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배출가스 규제 충족이 우선
꽤 오래전부터 르노코리아의 XM3 하이브리드(HEV)를 국내 판매 목록에 올려 달라는 목소리는 있었다. 그러나 르노코리아는 HEV의 우선 투입 지역으로 유럽을 선택했다. 이유는 모기업인 르노의 평균배출가스 충족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유럽 내 내연기관 규제 강화에 따라 배터리 전기차(BEV)만으로 대응이 어려웠던 만큼 HEV 판매로 좁아지는 규제를 돌파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LPG 엔진 판매로 배출가스 총량 규제를 만족시켰다. 대표적 차종인 QM6 LPe의 생산 전량이 국내 시장에 판매된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XM3 HEV의 한국 투입이 결정돼 이달부터 사전 계약을 받는다. 이를 두고 유럽과 한국의 배출규제 상황이 해소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HEV 생산 확대가 배경이다. 어차피 평균배출가스, 또는 평균효율을 달성하는 차원이라면 HEV를 확대하는 게 유리한 데다 국내 시장의 HEV 수요 또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점을 간과하기 쉽지 않다. 다시 말해 수출에만 전력해도 공장 가동은 전혀 문제가 없지만 XM3 HEV를 국내에 내놓는 것은 내수와 수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다.
과거 수출 의존 경험도 위험 분산을 선택한 이유로 꼽힌다. 북미로 향하던 닛산 로그를 생산하던 부산 공장은 닛산이 북미 생산을 직접 하겠다고 나서자 위기에 봉착했다. 이를 대체할 차종으로 XM3가 선정됐지만 그 과정에서 노사 갈등도 적지 않았다. 로그 생산이 감소해 소득이 줄자 비용 절감이 뒤따르며 갈등이 발생했고 이를 틈타 XM3의 유럽 내 생산을 노리던 르노의 다른 지역 공장들은 역으로 유럽 생산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XM3 생산지로 한국의 부산이 확정돼 로그 생산을 완전 대체했다.
이후 2년째 XM3는 수출 최우선 차종으로 자리매김했다. 게다가 때마침 유럽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HEV를 찾는 사람도 급증한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대외적인 상황만이 XM3 HEV의 성공(?)을 해석하는 이유는 될 수 없다. 소비자들이 돈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제조물로서 "자동차"라는 제품 가치가 없으면 제 아무리 HEV라도 구입에서 배제되는 게 인지상정인 탓이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기대되는 항목은 단연 효율이다. E-테크 하이브리드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효율이 ℓ당 20㎞가 넘는다(유럽 기준). 4기통 1.6ℓ 가솔린 엔진과 3개의 전기모터, 1.2㎾h 리튬이온 배터리 조합으로 시스템 최고출력은 150마력 수준이며 최대토크는 엔진 15.1㎏·m, 전기모터에서 15.3㎏·m를 낸다.
HEV의 국내 인기는 이미 소형 SUV 시장에서도 검증된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월보에 따르면 8월까지 국내에 판매된 기아 스포티지 3만4,045대 가운데 HEV는 1만2,349대로36.2%의 비중을 차지한다. 주력인 가솔린의 52.6%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반면 디젤은 아예 존재감이 없다. 심지어 중형 SUV로 분류되는 쏘렌토 또한 8월까지 판매된 4만4,391대 가운데 HEV가 72.7%에 달할 만큼 압도적이다. 시장 내에서 디젤은 더 이상 소비자들이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디젤 수요가 HEV로 전환됐으니 르노코리아도 서둘러 HEV를 투입하는 게 최선이다.
그래서 르노코리아의 XM3 HEV 투입을 시점 측면에서 보면 매우 적절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크기를 가리지 않고 SUV 판도 자체가 휘발유 및 HEV로 돌아서는 상황을 놓치지 않아서다. 물론 회사가 전략적으로 시장 변화를 기다린 것은 아닐테지만 때마침 연료 선호도가 달라진다는 점은 XM3 HEV에게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이 말은 결국 생산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과 연결된다. 다시 말해 XM3 HEV의 생산 능력이 곧 국내 시장의 점유율로 직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HEV를 찾는 사람이 많을 때 제조사에게 중요한 것은 누가 많이 만들어 먼저 공급하느냐에 달려 있으니 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