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유상운송, 본질적 이익 경쟁 불가피
-플래투닝 기술 도입, 파업 계기로 빨라질 수 있어
화물연대와 정부의 갈등이 심각하다. 지금 상황이 오래가면 물건의 이동이 멈춰 부품 및 소재 등이 필요한 공장도 가동을 중지해야 한다. 물론 재고로 당분간 버티겠지만 그 이후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심지어 수송용 기름도 부족해질 수 있다. 탱크로리가 정유사에서 주유소로 가지 않으니 말이다.
파업 참가자들도 이런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건설자재를 공사 현장에 옮겨주지 않으면 작업이 중지되고 완성차가 대리점으로 못가면 생산 후 적치할 장소가 없어 공장이 멈춘다. 번호판도 없는 새 차를 사람이 일일이 출고장으로 옮기는 이유도 공간 확보가 중요한 탓이다.
그렇다고 파업에 참가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하기도 부담스럽다. 이들은 ‘안전’을 위한 비용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안전운임제란 물건 이동을 요청하는 사람과 실제 이동을 시켜주는 운송사업자 간 거래 비용을 법으로 정하는 제도로 2020년부터 시멘트 및 컨테이너 운송 화물차에 한시적으로 적용했다. 그 결과 운전 피로도가 떨어져 사고도 감소하는 결과로 연결됐다. 화물연대가 올해 끝나는 안전운임제의 연장과 더불어 품목 확대를 요구한 배경이다.
하지만 정부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안전운임 확대 적용은 물류 운송 사업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서다. 한 마디로 정부가 시장 가격을 정하면 물류 부문의 경쟁이 사라져 산업 혁신은 기대할 수 없다.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에 반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멘트와 컨테이너는 건설 및 무역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어서 적용했을 뿐 갖가지 물품의 운송 비용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다. 화물연대 요구를 수용하면 앞으로 정부가 이동이 필요한 모든 품목의 가격을 정해야 하는 셈이다.
물론 정부가 가격 결정에 개입하면 당장 논란은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엄밀히 바라보면 감추었을 뿐 본질적인 해결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비용을 두고 갈등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동차 정비와 보험의 가격 갈등이다. 자동차 보유자는 누구나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사고 때 보상을 위해서다. 그리고 사고로 재물 손상을 입었다면 보험사를 통해 보상받는다. 이때 보험사가 지급하는 전체 수리 비용은 부품 가격과 인건비로 구성되는데 부품은 제조사 공급가격을 그대로 수용하지만 인건비는 다르다. 정비 사업자는 인건비를 많이 받으려 하고 보험사는 적게 주려 한다. 정비는 기술력 차이에 따라 일하는 시간이 달라지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리고 둘 사이의 갈등이 끊이지 않자 정부가 비용을 공포해 분쟁을 방지한 것이 표준정비수가 제도다. 구속력은 없지만 국토부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는 시간당 인건비여서 정비와 보험 모두 받아들인다. 하지만 많이 받으려 하는 정비사업자와 적게 주려는 보험사 간 창과 방패의 싸움은 여전하다.
사실 "안전운임제"라는 제도 명칭에서 보듯 운송 사업에서 가장 위험한 인자는 운전자다. 운전자에 따라 사고율이 달라서다. 게다가 화물은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운전자의 충분한 휴식이 보장돼야 한다. 유럽이 4시간 가량 운전 후 무조건 45분 휴식을 보장하는 것도 안전을 위한 조치다. 그 결과물이 사고 감소이니 사회 전체적으로 교통사고 피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안전 확보에 따른 비용 인상은 결국 최종 소비자의 몫이다. 이 말은 한국도 화물연대 요구를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로 직결된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곳이 자율주행 기술에 매진하는 IT 기업이다. 결국 위험 인자는 운전 피로도인 만큼 한 명의 운전자가 여러 대를 군집으로 이동시키는 플래투닝을 도입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람 운전을 아예 없애는 것 자체가 화물차는 현재도 가능해서다. 안전에 위협이 되는 인간 운전자의 장시간 운전을 원천 배제하면서 물류 비용을 동시에 낮출 수 있는 방식이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파업이 플래투닝 도입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중이다. 인간 운전의 일부분을 로봇에게 맡겨도 충분한 세상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