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전쟁이 앞당기는 수소사회

입력 2022년07월05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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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러시아 에너지에서 독립 추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여파가 에너지 지형도를 급격하게 바꾸고 있다. 유럽이 탄소 중립과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에너지 독립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이를 위해 선택한 에너지가 수소다. 

 대표적인 국가는 영국이다. 지난 6일 열린 한영 수소협력웨비나에서 영국 국제통상부 캐롤라인 벌리 수소담당 산업관은 최근 영국이 수소 사회 전환을 앞당기게 된 이유를 밝혔다. 전쟁 여파에 따른 고유가와 발전 연료의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춰 기후변화와 에너지 독립을 동시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영국은 지난해 8월 미래 수소 전략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수소발전을 통해 연간 5GW의 전력을 충당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자 올해 4월 계획을 수정했다. 같은 기간 수소 전력 비중을 10GW로 대폭 늘렸고 이 가운데 5GW는 신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발전용 수소를 확보하는 수전해 방식를 활용하기로 했다. 가정과 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수소로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화석연료로부터 완전한 탈피를 이룬다는 장기적인 국가 에너지 전환 목표를 제시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수소 생산에 들어가는 지원금 대상이다. 수소 생산 보조금을 투입해 가정, 산업, 수송 부문에 필요한 수소 가격을 최소한 천연가스 수준으로 낮추되 수소 생산 방식에 따라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신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하는 그린, 또는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추출할 때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블루 수소에 집중하되 부족하면 원자력 기반의 핑크수소도 일부 보조금 대상에 포함시켰다. 탄소 배출 없는 수소 생산을 원칙으로 하되 원자력 기반의 수소 생산은 필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활용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원자력이 보조 동력일 뿐 주력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연료전지를 거쳐 다시 전기로 변환된 후 곳곳에 사용된다. 영국은 수소의 사용처를 제한하지 않고 산업, 가정, 수송 부문에 적극 활용하겠다며 글로벌 수소 기업의 영국 진출 촉진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수소 부문에 강점을 가진 한국으로선 영국의 수소 사회 전환에 얼마든지 동참할 기회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주목할 곳은 한국이다. 한국은 일찌감치 수소 사회 전환을 선언하고 오는 2030년까지 660기의 충전 인프라를 구축키로 했다. 2040년이면 1,200기가 만들어진다. 게다가 이미 2만대가 넘는 수소 전기차가 활보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소전기차 운행 국가가 됐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수소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줄어드는 중이다. 게다가 새로 들어선 정부가 원자력에 많은 관심을 보이자 수소 에너지 전환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부도 원자력 기반의 수소 생산은 국정 과제로 삼고 있다. 다만, 원자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가정이나 산업에 직접 사용하는 비중도 늘린다는 점이 영국과 다를 뿐이다. 

 그럼에도 관련 기업들의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현대차는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에 수소 파워트레인을 적용할 계획이고 공장에 필요한 전력도 수소로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바퀴 및 날개가 달린, 한 마디로 이동하는 모든 수단의 동력도 수소로 얻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수소 사회 전환은 주력 에너지를 바꾼다는 점에서 결코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수소의 생산, 저장, 유통, 사용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동반 성장이 필요한 분야다. 따라서 선점을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기본적으로 전기가 필요할 때마다 탄소 배출 없는 수소로 필요한 전기만 만들어 쓰자는 게 수소 사회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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