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전기차 시대, 판매사도 바짝 긴장?

입력 2022년12월14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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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판매 별도 운영 욕망 강해

 벤츠가 일본에서 전기차 전용 대리점을 별도로 개설했다는 소식에 국내 판매사들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이 일본보다 오히려 전기차 돌풍이 강하게 불고 있어서다. 제조사 시각에선 기존 딜러 판매 리스트에서 전기차를 떼어내 별도 시장 공략에 나서는 방안이어서 딜러들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향후 점진적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 부문이 분리될 경우 내연기관으로는 지속성이 유지되기 어려운 탓이다. 반면 제조사는 전기차 딜러를 분리해야 오히려 전기차 선점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분리 가능성은 늘 열어두는 셈이다. 

 최근 벤츠가 문을 연 요코하마 전기차 전문 매장은 EQ 브랜드 차종만 취급한다. 이를 두고 벤츠 저팬은 전기차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면에는 내연기관과 전기차 판매를 분리하려는 욕망이 꿈틀댄다. 같은 벤츠라도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이동 수단의 이미지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소비자들의 시선과 관심은 배터리 전기차를 향해 있는데 현실은 내연기관을 많이 팔아야 하는 만큼 기존 전시장은 한계가 보이기 마련이다. 

 전기차 판매 분리는 단순한 동력 구분이 아니라 이용자의 특성이 다르다는 점도 반영된 결과다. 개인 소유 용도만 보면 "화석 연료 vs 전기"로 볼 수 있지만 전기를 동력으로 활용하는 사람일수록 누적 주행거리가 많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보다 높다. 내연기관을 선택하는 소비자에게 "벤츠"는 "최고급 자동차"에 머물지만 EQ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최고급" 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최선의 환경" 의식을 가진 만큼 전통적인 내연기관 판매 방식의 접근법은 효과가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내연기관 판매로 수익을 확보했던 기존 딜러사 시각에선 당장 소비자들이 찾는 내연기관 판매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곧 소수의 소비자인 전기차 구매자를 찾는데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벤츠가 전기차 전문 판매를 시도한 또 다른 배경은 모빌리티 사업 때문이다. 개인 소유 이외 이동 서비스에 투입되는 다인승 전기차는 단순히 판매에 머무는 게 아니라 직접 이동 사업을 전개할 때 필요한 제품이다. 이때 모빌리티 서비스를 전기차 전문 판매사가 직접 수행하는 방안도 염두에 둔다는 뜻이다. 내연기관이 오로지 판매에서 수익이 발생한다면 전기차는 판매 뿐 아니라 이동 수단의 소모 과정에서 수익을 만들어내야 판매사의 지속 가능성이 만들어진다. 이 점을 파고든 벤츠 또한 점진적으로 모빌리티 사업을 확대하는 측면에서 EQ 전문 판매사를 등장시켰고 이는 다른 자동차 제조사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사실 판매 분리에 앞서 이미 전기차 전용 브랜드는 대부분의 제조사가 독립을 시켰다. 벤츠는 "EQ", 현대차는 "아이오닉", BMW는 "i", 아우디는 "e트론", 폭스바겐은 "ID", 토요타는 "bZ" 등이다. 이와 달리 GM은 기존 내연기관 브랜드인 "뷰익"을 전기차 전용으로 전환시켰는데 이는 철저하게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구분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벤츠 저팬의 전시장 분리를 바라보는 국내 수입차 또는 국산차 판매사들은 바짝 긴장한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판매를 분리하거나 벤츠가 한국에서도 기존 딜러 외에 전기차 전문 딜러를 별도로 두는 방안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서다. 제조사 입장에선 오로지 전기차 판매에 집중하는 딜러를 영입해 전기차 판매 증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내연기관 판매사로선 씁쓸한 일이어서다. 그럼에도 제조사는 동일 브랜드에서 "내연기관" 수요가 "전기"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경쟁 브랜드의 "내연기관" 보유자가 자신들의 "전기차"로 이동하는 수요를 목표로 삼기 마련이다. 그럴수록 기존 내연기관 판매사와 분리하려는 욕망은 더욱 강해지는 법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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