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제 근간 바꾸지 않으면 불가능
"운전"은 면허만 취득하면 누구나 한다. 물론 운전면허만 있다고 모든 용도의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운전 자체는 어렵지 않다. 그래서 정부가 정한 운송 요금을 받고 운전으로 돈을 벌기 위해선 별도 자격을 취득토록 해놨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영업용 자동차의 운전 자격일 뿐 실제 유상운송 사업은 별도 면허를 부여했다. 대표적으로 택시, 버스, 화물을 운전할 수 있는 자격과 해당 사업을 할 수 있는 면허는 구분된다. 본질적으로 ‘운전’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운송사업은 정부가 관리하겠다는 목적이다.
그런데 자격이 없다고 동일한 차종을 운전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돈을 받지 않는 비영업용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쏘나타를 자가용과 택시용으로 사용하는 것의 차이일 뿐이다. 택시로 사용하려면 운전자는 별도 자격이 필요하고 운전자를 고용해 사업을 하려면 사업 면허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운전면허" 보유자라면 누구든 "운전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늘 존재하는 셈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운전’을 직업으로 삼으려 할 때 진입 장벽이 거의 없다는 얘기와 같다.
여러 운전직 중에서도 택시 운전은 누구나 매우 쉽게 할 수 있는 직업이다. 운전 가능한 사람, 다시 말해 운전면허 보유자가 3,000만명을 넘으니 남녀노소 불구하고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이 부분에서 택시대란의 근본 문제가 시작된다. 누구나 진입할 수 있는데 섣불리 들어가지 않아서다. 이유는 "운전" 자체를 본업으로 삼아야 할 이유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누구나 가능한 "운전"을 직업으로 삼아봐야 소득이 적고 시간만 얽매일 뿐이다. 차라리 "운전"으로 돈을 벌기 위해 남는 시간을 활용하는 게 낫다. 일종의 아르바이트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운전 아르바이트가 대리운전이다. 시간이 남을 때 할 수 있고 소득도 쏠쏠하다. 대리 운전자의 대부분이 주간에는 본업에 종사하고 야간에 일을 한다. 피곤하면 일하지 않아도 되고 일하는 만큼 돈을 버니 일석이조다. 게다가 퇴근 때 같은 방향을 잡으면 자신의 이동 비용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돈 벌며 집에 가는 행운을 얻기도 한다.
그래서 택시가 근본적으로 어려워진 것은 코로나가 아니라 대리운전의 영향이 훨씬 크다. 가뜩이나 자가용 확대로 매년 이용자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야간 자가용 이용을 활성화시킨 게 대리운전이다. 코로나는 그나마 있던 야간 수요마저 줄인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택시 사업은 기본적으로 점차 버티기 어려운 사양 산업이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미 폐업하거나 사업 면허를 반납하는 일이 벌어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사업 면허는 결코 줄지 않는다. 대신 운전자가 떠났다. 사업 면허는 금전적 가치가 붙어 있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탓이다.
노란색 번호판은 돈을 받고 사람을 태워 이동시킬 수 있는 일종의 법적 권리다. 따라서 그 자체가 소중한(?) 재산이자 택시업을 하는 이들에게는 목숨과도 같다. 하지만 같은 노란색이라도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의 입장이 서로 확연하게 다르다. 작아지는 밥그릇을 놓고 서로 싸워야 조금이라도 생존하는 구조로 변했기 때문이다. 대리운전이 자가용 운행을 늘렸고 지하철과 버스 등이 택시를 타지 않도록 만들었는데 운송사업 면허는 줄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아우성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양 측이 서로 부딪치는 부분은 운행 시간이다. 개인사업자, 일명 개인택시는 운행 시간이 자유롭다. 일하다 힘들면 쉬면 된다. 그리고 모든 책임은 사업자 스스로 진다. 반면 법인사업자는 24시간 운행이다. 한 사람이 24시간 운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니 1대에 두 명이 번갈아 가며 운행한다. 이 과정에서 늘 운전하는 사람과 차량 소유자인 사업주는 대립한다. 들쭉날쭉한 매출 때문이다. 택시는 이용자가 탑승해야 돈을 번다. 어떤 운전자는 많이 태워 매출을 많이 올리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래서 고정급제로 바꾸었더니 매출 많이 올리는 운전자가 다른 운송업으로 전환했다. 그래서 차고지에 차만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이후 수요가 일시적으로 폭증했다. 운전자가 모자르니 돈을 더 주겠다고 한다. 그 돈은 요금에서 나오는 만큼 인상은 불가피하다. 개인택시와 법인택시의 갈등요소였던 부제도 해제했고 아르바이트 운전직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그럼 수요가 모두 충족될까? 일시적으로 숨통은 트이겠지만 전망은 암울하다. 요금이 오르니 오히려 자가용을 이용하는 게 나을 수 있어서다. 다시 말해 대리운전이 택시운전보다 높은 소득을 올릴 수도 있다. "운전"으로 소득을 올릴 때 굳이 이익을 사업주와 나누는 택시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그랬더니 우버 같은 플랫폼 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혁신에 반대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지만 플랫폼도 규모의 경제가 나오지 않으면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과거 "타다"는 손해가 나더라도 운행 대수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추구했다. 하지만 운행대수 증가를 허가 사항으로 만든 게 여객운수법 개정의 핵심이다. "타다"와 같은 렌터카 기반 유상 운송을 금지한 게 아니라 증차를 마음대로 못하니 타다 스스로 사업을 접었다. 그런데 대수를 늘리면 면허 사업자의 가장 핵심 재산인 면허 가치가 떨어진다. 아니, 재산으로서 가치가 사라질 수도 있다. 택시 사업자로선 모든 걸 잃는 것이어서 극렬 반대에 나설 수밖에 없다. 어쩌면 과거보다 훨씬 참혹한 광경이 벌어질 수도 있다. 반대가 아니라 그야말로 전쟁을 치러야 한다. 정부가 이런 각오가 돼 있다면, 그리고 누구든 책임질 수 있다면 실행하면 된다. 그러나 역대 어느 정부도 실행하지 못했다.
그래서 택시대란 해소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럼 방법이 없냐고 반문한다. 결국 면허를 회수하는 게 유일한 길이지만 비용이 수 조원이다. 게다가 면허 비용을 정부가 보상하는 것은 국민적 동의도 구하기 어렵다. 이 말은 면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새로운 플랫폼이 들어갈 자리도 없다는 의미와도 같다. 당장은 요금 인상 등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면허 제도의 근본적인 손질이 없다면 같은 문제는 끝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면허 숫자를 줄인다고 할 때 개인과 법인의 갈등부터 시작되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