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넘쳐나는 자동차, 과밀인가 아닌가

입력 2022년11월17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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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유욕 억제는 사실상 불가능
 -자동차 등록대수, 인구 대비 절반 넘어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대한민국 전체 면적에 사는 인구는 5,163만명이다. 이를 면적과 연동하면 ㎢당 514명이 산다. 인구가 가장 밀집된 서울은 ㎢당 1만5,650명이 거주하고 부산은 4,316명이 밀집을 이룬다. 이외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이 평균 2,700명대에 달하고 경기도는 1,338명이 1㎢에 거주한다. 경기도의 경우 자치단체별 인구 밀도 편차가 커서 표면적으로 낮아 보일 뿐 일부 지역은 서울에 버금갈 만큼 인구가 많다.  

 그럼 1㎢ 공간에 자동차는 얼마나 있을까. 2020년 기준 서울시에 등록된 자동차는 315만대로 전체 면적 606㎢를 대입하면 ㎢당 5,198대가 있다. 게다가 자동차는 길이가 평균 4m 가량인 만큼 자동차를 포개고 사람이 그 위에 올라가도 부족하다. 그래서 자동차는 보이지 않는 곳에 넣는다. 흔히 말하는 지하 공간이다. 

하지만 지하 주차장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1인 가구 확대 및 소득 증가로 자동차 등록이 늘어나는 탓이다. 실제 2016년부터 2021년 사이 6만명이 줄어들 때 자동차는 2,180만대에서 2,491만대로 무려 311만대가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30만대가 더 늘어 2,521만대에 달한다. 그 사이 인구는 또 다시 5,163만명에서 5,157만명으로 6만명 감소했다. 전체 인구 기준으로 자동차 보유대수를 기준하면 2명당 1대를 가진 셈이다. 미국 1.1명, 중국 5.1명, 일본 1.6명, 독일 1.6명, 스웨덴 1.8명 등과 비교해도 거의 선진국 수준이다. 

 그런데 경찰청에 따르면 인구 5,157만명 가운데 운전면허를 보유한 사람은 3,372만명이다. 이를 자동차 등록대수로 나누면 1.3명당 1대 가량이다. 그러나 운전면허 보유자 중에선 고령화에 따라 실제 운전을 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따라서 운전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거의 1명이 1대를 가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한 마디로 요즘 자동차 없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들어맞는 배경이다. 

 이처럼 어느새 운행되거나 서 있는 자동차가 인구의 절반에 도달하면서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먼저 줄어드는 인구와 이미 넘쳐나는 자동차를 감안할 때 국내 자동차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이는 신규로 시장에 들어와야 할 젊은 소비층의 인구 비중이 축소된다는 점에 기반한다. 반면 여전히 잠재 수요가 충분하다는 반대 시각도 존재하는데 전체 자동차 중에서 영업용과 개인 사업용 비중이 은근 높아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영업용은 120만대에 머물지만 자가용 가운데 무려 381만대가 승합, 화물, 특수차로 분류된다. 소유는 자가용 형태지만 사실상 사업에 활용하는 사람이 많고 이들 중에선 세단 또는 SUV 등의 자가용을 추가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  

 또 하나 잠재 수요에 긍정적 시선을 보내는 이들은 1가구 3차를 주목한다. 해마다 수능이 끝나면 가장 붐비는 곳 가운데 하나가 운전면허 시험장이다. 졸업 후 가장 하고 싶은 것 가운데 하나가 운전인 만큼 면허 취득 후 어떻게든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경향이 점차 높아지는 중이다. 실제 최근 대학 캠퍼스 내 주차장이 복잡해진 데는 학생들의 자동차 소유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의 자동차 운행 비용은 경제력이 충분한 보호자로부터 나오지만 아르바이트 등의 활동을 통해 필요 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잠재 수요가 여전히 넉넉할 것이란 전망 속에는 도로의 복잡도와 무관한 자동차 소유욕이 커지는 점을 염두에 둔다는 의미다. 

 자동차를 놓고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의 출발점도 비슷하다. 소유하려는 욕망을 억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반면 소유욕을 충족할수록 도로의 복잡도는 증가하고 국토 면적의 많은 부분은 자동차가 머물 수 있는 주차 공간으로 전환돼야 한다. 당연히 자동차가 서 있는 것 자체에 한정된 토지를 사용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그동안 한국은 자동차 구매는 장려하되 운행은 억제하는 정책을 펴왔다. 자동차에 부과된 세금이 적지 않았던 탓이다. 자동차가 잘 팔려야 공장이 가동되고 세금도 많이 유입됐다. 덕분에 자동차는 인구에 버금갈 만큼 늘어나는 중이다. 그러나 인구 밀도를 감안하면 과밀이다. 미국의 인구밀도가 ㎢당 33명, 독일이 233명이다. 따라서 단순히 자동차 1대당 인구로만 비교하는 것은 우리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것과 같다. ㎢당 233명이 거주하는 독일이 1대당 1.6명에 달하는 것과 ㎢당 514명이 사는 한국이 1대당 2.0명인 점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구매를 억제하면 산업적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세수도 줄어드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고민이다. 구매를 억제하고 운행을 늘리면 그나마 나을까? 아니면 세수와 산업 생태계를 뒤로 하고 구매와 운행 모두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까? 선택은 쉽지 않겠지만 이제는 판단을 내려야 할 때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동차에 모든 공간을 양보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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