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 가격 인상 요인, 국민 부담만 가중
현재 상황에서 자동차 가격은 결코 내려가지 않는다. 친환경차는 급등한 배터리 소재 가격이 반영돼야 하고 수년 동안 내려갔던 세금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올 태세다. 그럼에도 사려는 사람은 넘친다. 그럼 가격은 더 오르기 마련이다. 여기서 갈등이 고개를 든다. 시선을 돌리면 "바로 지금" 출고 가능한 브랜드와 제품이 적지 않아서다. 이런 가운데 올해 말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도 변수다. 결국 "기다릴 것이냐 vs 즉시 출고할 것이냐"의 고민이 멈추지 않는다.
빠른 신차 출고를 제안하는 곳은 짚과 쉐보레, 르노 등이다. 이들은 연내 출고와 함께 할인, 저금리 할부 등을 앞세워 즉시 출고를 유혹한다. 특히 짚은 아예 전시장을 방문하면 시승부터 출고까지 당일 해결하는 원스톱 서비스가 인기다. 그리고 원스톱에 차종별로 최대 600만원 이상 할인을 넣어 즉시 출고를 적극 지원한다. 물론 쉐보레와 르노 또한 고금리로 늘어난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가 하면 현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올해 안에 신차 출고를 해야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빠른 출고를 원하는 소비자 관심을 유도하는 중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예지가 필요하다. "정말 개별소비세 인하가 종료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정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시중에선 개별소비세를 아예 없애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추세다. 이미 양치기 소년 같은 세금으로 전락한 지 꽤 오래된 탓이다.
시작은 2018년 하반기로 거슬러 오른다. 당시 정부는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해 선제적으로 개별소비세 인하를 결정했다. 원래 개별소비세 인하 및 환원은 판매 결과를 감안하지만 이때는 이례적으로 미래 상황을 대비했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2018년 상반기 국산 자동차 판매는 전년 대비 0.3% 하락에 그쳤다. 더 줄어들 수 있었지만 하반기 개별소비세 인하가 추락 속도를 늦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세금 인하 효과가 검증되자 이듬해 연초부터 6개월 연장은 당연했다. 그리고 2019년 하반기에도 연장 유지를 발표했는데 개별소비세 인하 기간이 18개월에 도달했던 것은 이때가 최초였다. 그리고 이즈음 개별소비세 필요성에 관한 국민적 논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사치품에 부과하던 특소세 부과 기간이 끝나자 이름을 개별소비세로 바꿔 세수를 확보한 것이니 원래는 사라져야 했던 세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 세율은 3.5%에서 5.0%로 오히려 환원됐다. 연간 4조원이 넘는 전체 개별소비세 가운데 자동차 비중만 무려 20%가 넘었던 만큼 정부로선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미 재산세 개념으로 자동차세와 취득세를 납부하면서 또 하나의 재산세 개념으로 개별소비세를 내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민원이 빗발쳤다. 게다가 자동차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나라가 거의 없는 데다 부과 기준을 바꾸자는 얘기도 끊이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한미 자동차 FTA에 가로 막혔던 만큼 아예 없애자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이처럼 개별소비세 존폐 논란이 벌어질 때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됐고 자동차 판매는 급감했다. 이동 자체가 억제됐으니 굳이 자동차를 바꾸거나 살 필요가 사라졌던 탓이다. 부랴부랴 정부는 세율을 원래 수준인 5%로 되돌린지 두 달 만에 긴급하게 다시 세율을 내렸고 이때는 무려 70%를 낮춰 공장도 출고가의 1.5%만 부과했다. 마찬가지로 차라리 세금을 없애자는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기재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동차 수요가 살아나지 않자 인하 효과는 없는 반면 들어와야 할 세금만 줄었다며 1.5%를 3.5%로 조정해버렸다. 이후 코로나는 계속됐고 개별소비세도 2021년부터 올해 말까지 3.5%가 적용돼 왔다. 기간만 따지면 20개월로 다시 또 최장 기간을 기록하는 중이다. 그 결과 2018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5%의 개별소비세가 적용된 기간은 전체 60개월 중 불과 8개월에 머물 뿐이다.
일부에선 개별소비세가 사라지면 함께 증발할 교육세를 우려하기도 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에서 거둔 개별소비세는 모두 9조4,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승용차를 통한 개별소비세 징수액은 9,215억원으로 9.8% 비중이다. 개별소비세의 30%를 교육세로 추가 부과하는 만큼 자동차를 통한 교육세는 연간 2,760억원 가량인 셈이다. 그러나 교육세는 자동차를 보유할 때 내야 하는 자동차세에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교육세가 부담이라면 분산 과세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결국 개별소비세를 없애든지 아니면 최소 부과율을 영구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지금의 자동차 개별소비세는 결코 합리적이니 못하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으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