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보다 기능성 전기차에 주목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대응이 분주하다. 한편에선 법률 개정을 위해 미국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펼치는가 하면 현실에선 보조금 적용 범위 확대를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 중에서도 주목할 점은 미국이 규정한 상업용 친환경차 세액 공제다. 동일 차종일 때 해외 생산 전기차는 보조금이 없지만 상업용으로 사용되면 받을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한국산 전기차 아이오닉 5를 미국 내 개인이 자가용으로 구매하면 보조금이 없지만 택시 및 렌터카로 쓰면 미국 생산이 아니어도 보조금이 지급되는 식이다.
그래서 한국이 추가로 의견을 낸 것은 상업용의 확대 해석이다. 대표적 영업용인 렌탈, 리스, 택시 뿐 아니라 자가용 승차공유에 활용되는 차도 넓은 범위에서 유상 운송 범위에 넣자는 의견이다. 미국의 경우 우버, 리프트 등 자가용 유상운송이 활발한데 이들이 전기차를 구매할 때 영업용에 넣어야 그만큼 원산지와 무관하게 보조금 지급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동시에 상업용 친환경차가 초기에 보급될 수 있도록 2023년부터 3년 동안 총액 제한 없이 집중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첨부했다. 어떻게든 현지 공장을 완공할 때까지 최대한 보조금을 받겠다는 의지다.
사실 IRA가 발효된 지는 이미 4개월이 흘렀다. 그 사이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는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월 평균 판매가 하락하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판매 급감 등을 언급하며 위기라고 표현하지만 현실은 폭풍 속의 고요가 보다 적절한 표현이다. IRA를 감안해 국내 생산 전기차의 미국 수출 물량을 일부 조절한 탓이다. 8월 이후 계약이 줄어들 것을 대비해 공급을 줄였다는 의미다.
그래서 진짜 위기는 2023년에 도래할 수밖에 없는데 8월 이후 전기차 구매 계약 자체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그나마 고가 전기차는 보조금이 없으니 신경쓰지 않지만 보조금이 매우 중요한 보급형 전기차는 포기 수순으로 가고 있다. 다행히 유럽연합을 비롯해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여러 나라가 IRA는 매우 불합리한 처사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미국도 한발 물러선 형국이지만 "Made in USA" 원칙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한국의 시각에서 연일 IRA가 논란이 되는 것은 수출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생산은 2015년 455만대를 정점으로 해마다 줄어 지난 2021년에는 346만대에 머물렀다(KAMA). 수출도 2015년 297만대에서 2021년에는 204만대로 무려 93만대 감소했다. 생산이 지나치게 국내에 집중됐던 만큼 위험 분산 및 현지 공략 차원에서 미국, 유럽 등의 공장 설립을 확대하면서 자연스럽게 국내 생산은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흐름에서 주요 국가마다 미래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항목으로 주목한 것이 바로 친환경차다. 그리고 친환경차 중에 특히 배터리 전기차에 시선을 보내며 해당 분야의 퍼스트 무버를 자처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K배터리 기반의 전기차를 생산,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며 탄소 배출 저감에 동참하는 계획이지만 거대 시장을 보유한 미국이 "누가 개발하든 생산은 미국에서"를 외치자 부랴부랴 미국 생산을 앞당겼고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하루라도 빨리 미국에 공장을 세워 미국인을 고용하고, 미국인이 제품을 소비하며,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려고 말한다. 이를 두고 우리는 항변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나 미국 의회 입장에서 한국인은 미국 내 참정권이 없어 별 다른 관심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이런 푸념(?)도 그저 메아리에 머물 수 있다. 수송 부문의 동력 전환이 급격히 이루어지면서 대형 국가를 중심으로 이동 부문의 주력 사업을 보호하려는 욕망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과거 호혜 평등 원칙에 따라 거래하던 무역 관행이 "힘 vs 힘"의 대결로 이동한 상황에서 IRA가 불합리하다고 외쳐봐야 되돌아오는 것은 공허함(?) 뿐이다. 그럴수록 우리는 평등 원칙을 앞세워야 한다. 보호 무역 얘기가 나올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한국일 뿐이니 말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