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카니발 아성, 흔들 수도
-ID BUZZ, 상업용 기대감 높여
요즘 많이 등장하는 모빌리티 용어 가운데 하나인 "PBV(Purpose Built Vehicle)"는 여러 목적을 동시에 수행하는 자동차를 뜻이다. 모양과 형태, 파워트레인은 같지만 필요에 따라 여객, 화물, 자가용 등으로 활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기준을 적용하면 세계 최초의 PBV는 흔히 폭스바겐 타입2-T를 꼽눈다. 1950년 처음 등장하자마자 독일 내 소형 화물밴, 엠뷸런스, 소방차 등 여러 방면에 특화된 제품으로 사용되며 전후 독일의 산업 재건에 함께 한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타입2-T는 원박스 형태였던 탓에 사용자 의도를 쉽게 맞췄다. 어디든 떠다니는 사람을 위해선 캠핑카가 됐고 택시가 필요한 곳에선 미니버스로 불렸다. 물론 화물용으로 쓸 때는 트랜스포터로 칭해졌다. 포르투갈에선 자동차 형태가 구운 빵과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빵차"로 통했고 핀란드는 택시 기업들이 선호했다. 미국에선 미니버스, 히피 밴 등으로 불리며 특정 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만큼 타입2를 사용하는 목적과 기능이 나라와 지역마다 다양했다는 의미다.
워낙 사용처가 다채로웠던 탓에 이 차를 기억하는 사람도 천차만별이다. 특히 1979년 3세대 이전 제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폭스바겐 타입2는 한 마디로 추억이다. 이른바 치킨세 부과로 판매가 중단되기 전까지 미국 내에선 저항 문화의 상징이었으며 남미에선 여객용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자 폭스바겐은 마이크로버스의 부활을 선언하고 2001년 컨셉트를 공개했다. 하지만 디자인이 바뀌고 그 사이 전동화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출시 일정이 뒤로 미뤄졌고 결국 2017년 북미국제오토쇼에 컨셉트로 등장했다. 차명은 폭스바겐 타입2 7세대가 아니라 ID.BUZZ로 명명됐다. 용도는 과거와 비슷하게 화물 적재용인 카고와 5인승 승합으로 정해졌는데 이외 캘리포니아 캠퍼밴 버전도 마련했다. ID.BUZZ에는 77㎾h의 리튬배터리가 탑재됐고 주행거리는 미국 기준 400~480㎞, 고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30분 내에 최대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도롤 설계됐다. 세부 설정은 조금 바뀔 수도 있지만 배터리와 주행거리만 보면 다용도 승합 전기차로서 손색이 없다.
그래서 제품이 공개되고 사전 예약에 들어가자 유럽 내에서 폭발적인 반향이 나타났다. 서로 구입하겠다며 과열 경쟁마저 벌어지는 중이다. 그런데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일반 중형 세단보다 승합으로 고급 택시를 염두에 두는 사업자의 관심이 높다. 전기 에너지로 운송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최근 고급형 승합 택시를 찾는 수요자가 많아 최적의 이동 수단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기아 카니발 또는 현대차 스타리아가 차지한 내연기관 기반의 고급 승합 택시를 전기 승합인 ID.버즈로 바꾸겠다는 심산이다.
그래서 가격도 주목한다. 미국 모터트렌드는 ID.버즈의 미국 내 시작 가격을 4만 달러(한화 약 5,380만원)로 예상했다. 동일한 가격일 경우 한국 내에선 보조금을 받아 3,000만원 대에도 구입할 수 있다. 설령 내연기관 카니발보다 비싸도 전기차 보조금이 있으니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폭스바겐코리아가 ID.버즈를 가져와 팔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유럽과 미국에서 모두 생산되는 만큼 들여올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을 하면서 도입만 기다리겠다는 사람도 여럿 있다.
ID.BUZZ가 국내에 도입될 경우 목적 기반 모빌리티 시장의 확대 전망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택시 뿐 아니라 저마다 생각하는 목적이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아직 국내 승합차 시장은 전동화에 도달하지 못해 잠재 수요도 충분해 보인다. 어쩌면 폭스바겐이 국내 브랜드보다 PBV 시장을 먼저 개척할 지도 모를 일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