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 지능형 설계 적용
-금속 분말 이용한 3D 프린팅, 적층 제조의 꽃
3D 프린터는 디지털 설계 도면과 다양한 소재들을 사용해 입체적인 출력물을 제작하는 기술이다.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든 과정이 효율적이고 정밀하게 관리될 수 있어 산업계 전반에서 활용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2021년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3D 프린팅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3D 프린터 사용자의 53.6%가 시제품 제작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자동차 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R&D에 3D 프린터가 적극 사용되는 중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3D 프린터의 효용성은 컴퓨터의 발전에 기반한다. 특정 분야 지식을 컴퓨터에 축적하고 이들을 기반으로 응용 분야가 접목되면서 설계 이론 분야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1970년대 이전의 인공지능 분야가 교과서적 문제 해결에 집중한 반면 근래에는 설계와 관련된 데이터 접근법 및 분석법 등이 발전하면서 실증적인 문제도 해결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자동차 분야에선 3D 프린터와 지능형 설계로 도출된 유연 자율 생산시스템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말 그대로 유연 자율 생산은 로봇이 스스로 판단해 여러 제품을 탄력적으로 생산하는 일종의 스마트 공장이다. 세계 곳곳에 최적화된 제품을 개발, 생산할 때 각 지역의 복잡성과 자율성, 그리고 짧은 제품 수명 및 주기, 다양화 등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으로 3D 프린터가 동원된다. 지난주 막을 내린 부산국제모터쇼에서도 3D 프린팅 분야를 연구하는 한국재료연구원(이하 재료연)이 금속 파우더를 이용한 3D 프린팅 기술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금속 파우더를 이용한 3D 프린팅은 적층제조 분야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재료연에서 보여준 것은 차체 구조물 모듈과 금속 3D 프린팅 분말 및 성형체, 바인더 젯팅 3D 프린팅 공정, 친환경 고성능 마그네슘 합금 소재, 모터용 영구자석과 철계 연자성 코어 등이다. 이 중 차체 구조물은 알루미늄 파우더를 이용한 전륜 스트럿 주위의 모듈로 다소 복잡한 형상을 구현했다. 이 차체 모듈은 금속 3D 프린팅을 이용해 용접이나 나사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차체를 이어준다.
또한 3D 프린팅은 적층제조 분야와 함께 CAE(Computer Added Engineering)를 이용한 적층해석(Additive Analysis)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사용되는 중이다. 특히 적층 제조물의 구조나 강도 등을 해석할 때 보다 강건하고 최적화된 설계 결과물을 획득한다. 현재 이 분야는 대부분 외산 소프트웨어가 활용되는데 국내 토종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인 메타리버테크놀러지(MetariverTechnology)도 적층해석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메타의 적층해석 소프트웨어 "뱀파이어(vampire)"는 시뮬레이션도 가능해 구조물의 적층해석을 수행하는 기업에게는 필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처럼 3D 프린팅 분야는 재료, 제조, 시뮬레이션 등 세부 기술을 자동차 분야 뿐 아니라 의료용 장비, 방위산업, 항공우주산업 등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적용된다. 그만큼 미래 산업의 메가트렌드인 경량화와 소량 다품종 제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는 뜻이다. 하지만 외산 3D 프린터와 소프트웨어, 여기에 사용되는 금속 분말의 가격이 고가여서 3D 프린팅을 위한 금속분말 및 관련 3D프린터 제품, 소프트웨어, 공정 기술 등의 국산화는 꼭 필요한 사안이다.
국내외에서 최근 5년간 너무나 활발하게 "모빌리티 산업"을 외치고 있다. 자동차에서 모빌리티로 변화해 가는 과도기에 놓인 이 시기는 결국 극복 대상이다. 이 과정에서 미래 산업을 선점하기란 쉽지 않은 숙제지만 3D프린팅 장비 및 설계 기술, 금속 분말과 같은 재료분야, 제조공정, 적층해석 소프트웨어 등의 트렌드 변화에 잘 대응하면 선점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가지려면 더더욱 말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