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보행자는 "절대적 약자" 인식
-보다 안전한 교통 환경을 위한 운전자 참여 필수
지난 7월12일 도로교통법이 개정, 시행됐다. 새로 바뀐 도로교통법 핵심 키워드는 "보행자 보호"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는 물론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도 일시정지 하도록 의무화했다. 특히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은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의 횡단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일시정지 하도록 했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역시 우회전 통행 시 보행자 안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전방 차 신호가 적색신호일 때 우회전 하는 경우 정지선, 횡단보도 및 교차로 직전에서 반드시 일시정지하고 주위를 살피자는 것이 핵심이다.
점차 강화되는 보행자 안전 기준에 일부 운전자는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 도로 위에서 차가 멈추는 시간이 길어지고 뒤에 직진이나 좌회전을 하려는 차들은 신호 한번에 못 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도로교통법이 보행자 보호에 힘을 싣는 배경은 명확하다. 차와 보행자 동선이 얽히는 횡단보도나 교차로에서 보행자는 여전히 "절대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이는 각종 교통사고 통계에도 드러난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 중 보행자 비율이 40%에 육박한다. 최근 5년간(2017~2021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총 1만7,312명이며 이중 보행자가 6,575명(약 38.0%)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인 19.3%(2019년도 OECD 통계 기준)보다 약 2배 높은 수준이다.
특히 차가 우회전 상황에서 상당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발생한 보행 사망자 3,882명 중 우회전 상황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212명으로 10% 가량을 차지한다. 우회전 시에는 차가 보도 측에 붙어 회전하기에 A필러에 의해 보행자 인식이 어렵다. 또 스티어링 휠이 왼쪽에 있는 국내 자동차 특성상 전방 및 좌측에 비해 우측 사각지대가 더 길고 넓다.
개정 도로교통법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에서 더욱 큰 경각심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 중 교통사고 실태가 더욱 심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2017년~2021년)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 건수는 총 2,487건이었으며 이 중 50.4%인 1,255건은 횡단 중 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문제와 함께 처벌을 강화하는 법과 규제도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사고율 제로를 달성하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운전자 개개인의 인식과 참여가 더욱 중요하다. 다소 시간이 걸리고 불편해도 우리 사회가 정한 규칙에 맞춰 동참해야 더 나은 교통 환경을 만들 수 있어서다.
물론 운전자를 비롯해 교통 환경에 대한 배려도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횡단보도 일시정지 시 발생하는 교통 문제점을 파악하고 상습 정체 구간에서는 신호 체계 개편 등을 거칠 필요가 있다. 단순 개정 및 시행만 할 게 아니라 현장 목소리를 듣고 조금씩 다듬고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도로 위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게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운전자와 보행자, 관리감독 주체를 비롯한 당국 등 모두의 노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 사고율 감소를 넘어 제로라는 목표도 언제인가 달성할 수 있으리라 본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