의 충전 인프라 구축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걸림돌은 설치 장소다. 전기차 충전기는 주정차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간이 마땅치 않다. 게다가 전용 충전 시설을 설치하면 그만큼 일반 내연기관 차의 주차장이 부족해 반발도 심하다. 일부 소비자는 전기차 이용자를 향해 친환경에 따라 각종 보조금과 혜택을 받으면 됐지 굳이 주차장까지 전용으로 마련해달라는 것은 억지스러운 재산권 침해라는 인식마저 나타내고 있다. 

 일찌감치 이런 문제를 겪은 나라가 전기차의 천국 노르웨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르웨이는 공영 주차장에 충전기를 설치할 때 주차면 모두에 개별 설치했다. 주차는 내연기관이든 전기차든 모두가 할 수 있고 전기차라면 충전기만 꽂으면 된다. 물론 그만큼 국민 전체 세금이 투입됐지만 노르웨이 정부의 논리는 단순했다. 언젠가 모든 차가 전기차로 바뀌는 만큼 충전 인프라 설치는 모든 주차면에 하는 게 미래를 위해 낫다고 판단했다. 전기차를 늘리는 것도 일이지만 "주차"는 탄소 배출이 없는 것이어서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차별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앞으로 영업용 전기차의 보급은 더욱 확대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평균 60㎾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 1톤이 아니라 400~500㎾h 배터리의 대형 전기 트럭도 등장하게 된다. 따라서 충전기 인프라 구축도 이제는 전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충전기 설치 보조금을 주며 오로지 숫자만 늘리는 게 결코 능사는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지 않으면 영업용 전기차의 증가에 따른 모든 전기차의 충전 경쟁은 지금보다 훨씬 심화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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