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 전기차는 누구에게나 만들어 줄 수 있어
-개발, 생산까지 가능,,,고객은 판매만
1998년 미국 오하이오 신시내티에 제너럴모터스(GM) 밴과 캠핑카의 차대인 "P30/P32"를 생산하는 회사 "워크호스"가 설립됐다. 이후 워크호스는 2005년 디젤 엔진 및 상용차 제조사로 유명한 나비스타에 인수됐다. 하지만 나비스타는 2012년 적자에 시달리는 워크호스 공장을 폐쇄했다. 이후 2015년 전기차 기업 AMP가 워크호스 섀시의 지식재산권을 사들여 전기 캠핑카를 만들면서 사명을 워크하우스그룹으로 바꿨다.
2016년 워크호스는 전기 픽업트럭 "W-15"을 개발했지만 공장이 없었다.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테픈 번스는 GM이 캐딜락 XTS를 생산하다 폐쇄한 오하이오 로즈타운공장을 주목했고 애플 아이폰의 위탁생산 기업으로 유명한 대만의 폭스콘을 끌어들였다. 전기차 진출을 선언한 폭스콘 또한 완성차 공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폭스콘은 워크호스의 전기 픽업 트럭에도 관심을 가졌다. 이를 계기로 폭스콘은 신설된 로즈타운모터스의 공장 인수 비용 일부를 투자했고 워크호스의 인듀런스 EV를 2022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내년부터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 제품을 연간 25만대 이상을 생산할 계획이다.
폭스콘의 전기차 야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최근 로즈타운모터스에 추가로 2,300억원을 투입해 대주주에 올라섬과 동시에 새로운 전기차 개발을 주문했다. 특히 폭스콘은 로즈타운 개발팀에게 MIH(Mobility in harmony) 플랫폼을 활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MIH는 폭스콘이 개방형으로 만든 EV 플랫폼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옵션을 최대한 수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한 마디로 전기차 생산 경험이 없는 스타트업도 배터리 스펙, 옵션 등을 고르면 폭스콘이 만들어준다는 의미다. 심지어 소프트웨어 및 자율주행 솔루션도 제공해준다. 글로벌 어디서든, 그리고 누구든 전기차가 필요하면 요청만 하라는 것인데 제조를 하되 철저히 고객 맞춤형으로 가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새로운 사업자를 위한 구애 작전에도 돌입했다. 애플을 향해 끊임없이 애플카 생산을 제안하고 있으며 테슬라에게도 생산 시설을 늘리는데 돈 쓰지 말고 폭스콘에 맡기라고 얘기할 정도다. 동시에 인도네시아에 10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생산은 물론 배터리 소재인 니켈 확보에 나섰고 2024년에는 배터리도 직접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나아가 자동차용 반도체 부문의 능력도 높이고 석유 부국 사우디에서도 전기차 제조 및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전기차와 관련된 사업은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가리지 않고 소재부터 완성차 제조 및 판매, 위탁 생산까지 마다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독자적인 전기차도 이미 갖추고 있다. 모델E는 이탈리아 카로체리아인 피닌파리나와 개발한 플래그십 세단으로 안면인식, 개인화, 스마트 윈도우 등의 첨단 품목을 적용했으며 1회 충전 시 750㎞를 주행할 수 있다. 또한 모델C는 길이 4,640㎜, 휠베이스 2,860㎜의 준중형 SUV인데 폭스콘은 이 차에 형태, 공간, 성능, 에너지 효율의 핵심 가치를 부여했다. 그 결과 2+3+2 구조의 7인승을 채택했으며 공기저항계수는 Cd. 0.27다.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는 700㎞ 가량이다.
모델T는 폭스콘 브랜드로 판매하는 도심형 버스로 지능형 이동수단 솔루션을 지향한다. 박스형 차체에 400㎞의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했으며 최고속도는 120㎞/h다. 폭스콘은 모델T의 내구성과 안전성을 위해 20만㎞에 이르는 모델T의 주행 테스트와 1,000시간의 강도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사실 폭스콘의 전기차 사업 의지는 IT 기기의 증가세 둔화가 원인이다. 휴대폰 등은 성장에서 벗어나 대체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생각 만큼 이익도 높지 않아서다. 이런 상황에서 개방형 전기차 플랫폼 기반으로 생산까지 해주는 것은 제조업 측면에서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그들의 시각에서 전기차는 IT 제품의 연장선에 있는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전기차에 다가가면 2,000조원에 달하는 자동차 시장 내 입지를 다질 수 있다고 봤으니 말이다. 폭스콘이 전기차에 진심을 드러낸 배경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