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세월의 역사도 트렌드 변화 읽어야
-IT 접목한 모빌리티 전시회로 거듭나야
189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모터쇼가 열리자 이듬해 프랑스 파리에서 "오토살롱"이 개최됐다. 그러자 1901년 미국이 시카고에 모터쇼를 선보였고 1907년에는 디트로이트에서 박람회가 열렸다. 영국이 이에 뒤질세라 1910년 버밍엄모터쇼를 열며 초창기 자동차 혁명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이들 모두는 자동차 강국의 시대를 오랜 시간 유지했다.
하지만 개최국 제조사만 참여하다 보니 위상이 좀처럼 서지 않아 1919년 국가별 자동차제조사단체(OICA)가 모여 모터쇼의 경쟁보다 위상 강화에 합의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OICA는 기본적으로 한 국가에서 열리는 하나의 모터쇼에만 공식 인증을 내줬다. 한국에선 서울모터쇼(現 서울모빌리티쇼)가 1997년에 받았다. 하지만 부산국제모터쇼는 2001년 1회를 시작으로 매 2년마다 11회까지 이어졌지만 아직 OICA 인증은 받지 못했다. 매년 1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했을 정도였지만 글로벌에서 주목도는 신통치 않았다는 뜻이다. 물론 이전의 부산국제모터쇼는 규모 면에서 서울모터쇼에 뒤지지 않았다. 관람객 숫자와 전시장 규모도 컸다. 자동차 제조사 참여는 부산국제모터쇼가 오히려 더 많았다. 상용차 참여 비중도 높아 2016년에는 만트럭버스코리아도 참가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부산의 마지막 모터쇼라는 얘기가 흘러나올 정도로 규모가 쪼그라든 탓이다. 완성차 제조사는 현대차그룹과 BMW그룹이 전부였고 오히려 이륜차 참여가 많았을 정도다. 게다가 일부 공간은 참가 업체를 구하지 못해 주최측이 오히려 비용을 지원하기도 했다. 전시 사업 자체가 장소 제공으로 수익을 얻는데 오히려 공간을 채워 달라며 돈을 쓰는 상황에 도달한 것이다. 그렇다고 참가를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모터쇼는 철저하게 기업의 마케팅 관점에서 접근하기에 참여 결정은 개별 브랜드의 전략적 방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동차 업계 내에선 서서히 "모터쇼 무용론"이 고개를 드는 것도 사실이다. "모터(Motor)"보다 "모빌리티(Mobility)"로 관심이 옮겨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모터쇼는 지난해 "서울모빌리티쇼"로 이름을 바꾸고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세계적인 추세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CES 위상이 높아지자 비슷한 시기에 열리던 북미국제오토쇼의 전시 기간을 아예 변경했고 독일도 "모터쇼" 대신 "모빌리티 박람회"로 바꾼지 오래다. 이를 반영하듯 부산국제모터쇼도 올해 "넥스트 모빌리티, 축제가 되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규모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8개국 120개사 1,798개 부스라고 언급됐지만 관람객 입장에서 눈에 보이는 것은 크고 작은 30개 내외의 부스, 그리고 외부의 체험 행사장이 전부다.
물론 이전에 비해 쪼그라든 규모를 놓고 주최측을 탓할 수도 없다. 그러나 완성차 기업의 관심이 자동차에서 보다 확장된 모빌리티 개념으로 돌아선 상황에서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요즘은 디지털 신차 발표회도 흔하다. 적은 비용으로 얼마든지 모터쇼 참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다. 또한 IT의 발전으로 자동차 자체를 그저 이용하고 필요하면 무선으로 성능을 높이는 "구독" 성격도 강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부산국제모터쇼가 잘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지금의 수준이라면 과감한 변신이 필요한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자칫 과거의 "모터쇼" 기억에 머무르려 한다면 어느 순간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가져야 한다. 각종 모터쇼를 볼 때마다 구경할 것이 많아 종아리가 아팠던 경험을 이번에는 전혀 느낄 수 없었으니 말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