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폐지 이후 23년만에 초보운전 표시 규제 발의
-크기와 모양, 부착위치 등 여러 의견 수렴 필요해
국회를 중심으로 초보운전자 표시 규격화를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오해와 문제를 일으킬만한 무분별한 표시를 미리 차단하고 질서 있는 교통 안전을 위한 대책이지만 실효성을 두고 여러 의견이 나뉜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최근 초보운전 표시 규격화 및 관련 혜택을 주는 등의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 "주차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방경찰청장과 시장 등이 초보운전자 및 고령운전자, 임산부운전자, 장애인운전자, 유아 동승 운전자 등의 표시를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작해 무상으로 교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자율적으로 표시를 붙인 운전자에게 공공주차장 요금 할인 등 혜택을 주는 방안도 담고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 초보운전자를 관리하는 방안은 28년 전 처음 시행된 바 있다. 지난 1994년에는 운전면허 취득 후 6개월 동안 의무적으로 초보운전 표시를 부착하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초보운전자에 대한 위협운전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1999년 폐지됐다.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초보운전자 표시를 자율에 맡기는 상황이다.
그 사이 국내 자동차 보유 대수는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고 도로 위 운전이 미숙한 사람들이 발생하는 사고 건수도 크게 증가했다. 또 저마다의 문구로 초보운전을 알리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자극적인 문장과 표현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한다. 그러자 다시 규격화된 표시를 부착해 운전자 간 배려문화를 자리 잡게 하고 다른 운전자를 불쾌하게 만드는 상황을 없애자는 게 이번 개정안의 취지다.
주요 교통안전 선진국들은 이미 초보운전자 표시를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운전연수 차에 수습생을 뜻하는 "L(Learner)"을 의무 부착하고 있으며 면허취득 후 1년간 임시라는 의미의 "P(Probationary)"를 붙여야 한다. 이웃나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면허를 취득한 뒤 1년이 안 된 운전자들은 "와카바(새싹)" 마크를 붙여야 하며 이를 어기면 벌점을 부과한다.
국가가 직접 나서 초보운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관련 방안을 도입하겠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반면 실효성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초보 운전을 알려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예방 효과가 기대되지만 과거처럼 자칫 초보 운전자에 대한 위협 운전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초보운전 표시제가 도입돼도 의무가 아닌 자율적인 참여라는 점도 의문이 제기된다. 의무 도입은 처벌을 동반하기에 자율 참여로 방향을 돌렸지만 강제성이 없는 상황에서 얼마만큼 도로 위 질서가 잡힐 지는 알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교통 안전을 위해 의무로 시행중인 다른 나라들과도 비교되는 부분이다.
이 같은 우려를 고려해 공공주차장 할인 등 혜택을 내걸었지만 상향 평준화된 소득 수준을 감안할 때 소소한 혜택으로는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초보운전자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은 필요해 보인다. 운전자뿐 아니라 보행자까지 도로 위 모든 사람들은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으며 보다 안전한 교통 문화를 만드는 게 국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