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업, 운송 이익 극대화에 운명 걸어
2014년 미국에서 설립된 자율주행 기업 "죽스(Zoox)"의 창업자는 호추 출신의 디자이너 팀 켄틀리-클레이와 스탠포드 대학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던 제스 레빈슨이다. 그리고 둘의 창업을 눈여겨 본 사람은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회장이다. 물론 제스 레빈슨의 아버지 아더 D. 레빈슨(Levinson) 애플 이사회 회장도 많은 지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존이 죽스를 자율주행 인수 기업으로 선정한 것은 그만큼 운전자를 빠른 시일 내에 배제하려는 욕망이 강했던 탓이다. 죽스는 창업 5년 만에 아마존을 등에 업으며 흔히 말하는 엑시트(exit)를 했지만 아마존은 죽스의 자율주행 기술이 시장에서 빠르게 진행되기를 원했으니 이른바 "기술과 욕망"의 결합이 낳은 결과다. 하지만 이면에는 "비용과 비용"이 손을 잡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죽스는 계속되는 투자 비용이 필요했고 아마존은 인건비 절감 방안으로 자율주행 기업을 인수했으니 말이다.
아마존으로 합병된 후 죽스는 운전자 배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20년 캘리포니아 주정부로터 자율주행 시험 운행 허가를 받았고 이달에는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승용 전기차 인증을 받았다. 이들이 개발한 4인승 원박스 전기 자율주행 이동 수단은 승용 및 화물,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데 첫 번째 고객이 바로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죽스의 이동 수단을 여객 및 화물 운송에 투입해 운전자 비용을 배제시켜 비용을 절감하려 한다. 달리 보면 비용 절감이 곧 이익이니 당연한 욕망이 아닐 수 없다.
아마존이 주목하는 것은 물류다.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들에게 온라인 상점을 제공하고 여기서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에게 판매자 물건을 배달해주는 역할이 핵심 사업인 탓이다. 따라서 이익은 거래된 제품의 가격 일부를 취하는 수수료와 물건을 배송해주는 물류대행에서 발생한다. 판매 수수료의 인상 등이 외형적인 이익 증대라면 배송비 절감은 보이지 않는 이익 공간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판매 수수료 인상은 외형적으로 소상공인 등의 반발에 부딪쳐 올리는 게 쉽지 않다. 이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물류 비용 절감 방안은 다르다. 인력, 에너지, 이동 수단 등 각 부문별 절감이 마른 수건 쥐어짜듯 시도된다. 그 중에서 가장 오래된 시도가 이동 경로의 효율화다. 물건 배송의 경로를 최적화해 연료비를 절감하는 방안이다. 그리고 연료비 절감은 전동화로 이어진다. 기름보다 전기 비용이 낮은 데다 물류 기업도 탄소 중립에 동참해야 하는 만큼 전동화로 방향을 전환하는 중이다. 그리고 여기서 직접 제조를 선택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물건 배송에 필요한 이동 수단을 도입할 때 내연기관 이동 수단은 전문 제조사의 영역이 확고해 가격 협상력을 떨어지는 탓이다. 반면 전동화는 물류 기업도 얼마든지 손쉽게 뛰어들 수 있어 스타트업 인수에 활발히 나서는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전동화를 선택할 때 조건이다. 물류 기업은 이동 수단 판매가 아닌 이동 수단 활용 비용의 절감에 맞추어져 있어 전동화의 핵심으로 배터리팩 교체 방식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물건의 이동 과정이 드러나지 않아 차체 등의 노후화 등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나아가 배터리팩 안에 담긴 셀만 바꾸려는 노력도 활발하다. 쉽게 보면 자동차를 바꾸는 비용보다 배터리팩 교체 비용이 적고, 배터리팩 교체보다 배터리 셀 교환 비용이 훨씬 낮다는 의미다. 아마존이 배터리셀 교환 방식을 개발한 미국의 배터리팩 기업 "이메트릭스"를 선택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력 비용 절감에 나서려 한다. 이때 죽스의 자율주행 기술이 필요했고 결국 인수했다. 결과적으로 배터리셀 교환 방식의 자율주행 전동 이동 수단 개발이 완성되면 물류 기업의 이익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는 셈이다. 그리고 물류에서 집약된 사업 노하우를 그대로 적용하려는 분야가 사람 운송, 즉 여객 부문이다. 이를 통해 사람과 물건을 모두 이동시키는 모빌리티 완성체로 가겠다는 게 아마존의 목표다.
물론 사람 운송으로 시작된 우버, 그랩 또한 자율주행 완성을 기반으로 물건 배송까지 진출하려는 것은 당연지사다. 반면 이동 수단을 제조, 물류 기업에 판매하던 완성차 기업은 우선적으로 소형, 중형, 대형에 최적화된 물류 전용 이동 수단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목적기반 모빌리티, 즉 PBV(Purpose Built Vehicle)다. 최근 기아가 적극 내세우는 것이지만 이면에는 물류 기업의 직접 제조 욕망을 낮추려는 효과가 숨어 있다. 그럼에도 아마존과 같은 물류 기업이 필요한 이동 수단을 직접 만들어 조달할 때를 대비해 물류 사업 진출도 열어 놓고 있다. GM이 물류기업 브라이트드롭을 만든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런데 자율주행 기업들이 인간 운전자 배제에 안간힘을 쓰는 과정에서 역시 가장 걸림돌은 결국 인간이다. 그만큼 "운전직"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이때 중재자 역할은 정치가 맡게 된다. 그런데 모빌리티 부문에 대한 한국의 정치적 상황은 결코 녹록치 않다. 운전자 배제를 떠나 운전자가 있는 여객, 특히 택시 부문의 해결책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용자는 한없이 불편함을 호소하는데도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는 이유는 정치의 본질이 선거라는 점 때문이다. 운전자를 배제하려는 사람보다 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것 자체가 전환의 어려움이라는 뜻이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