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전기를 배터리에 담을 것인가
-유선, 무선, 교환, 유무선 혼용, 이동식 무선 충전 등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에 전기를 담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플러그를 꽂아 충전하는 유선 충전이다. 이때는 전기를 담는 속도에 따라 완속과 급속, 초급속으로 나눈다. 그런데 충전을 위해 꽂는 플러그의 모양이 제각각이다. 콤보, AC 3상, 차데모 등이다. 한국은 미국 표준에 따라 DC 콤보 타입1을 쓰지만 전기차 보급 초기에 차데모 및 AC 3상 충전구를 가진 전기차도 많이 판매돼 일반적인 충전기에는 세 가지 타입이 모두 연결돼 있다. 그러나 유럽에 수출하는 전기차는 DC 콤보 타입2를 적용한다. 타입1과는 충전기 커넥터 핀의 숫자만 다를 뿐이다.
그리고 같은 유선에 이동 개념을 넣은 게 이동형 충전이다. 모든 건물에 확보된 가정용 220V 콘센트를 통해 충전하되 전기 요금 분리를 위해 별도 충전 단말기를 활용한다. 이를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용 220V 전용 콘센트에 유선 연결하면 된다. 물론 충전을 위해선 해당 콘센트가 설치된 주차면에 세워야 한다.
이처럼 플러그를 꽂는 게 일반적이지만 굳이 플러그를 연결하지 않아도 충전은 된다. 무선충전이다. 일찍이 카이스트에서 개발한 ?기차 무선충전 방식으로 현대차 또한 이미 실증사업에 착수했다. 경상북도는 아예 "전기차 차세대 무선충전 규제자유특구"를 기획했다. 주유소 내에 유선 및 무선 충전기를 통합 설치하는 전략이다. 충전기에 플러그를 꽂을 수도 있고 주차면에 머물기만 해도 충전이 된다.
그런가 하면 배터리를 별도로 떼어내 전력을 담을 수도 있다. 흔히 알려진 배터리 교환 방식이다. 그런데 교환 방식도 반납된 배터리에 전기를 다시 담을 때 유무선 충전 가운데 하나를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굳이 플러그를 꽂지 않는다면 이동형 무선 충전도 가능하다. 주차된 전기차에 무인 배터리 이동 수단이 가까이 다가가면 된다. 전기를 충전용 이동 수단의 배터리에서 운행용 전기차 배터리로 배달하는 것이니 스스로 무선 충방전을 한다. 굳이 사람이 유선으로 플러그를 꽂아줄 필요가 없다. 영국 히드로공항에서 운행되는 "울트라팟(Ultra Pod)"은 자율충전의 대표적인 사례다. 한때 국내에도 잠시 도입됐다 운영이 무산된 울트라팟은 운전자 없이 히드로 공항에서 주차장을 전기로 오가는 이동 수단이다. 이용자가 호출하면 스스로 다가오고 탑승하면 정해진 목적지(주차장)로 운행한다. 주행 중 배터리 전력이 일정량 이하로 줄어들면 이용자를 목적지까지 옮긴 후 스스로 충전 스팟에 들어간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인공지능 로봇 청소기와 방식은 다를 바 없다. 이때 무선 충전이 활용된다. 물론 무선 충전기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은 유선이다.
나아가 최근에는 충전을 위한 전기를 직접 만드는 도전도 이어지는 중이다. 이때 전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두고 다양한 시도가 잇따른다. 수소로 전기를 만드는 것과 주유소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해 전기를 만드는 식이다. 국내에선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라 부르지만 유럽 등에선 이미 복합 스테이션으로 불리며 확산되는 추세다. 복합 스테이션은 발전과 충전을 동시에 수행하는데 발전 방식은 다양하다. 수소로 연료전지를 가동하지 않더라도 스테이션 지붕에 내리쬐는 태양에서 전기를 얻을 수도 있다. 게다가 국내에선 태양광 전력을 많이 모으는 기술도 이미 개발됐다. 패널에서 발생 즉시 흩어지는 전자를 순식간에 잡아 발전 효율을 높였는데 해당 기업에 따르면 기존 발전량보다 최대 30% 이상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한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의 충전 기술 활성화가 의미하는 것은 결국 전기차 확대가 발전, 전력 유통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화석연료 중심의 제도와 잦은 충돌이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전기차 보유자가 휴대용 태양광 발전 장치로 전력을 만들어 자신의 전기차에 충전, 사용한다면 이것 자체가 규제 대상인가 아닌가를 따져봐야 한다. 국내 법률이 규정한 전력 유통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규제 대상이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매우 논리적이다. 이미 전기차에 적용돼 사용하는 회생제동장치의 경우 운전자가 전기를 만들어 사용한다. 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로 전기를 만들어 배터리에 넣는데 전기를 만든 주체는 운전자다. 다시 말해 이미 개인이 전기를 만들어 충전한다는 점에서 전력 유통을 규제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는 반론이다. 누구든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발전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필요한 식수를 자체 정화 방식으로 만들어 먹을 때 이를 규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을 내놓는다.
지금은 전기차로 시작되지만 전동화가 가져올 패러다임의 변화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수송 부문 에너지의 전면 대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수송 부문 법률과 규제는 화석연료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이를 태워 동력을 얻는 내연기관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그렇다 보니 "전기"라는 에너지를 수송 부문에 넣을 때 적지 않은 법적 혼란이 벌어지기 마련이고 해결도 오래 걸린다. 결국 법률을 정비하는 것보다 대부분 규제샌드박스 등의 예외 규정으로 장벽을 돌파하는 방식을 택하는데 이는 분명 잘못이다. 사회적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일시적으로 혼란을 수면 아래로 밀어 넣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당장 자동차세 부과 기준을 보면 된다. 자동차세는 도로 이용과 재산적 가치가 포함된 세금인데도 1억원이 넘는 전기차보다 5년 넘은 쏘나타 세금이 더 많다. 배기량 기준으로 부과하니 말이다. 바꾸지 못하는 것인지 바꿀 엄두를 못내는 것인지 그것이 궁금할 따름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