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운송료 보장이 핵심
-품목 확대와 일몰폐지 요구
-정부와 화물연대 입장 차 명확해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화물연대와 정부의 기싸움이 장기화로 접어들면서 국내 물류 상황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양보 없는 대립각 구도가 자칫 경제 둔화로 이어져 실질적인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지난 24일 오전 10시 전국 16개 지역본부별로 총파업 출정식을 진행한 후 지금까지 운송 거부에 나서고 있다. 총파업에는 약 2만2,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안전운임제를 영구화하고 적용 차종과 품목을 기존 컨테이너·시멘트 외에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핵심인 "안전운임제"란 화물차 기사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해 과로·과속·과적 등 무리한 운행을 할 필요가 없도록 하고 이를 어기는 화주에게 벌금을 매기는 제도다. 일종의 최저임금과 같은 개념이어서 안전운임제보다 "표준운임제"라는 말이 보다 정확하다. 일정 소득을 보장해 처우를 개선하고 도로 위 안전까지 지키겠다는 취지다. 안전운임제는 2018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하면서 도입됐고 2020년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에만 일몰제로 한시 도입돼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도입 이후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다. 경제적 수입이 늘고 근로 시간이 줄어든 것.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컨테이너 차주의 2021년 월수입은 안전운임제 시행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24.3% 증가했다. 근로시간도 5.3% 단축됐다. 시멘트 차주의 경우 월수입이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고 근로 시간도 11.3% 줄었다. 이를 근거로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확대 요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소득이 늘었을 뿐 "안전"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화물기사의 소득은 증가했지만 제도 도입 목적인 안전은 개선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교통안전연구원에 따르면 해당 기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2.9% 줄어든 반면 안전운임제 대상 차의 사망자는 42.9% 늘었다.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11.5% 감소했지만 안전운임제 대상 사고는 8.0% 증가했다. "안전운임제"와 "안전"은 상관성이 없다는 의미다. 그나마 도입 목적이 희석된 상황에서 현 상황을 고려해 일몰 기간을 3년 연장하고 대상 품목도 동일하게 유지하는 대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화물연대가 이를 거부하면서 파업으로 이어졌고 물류 차질과 시장 혼선이 본격화 되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는 지난달 29일 시멘트업계에 한정해 업무 개시명령을 발동했고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안전운임제와 비슷한 제도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호주의 경우 2016년 시행했으나 비용 대비 효과 등을 이유로 단 2주 만에 폐기됐다. 이 외에 캐나다와 브라질 등은 일부 주를 중심으로 항만 위주 컨테이너 화물차에 한해 적용하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안전운임제의 명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화물차주의 안전사고 가능성을 측정하는 블랙박스를 화물차에 달고도 정작 정보를 화주 등에게 공유하지 않아 체계적인 분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방적인 요구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철도와 공공버스처럼 공공성도 띄지 않아 여론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도 쉽지 않다고 봤다. 이 외에 정부에 대해서도 운행시간 제한 등의 명확한 규정을 통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를 둘러싼 갈등은 흑백논리로 해결되지 않는다. 반면 그 사이 피해는 국민이 보고 있다. 건설, 물류를 비롯해 당장 주유소 기름이 바닥나는 등 우리 삶 속 실질적인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다. 수 조원에 달하는 피해액과 이에 따른 경제 손실의 대가는 고스란히 돌려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