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결국 화석연료 종말, 싹트는 인공석유

입력 2022년11월01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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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 없는 내연기관, 원죄는 화석연료

 유럽연합이 결국 2035년 화석연료를 태워 동력을 얻는 방식을 완전 퇴출키로 결정했다. 수송 부문의 동력을 얻기 위해 석탄이나 석유를 사용했던 300여년의 화석연료 역사에 종지부를 찍는 셈이다. 물론 지구상에 운행되는 15억대 가량의 내연기관 자동차가 모두 사라질 때까지 화석연료 사용은 계속되지만 새로 만드는 자동차의 동력은 전기 또는 탄소 중립 연료만 쓰도록 했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탄소 중립 연료다. 유럽연합은 탄소 중립연료인 인공석유(e-fuel)는 별도 논의를 통해 사용에 관한 초안을 만들기로 했다. 이 말은 탄소 중립 연료 사용을 일부 허용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내연기관은 유지하되 화석연료 대신 인공석유를 태워 동력을 얻는 방식이다. 

 수소에 이산화탄소를 섞어 액화시킨 인공석유는 기본적으로 가연성을 띤다. 그래서 내연기관으로 인공석유 내 주요 성분인 수소를 태워 동력을 얻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물론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다시 포집돼 수소와 섞여 또다시 액체 연료로 변신한다. 탄소 배출을 늘리는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탄소 중립 연료로 불린다. 

 인공석유 생산에 필요한 수소는 흔히 그린 수소로 분류된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든 후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을 중심으로 한 인공석유 사용 확대 움직임은 이미 대규모 공장 건설로 나타나고 있는데, 자동차기업으로는 포르쉐가 인공석유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문제는 화석연료의 연소로 발생하는 것일 뿐 단순히 연료를 연소시키는 내연기관은 죄가 없다는 점에서 연료를 바꾸려는 움직임이다. 내연기관의 기술적 우위를 점한 독일, 일본 등이 인공석유 프로젝트에 상당한 관심을 보인다는 점은 그만큼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방증이다. 

 물론 인공석유 확대 움직임을 주목하는 곳은 배터리기업이다. 인공석유로 내연기관 동력 시대가 유지되면 그만큼 배터리 전기차의 전환 속도가 늦어질 수 있어서다. 유럽연합이 바퀴 동력으로 전기만을 사용하겠다는 선언을 하면서도 동시에 인공석유 사용 가능성을 열어 둔 것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배터리 주도권을 일부 경계한다는 발상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인공석유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분명 존재한다. 이유는 가격 탓이다. 인공석유 1ℓ를 생산하는 비용이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점에서 경제성 문제를 운운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포르쉐를 비롯한 독일, 일본 등이 뛰어든 이유는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포르쉐는 연료의 대량생산이 이뤄지면 인공석유 1ℓ 가격이 2달러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나아가 친환경 연료라는 점에서 ℓ당 일정 수준의 지원금을 끌어낸다면 경제성은 충분히 만족시킬 것으로 내다본다. 

 포르쉐가 인공석유 사용에 나서면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내 스포츠카 제조사도 덩달아 내연기관을 하나의 친환경 선택지로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 배터리 전기차, 인공석유를 쓰는 내연기관차, 수소를 사용하는 전기차 등이 새로운 동력원으로 제시되는 셈이다. 게다가 인공석유 프로젝트는 그린 수소 생산을 전제로 하고 있어 액체 연료를 쓰지 않는다면 수소를 직접 판매할 수도 있다. 그래서 글로벌 모든 자동차기업이 칠레에서 벌어지는 인공 석유 프로젝트를 예의주시한다. 더불어 배터리기업은 더더욱 말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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