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바이오연료 확대키로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인류가 불을 사용한 것은 호모 에렉투스가 살던 142만년 전이다. 이때 사용한 연료는 나무다. 그래서 인류가 추위를 막는 열과 어둠을 밝히는 빛을 얻은 최초의 에너지는 식물성 바이오 연료로 보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자동차 초창기 시대에 주로 사용된 에너지 또한 바이오 연료였다는 사실이다. 세계 최초 내연기관 엔진을 발명한 독일의 니콜라우스 아우구스트 오토와 디젤 엔진을 내놓은 루돌프 디젤이 동력을 얻기 위해 태운 연료가 식물성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부흥을 이끈 헨리 포드 또한 초창기 자동차는 바이오 연료를 사용했다.
바이오 연료가 각광받은 시기는 2차 대전이다. 수입에 의존했던 석유의 대체재로 여겨지며 독일을 중심으로 적극 사용됐다. 전쟁 중 독일은 화석연료 부족을 메우기 위해 감자에서 추출한 에탄올을 휘발유에 섞어 사용했다. 영국 또한 곡물에서 뽑아낸 에탄올을 휘발유에 넣어 사용했다. 평화로울 때는 저렴한 화석연료에 의존하지만 갈등으로 석유 가격이 치솟으면 바이오연료로 시선이 전환됐던 셈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사용되던 바이오 연료도 석탄, 석유, 가스 등 이른바 화석연료의 등장에는 불가항력이었다. 화석연료 자체가 워낙 저렴했던 탓에 "경제성"이 중요한 산업 관점에선 경쟁 자체가 되지 못했던 탓이다. 간혹 화석연료의 성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며 수송 부문의 틈새를 노렸지만 가격 얘기만 나오면 밀려나기 일쑤였다. 그 결과 바이오연료는 결국 "식량 가치"에만 머물렀을 뿐 수송 부문에선 쇠퇴했다. 다시 말해 사람을 포함한 동물의 생존 에너지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바이오연료에 대한 관심은 근본적인 관점부터 다르다. 수송 부문의 석유 대체재가 아니라 탄소 배출 저감 방안으로 여겨지는 탓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도 내년부터 옥수수 등의 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연료를 휘발유에 섞어 사용한다. 또한 경유에 혼합하는 바이오디젤의 함량도 2030년까지 8%로 상향한다. 기름 값을 낮추고 탄소 배출도 줄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이미 검증했다는 의미다. 심지어 항공 및 선박에도 바이오연료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실험에 나선다. 바다에 떠다니는 선박 또한 배출가스 감소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을 이제는 무시할 수 없어서다.
국내에서 바이오연료, 특히 에탄올의 수송 부문 사용 얘기가 흘러나오자 농업 부문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지금까지 작물은 식량 에너지에 머물렀지만 앞으로는 수송 에너지로도 사용할 수 있어서다. 실제 해외에서 사용되는 수송 부문의 바이오 에탄올은 옥수수, 밀, 사탕수수, 감자 등 녹말 작물에서 대부분 추출된다. 바이오 에탄올 사용에 가장 적극적인 미국은 주로 옥수수에서 수송 연료를 생산하며 브라질은 사탕수수를 적극 활용한다. 중동에 대한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농작물의 전환적 활용으로 농가를 지원하며, 동시에 탄소 배출을 줄이는 차원이다.
탄소를 줄여야 하는 것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맥킨지에 따르면 선진국 가운데 한국은 탄소 중립을 위한 산업 전환에서 충격이 가장 큰 나라로 꼽힌다. 산업 전체가 탄소 중심으로 구성된 만큼 "탄소 감축"이 곧 "산업 충격"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할 수 있는 부문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배출 감소 방안을 찾아 시행해야 하는데 그 중 하나로 수송 부문의 바이오 에탄올 사용을 결정한 형국이다. "먹느냐 가느냐"의 문제를 떠나 "어떻게 지속 가능한 생존을 확보할 것인가"로 통합되는 상황이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