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개선 추가 비용 소비자 부담할 수 있어야
여러 논란이 오가지만 계산법은 매우 단순하다. 1995년 국내 자동차 보유 대수가 5.4명당 1대일 때 한국에서 택시 1대는 230명이 이용했다. 그런데 2021년 승용차 1대를 2.1명이 보유할 때도 택시는 210명당 1대가 운행됐다. 자가용 보유율이 두 배로 치솟을 때 택시 감소는 없었으니 공급 과잉이다. 따라서 택시도 줄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줄이지 못했다. 면허 보상 방법이 마땅치 않았던 탓이다. 그리고 이용자보다 공급이 넘쳐나니 택시는 가뜩이나 작은 밥그릇을 서로 나누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나름의 생존 방안을 찾기 위해 서비스 등을 높이고 그에 따른 비용도 받겠다며 요금의 자율적인 결정권을 정부에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정부는 사업자가 서비스 비용을 지나치게 올릴 수 있어 시민들의 비용 부담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 대신 LPG 연료의 세금을 면제하는 등의 간접 지원을 선택했다.
그런데 간접 지원은 말 그대로 "간접"이어서 보조적 지원일 뿐이다. 하지만 이 점을 명분 삼아 자치단체는 택시 요금을 억제했다. 차 가격이 오르고 연료 값이 상승해도 "간접 지원"을 내세워 2년마다 조정해야 하는 요금을 동결했다. 하지만 간접 지원은 연료 세금 면제가 전부여서 인상되는 제반 비용의 부담을 경감시키는데 한계가 분명했다. 면세만 했을 뿐 오르는 연료비는 요금에 반영하지 않았던 탓이다.
이처럼 공급이 넘쳐나던 때에 코로나19가 기름을 부었다. 모임이 자제됐고 식음료 매장의 영업 시간이 제한되며 수요는 곤두박질쳤다. 택시는 이용자가 없어 당연히 수익성이 악화됐다. 그러자 급여 운전자, 흔히 말하는 법인택시 기사가 다른 일을 찾게 됐다. 힘들게 운전해도 손에 쥐는 게 없으니 오히려 운전을 하지 않는 게 현명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19 규제가 해소됐다. 심야 영업 제한이 사라졌고 모임도 허용됐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늦은 시간까지 만남을 이어갔고 귀가를 위해 택시를 찾았다. 하지만 운전자가 돌아오지 않았다. 여전히 돈벌이가 되지 않는 직업이 택시 운전이었으니 돌아갈 명분이 없다. 택시는 있는데 기사가 없어 마냥 서 있는 차만 늘어갔다.
그럼 왜 돈이 되지 않을까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택시로 돈을 버는 것은 승객이 많다는 전제가 수반된다. 따라서 코로나19 이후 승객이 늘었으니 돈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그 사이 연료 값이 추가 인상됐고 차 가격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많이 태워봐야 투자비조차 회수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택시 운전을 직업으로 삼을 필요성이 더더욱 낮아진다. 어차피 운전으로 생계를 한다면 다른 일도 많다.
이런 이유로 자치단체가 요금 인상을 제안했다. 그러자 이용자는 반발한다. 택시 업계의 상황은 이해하지만 동시에 서비스 향상을 전제로 요금이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갈등이 벌어지는 부분이 바로 "서비스"의 내용이다. 대체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서비스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대체적으로 "냄새 없는 택시, 승차 거부 근절, 운전자의 친절함" 등으로 모아진다. 예전 "타다"의 카니발을 떠올리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서비스를 개선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냄새 없는 택시는 사용 가능한 차령을 지금보다 대폭 줄여 4~5년마다 새 차로 바꾸게 하면 된다. 차가 오래될수록 냄새가 나는 탓이다. 이 점은 자가용도 예외가 아니다. 두 번째 승차 거부 근절은 신고로 확인됐을 때 처벌을 강화하면 된다. 여기서 처벌은 일정 기간 영업 금지다. 그러나 운전자의 친절함은 애매하다. 매우 주관적인 요소여서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승객의 말에 응대를 하지 않으면 "조용한 택시"인데 때로는 대답 없는 운전자를 불친절로 몰아가기도 한다. 그런데 "타다"를 경험한 사람들은 운전자의 친절함을 "연령"에서 찾는 경우가 많았다. 젊은 사람일수록 운전에 신뢰가 간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젊은 기사를 영입하면 해결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젊은 인구층이 적고 택시보다 급여가 좋은 일자리가 많아 오지 않는다. 그래서 요금 인상 이면에는 젊은 운전자 영입 목적도 포함돼 있다. 유입 가능성은 확신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번 요금 인상이 이용자와 공급자 모두를 만족시킬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이용자는 차종의 차별화도 없고 천편일률적인 택시에 불만을 갖는다. 반면 택시 공급자는 인상 폭이 적다고 아우성이다. 이용자는 급감하되 연료비와 차 가격은 상승한 탓에 인상폭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 대안은 있을까? 없지는 않다. 택시에 대중교통과 고급교통의 개념을 섞는 방안이다. 법적으로 택시는 대중교통이 아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요금이 통제된 탓에 이용자는 대중교통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요금 인상에 반발한다. 반대로 사업자는 택시가 고급교통 수단이어서 이용료가 영국이나 일본처럼 비싼 것이 정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마디로 비싼 돈을 주고 이용할 사람만 이용하도록 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논리를 펼친다. 이때 요금의 결정권은 사업자에게 달라고 한다. 프리미엄 자동차로 매우 친절하게, 전혀 불만 없이 이동 서비스를 제공할테니 요금은 많이 내도록 하자는 방안이다. 지금도 일부 운영되는 고급택시의 추가 확대다. 이렇게 하면 택시 서비스가 다양화되고 이용자는 선택하면 된다. 비싼 요금이 부담이라면 귀가 시간을 조절해 대중교통인 버스 또는 지하철을 이용하라는 의미다. 이 경우 노령자, 학원, 자전거 탑재 등의 다양한 택시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
요즘 항공권 가격이 비싸다. 가장 기본적인 수요와 공급의 논리가 작동되기 때문이다. 해외 여행 수요는 많은데 항공권이 부족하니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다. 동일한 잣대로 택시 요금을 비교하면 수요가 많은 시간 대에 공급이 부족하니 가격이 올라야 한다. 그래서 심야 "할증"을 운영하며 요금의 20%를 최대 40%까지 올리겠다는 계획도 발표됐다. 물론 수요와 공급 논리에 따르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마저도 부담된다는 게 이용자들의 생각이다.
그래서 이번 기본 요금 및 심야 할증료 인상이 서비스 개선으로 연계되는 것은 쉽지 않다. 특정 서비스 제공으로 추가 수익을 얻는 게 아니라 모든 택시에 동시 적용되는 방침인 탓이다. 서비스가 개선되려면 개선에 필요한 조치가 시행됐을 때 그만큼 추가 비용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용자는 낼 생각이 별로 없다. 결국 운송 원가의 일부만 충당되는 것, 그게 바로 이번 서울시의 요금 인상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