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모빌리티 사업의 핵심은 '이동 시간'

입력 2022년11월27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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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 갈 것인가 vs 편안하게 갈 것인가"

 일반적인 여객 운송사업의 형태는 제3자의 운전 노동과 재산(이동 수단)을 이용해 목적지에 도달하는 형태를 말한다. 물론 이때 이용자는 돈을 지불한다. 국내 여객운수사업법은 기능적으로 세분화된 운송요금의 산정 기준으로 시간과 거리를 삼는다. 대부분 경로가 정해져 있는 버스는 거리를 기준하는 반면 택시는 거리와 시간을 동시에 고려한다. 딱히 정해진 이동 경로가 없는 탓이다. 대표적으로 서울의 택시 요금은 2㎞까지 기본요금 3,800원을 받고 이후 132m당 100원, 동시에 31초당 100원이 부과된다. 

 그런데 도로가 점점 복잡해진다는 점에서 시간의 요금 비중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동에서 시간 개념은 자율주행의 등장을 예고하는 택시 서비스에 있어 갈등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빨리 갈 것인가? 아니면 편안하게 갈 것인가?"의 대척이다. 이용자는 대부분 "빠르고 편안함"을 원하지만 시간 단축을 위해 속도를 높이면 이동 과정에서 흔들림도 많아 상대적으로 편안함은 느끼기 어렵다. 그렇다고 편안함을 위해 속도를 제어하면 시간이 지체돼 요금이 오른다.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 다시 말해 기사와 손님의 요금 갈등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그래서 모빌리티 사업자들은 요금 결정의 기준 가운데 하나인 "시간"에 민감해지기 마련이다. 운송사업에서 "시간=돈"은 명확히 성립되는 등식인 탓이다. 자율주행 또한 지금은 인간 운전자 배제에 집중하지만 결국 이동 시간 단축이 사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할 때 빨리, 그리고 편안하게 가려면 고속철도를 이용하되 특실을 사용하면 된다. 그런데 같은 고속철도에서 특실과 일반석에 시간 기준을 달리 적용하는 것 자체는 불가능하다. 승객 모두 같은 시간에 출발하고 도착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동 과정에서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은 특실이라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전부다. 물론 프리미엄 좌석을 제공하는 항공기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항공과 열차의 차이가 있다면 공공성일 뿐이다. 열차는 공공성이 있어 수요 조건이 반영되지 않는 반면 항공은 수요가 많을 때 요금이 오르는 구조로 형성돼 있다. 따라서 이동의 관점으로만 보자면 열차 사업자의 요금 자율권이 항공 대비 제한된 셈이다. 

 자율주행 기반의 모빌리티 사업을 꿈꾸는 기업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열차 및 항공과 다른 점은 복잡한 육상 도로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시간" 개념이 개별 이동 서비스 이용자의 비용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 항목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인간을 로봇으로 대신하는 것은 인건비 절감에 따른 수익일 뿐 실질적인 운행 수익은 아니다. 그래서 시간 비용을 어떻게든 넣어야 하는데 이때 주목하는 것이 바로 "지능"이다. 지능 수준에 따라 동일한 차종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이 서로 다를 수 있어서다. 지능이 외부와 활발히 연결되고 데이터 축적이 많을수록 예측력이 높아져 경로 선택이 달라질 수 있고 이때 시간이 단축되면 그만큼 높은 요금을 부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구글과 현대차가 로봇 운전에 의존, 서울에서 부산까지 사람을 이동시키는 모빌리티 사업 경쟁을 펼친다고 가정하면 두 회사의 이동 서비스 요금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능 수준이 동일하면 시간보다 편안함에 치중한 요금 체계를 만드는 게 기본이지만 지능 차이로 이동 시간이 다르다면 이때부터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의 선택권은 엄청나게 다양해진다. 최고 수준의 지능을 경차에 넣었을 때와 일반 지능을 대형 고급차에 담았을 때를 비교하면 극명해진다. 똑똑한 지능의 경차는 부산까지 4시간이 걸리되 승차감은 불편하다. 반면 대형 고급차는 지능 수준이 평범해 이동 시간은 5시간 30분이 걸리지만 넓은 좌석이라 편안하다. 동일 요금일 때 소비자의 선택은 시간과 편안함 사이에서 갈등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를 기준으로 다양한 요금 및 이동 수단이 투입된다는 뜻이다. 이때는 일정 구간까지 똑똑한 지능으로 이동하다 중간에 다른 이동 수단으로 바꿔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여기저기 모빌리티 사업을 얘기하며 미래를 얘기한다. 그러나 정확한 개념에서 모빌리티(이동) 사업은 이미 오랜 시간 우리 사회에 자리잡은 교통 사업과 같은 개념이다. 그래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들어오려면 무언가 새로운 이동 방식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동 사업자 간 영역 경쟁일 뿐이다. 고속철이 항공 수요를 일부 가져간 것처럼 말이다. 결국 자율주행 택시 시대를 대비해서라도 현재 운용되는 택시 요금 내에 시간의 개념은 보다 확대될 필요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도로는 시도 때도 없이 정체되는 일이 일상으로 자리를 잡았으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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