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합작사 효과 본 중국차, 이제는 손절?

입력 2022년11월06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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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질전화(量質轉化) 성공, 합작사와 이별 수순

 최근 스텔란티스가 중국 광저우자동차와 합작 설립한 중국 내 GAC-FCA 합작사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짚의 판매대수가 신통치 않다는 점에서 굳이 사업을 유지할 필요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파트너인 광저우자동차 또한 중국 정부의 지원 등에 힘입어 독자적 제품군을 갖추면서 영향력이 커지자 철수 명분은 더욱 커졌다.

 그런데 이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은 두 가지다. 먼저 중국 시각에선 이제 해외 업체의 내연기관 기술력 가치가 낮아졌다고 느낀다. 전동화에 접어든 마당에 여전히 내연기관을 생산하는 합작 공장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손실에 가까운 셈이다. 더욱이 내연기관은 합작 생산을 통해 얻은 노하우도 풍부하다. 

 실제 지난 2002년 현대차가 중국에 진출한 이후 파트너로 삼았던 베이징자동차의 경우 세단부터 SUV까지 이미 내연기관 풀라인업을 자체적으로 갖추고 몸집을 키웠다. 당시 베이징자동차 관계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지금 스텔란티스와 광저우자동차의 결별을 예언하는 발언이었던 탓에 흥미롭게 들은 바 있다. 합작 사업의 기간은 20년 내외로 보고 있는데 생산이 많아질수록 토종 브랜드의 내연기관 기술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 사이 중국은 전기차에 올인해 글로벌 판도를 바꾸는 게 중국 정부의 전략이라는 이야기였다. 

 사실 중국의 내연기관 기술이 높아진 배경은 합작사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합작사에서 기술 경험을 쌓은 인력을 토종 브랜드로 이동시켜 독자 차종을 내놨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 베이징자동차 관계자가 언급한 "양질전화(量質轉化)" 전략은 지금도 머리에 남아 있다. 합작사의 생산량이 많아질수록 토종 브랜드의 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인데, 대중적인 내연기관 제품의 경우 중국도 일정 수준에 도달했음을 감안할 때 거대 시장을 유인구 삼아 해외 업체의 기술력을 흡수하겠다는 계획은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반면 중국에 진출한 해외 업체의 경우 중국 내 합작 사업은 언제든 파트너와 이별 가능성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서로의 필요성에 따라 손을 잡았을 뿐 각자의 속내는 전혀 다른 탓이다. 중국 파트너 기업은 언제든 기술 흡수를 통해 홀로서기를 꿈꾸고 있는데 이때 중요한 잣대는 바로 해외 업체의 브랜드 파워다. 프리미엄 브랜드일수록 중국 토종 기업의 구애(?)가 강렬해 오히려 합작사를 더욱 키우려 하는 시각을 견지한다. 광저우자동차가 짚과 사업을 정리한 배경에는 짚 자체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여기지 않는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을 확인했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현대차의 중국 내 판매가 줄어드는 것도 브랜드와 무관치 않다. 현대차 브랜드의 내연기관 정도는 토종 기업들이 저가를 앞세워 얼마든지 대응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서다. 현대차가 지난해부터 제네시스 브랜드를 중국 내에서 적극 앞세우는 것도 결국 토종 기업의 대응력과 소비 시장 전환에 따른 전략적 판단이었던 셈이다. "현대" 브랜드보다 "제네시스"로 고급 이미지를 구축해야 중국 내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여겼다는 의미다. 

 중국 토종 기업의 합작사 포기는 스텔란티스를 시작으로 향후 늘어날 전망이다. 이 말은 대중적인 내연기관 제품 브랜드로는 중국에서 사업하는 것 자체가 점차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제품 변화다. 현대차 브랜드로는 전기차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또한 전동화를 빠르게 가져가는 방식이다. 게다가 전동화 기업은 토종 브랜드와 굳이 합작을 하지 않아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높지 않다.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완전히 외면하지 못한다면 기업 자체가 시장의 속성을 파악하고 따라가야 한다. 그리고 지금의 중국은 저가 내연기관이 아니라 저가 및 고가의 전기차로 전환되는 만큼 빠른 대처가 중요한 시점이다. 

 권용주 소장(퓨처모빌리티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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