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과 탈착식의 진화
전기차에서 배터리를 떼어내려는 움직임은 사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이미 일상에서 배터리를 교환하거나 충전하는 방식이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전기차에서 배터리를 떼어낸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는 배터리의 소유권이다. 차에 고정돼 있어도 소유권은 나눌 수 있고 관심을 보인 곳이 금융권이다. 전기차에 고정 장착된 배터리의 소유권을 확보한 후 전기차 구매자에게 매월 이용료와 이자를 받으려 한다. 이에 따라 꾸준히 소유권 분리를 요구했고 정부는 이를 허용했다. 자동차등록증에 전기차 소유자와 배터리 소유자가 별도 기재될 수 있도록 했다.
또 다른 분리 움직임은 배터리를 자동차에서 진짜 떼어내려는 탈착식이다. 중국은 이미 적극 진행 중이고 일본도 대형 상용 전기차에 한해 검토에 들어갔다. 매일 일정 구간을 왕복하는 상용 전기차는 플러그를 꽂아 충전하는 것보다 이미 충전된 배터리를 바꾸는 게 보다 효율적이라 판단한 덕분이다. 국내도 전기 바이크는 이미 탈착식이 확대되는 중이다. 물론 이때도 배터리와 전기차의 소유권은 분리된다. 이 사업은 값비싼 배터리의 구매 여력만 있다면 금융업, 에너지기업 등이 모두 관심을 갖는다. 물론 전제는 배터리의 표준 규격화 및 탈착식의 적용이다. 자동차회사가 탈착식을 선택하지 않으면 사업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이를 강제하기로 했다.
여기서 관심은 보조금의 행방이다. 기본적으로 전기차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이유는 운행 때 배출가스를 내뿜지 않아서다. 하지만 엄밀하게는 배터리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어서 전기차를 폐차할 때는 배터리를 자치단체가 회수한다. 현재는 탈착식이 아니어서 자동차에 지급해도 큰 문제가 없는 셈이다. 그런데 소유권을 금융회사가 가져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전기차 보조금을 누구에게 지급할 것인가의 논란이 대두된다.
예를 들어 금융사업자가 소유한 2,000만원짜리 배터리가 장착돼 자동차회사가 5,000만원에 판매하는 전기차가 있고 보조금 1,200만원이 지급될 때 보조금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의 논란이다. 금융사업자에게 주면 배터리 가격은 800만원에 머물러 차 가격은 3,800만원이 된다. 반면 배터리가 없는 차체에 보조금을 지급해도 가격은 3,800만원이 되는 만큼 소비자는 별 다른 관계가 없다. 그러나 금융사업자와 완성차 제조사에게 보조금 1,200만원은 이익과 직결되는 요소여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외형적으로는 전기차 가격 부담이 내려간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지출 비용은 오히려 오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보유 비용 인상을 억제하려면 소유권이 탈착식과 연계돼 소유권자가 전력 유통사업도 병행하는 게 최선이다.
이런 측면을 고려하면 에너지기업의 배터리 교체식 사업 진출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자동차기업이 충전기 설치 장소를 별도로 고민할 때 에너지기업은 이미 곳곳에 자리잡은 주유소 간판을 "전기 충전소"로 바꾸고 주유기 대신 여러 개의 배터리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교체 시설만 갖추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때는 충전에 걸리는 시간이 아니라 교환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야 하는데 이미 해외에선 3분 교체가 대세라는 점에서 전력 유통사업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배터리의 소유권과 탈착식을 적극 전개하려는 곳은 영업용 전기차 시장이다. 어떻게든 운송 비용을 낮추고 멈춤 없는 운행이 필수인 영업용은 충전 장소와 시간의 편리성이 매출과 직결된다. 충전 시간이 짧을수록, 충전 장소가 많을수록 사업에 도움이 되는데 자동차회사는 충전 장소가 불리하고 에너지기업은 교체형 전기차를 직접 제조하지 못하는 게 단점이다. 그래서 운송 사업자가 직접 배터리 탈착식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물론 아직 누가 주도할 것인지 알 수는 없다. 게다가 배터리회사는 자동차회사에 물건을 공급하는 위치여서 섣불리 교체형 배터리 시장에 진출하지 않는다. 그러나 교체형 배터리가 탑재된 영업용 전기 세단이 투입된다면 즉시 교체 사업에 착수할 수도 있다. 배터리 소유권 뿐만이 아니라 진짜 분리될 때의 전력 유통 경쟁은 그야말로 무한경쟁으로 변모하는 탓이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