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V 전략으로 일본 내 시선 집중 성공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가 일본에서 2022 "올해의 수입차"로 선정됐다. 세계 여러 나라마다 각자 기준에 따라 선정되는 "올해의 차"에서 일본이 한국차를 뽑은 것도 처음이지만 일본 소비자들의 자국 브랜드 선호도가 대단히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쾌거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현대차로선 과거 내연기관 실패의 뼈아픔을 극복한 것으로도 여길 수 있어 고무적이다.
흔히 일본은 수입차의 무덤으로 불린다. 승용차 내수 규모는 한국의 두 배인 380만대에 달하지만 정작 수입 승용차는 오히려 한국보다 적다. 일본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일본에서 판매된 수입차는 25만9,000대로 숫자만 비교하면 한국의 27만6,000대보다 아래에 있다. 일본 내 수입 승용차 점유율도 불과 7.1%로 한국의 15%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경차 시장이 큰 데다 일본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신뢰도가 수입차 확대를 가로막는 가장 큰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오닉 5의 수상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향후 일본 내에서 한국차의 성장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로 꼽히기도 하는데 이유는 전동화다. 사실 판매대수만 보면 일본 내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수입차는 메르세데스 벤츠다. 올해 11월까지 4만5,500대가 판매돼 수입차 1위를 차지했다. 반면 현대차의 실적은 469대에 그친다. 하지만 재진출 시점이 올해였고 판매 차종이 배터리 전기차로 한정됐음을 감안할 때 실적은 흥미로운 기록이다. 하이브리드 선호도가 무척 높은, 그리고 토요타와 혼다 등에 대한 신뢰도가 탄탄한 일본에서 배터리 전기차 아이오닉 5로 "올해의 수입차"에 올랐다는 점은 그 자체로도 상당한 성과라는 뜻이다.
사실 일본 자동차 시장을 표현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알뜰함"이다. 한국과 달리 남에게 보여지는 "체면"보다 실용성을 매우 중시하는 문화가 경차 천국을 만들었고 차고지를 증명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보유 규정은 굳이 중대형차, 또는 비싼 수입차의 소유 욕망을 억제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본 소비자에게 자동차는 실용적인 "탈 것"의 이미지가 지배적으로 형성돼 있다. 그래서 현대차도 과거 2001년 쏘나타를 앞세워 일본에 진출했지만 결과는 씁쓸했다. 당시 일본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던 한국 배우까지 동원해 마케팅을 퍼부었지만 광고 모델만 주목할 뿐 정작 제품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굳이 한국산 중형급 내연기관 자동차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글로벌 전기차 조사기업인 EV볼륨에 따르면 일본은 세계에서 4번째로 자동차가 많이 판매되는 나라지만 전기차는 가장 적게 팔리는 곳이다. 일본 완성차기업들이 하이브리드에 집중한 탓에 배터리 전기차의 보급 속도 또한 빠르지 않다. 일본 내 소비자들이 배터리 전기차에 보이는 관심이 높아도 토요타 및 혼다 등 일본 브랜드로선 당장 수익이 되는 하이브리드에 소비자들의 시선을 잡아두려 한다. 이럴 때 현대차가 배터리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일본에 내놓자 시선이 급격히 현대차로 쏠릴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실제 2021년 기준 일본 내에서 토요타 등의 국산 브랜드의 점유율은 무려 94.6%에 달한다. 심지어 수입차도 일본 브랜드의 해외 공장에서 생산돼 역수입된 차종의 인기가 높을 정도다. 올해 초 현대차가 일본 재진출을 선언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그럼에도 제품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일본 올해의 차 위원회 측은 아이오닉 5 수상에 대해 "혁신적 내외관 디자인과 1회 충전 주행 거리, 그리고 역동적인 주행성능 및 다양한 편의/안전품목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특히 패들 시프트로 회생제동 단계를 바꾸는 기능에는 운전 쾌감을 선사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한국", "현대" 브랜드를 떠나 가장 중요한 제품력이 우선적으로 통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제는 인정받은 제품력에 "한국"과 "현대" 이미지를 강력하게 심어줄 때다. 내연기관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배터리 전기차 등은 일본차보다 앞서 있음을 보여줘야 하는데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아이오닉 5가 첫 신호탄을 쏘아 올렸기 때문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