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제조 vs 활용" 주도권 치열
중국의 전기차 기업 니오가 3세대 배터리 교체 방식을 공개했다. 3세대는 하루에 교체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팩이 2세대의 312대와 비교해 30% 가량 늘어난 408대인 것이 골자다.
앞서 2020년 니오가 선보였던 배터리 교체, 흔히 스왑(swap)으로 불리는 방식의 1세대는 충전소가 5기의 배터리팩을 동시에 보관하고 충전, 교체됐다. 완충에 1시간 정도가 필요했음을 감안할 때 5기의 배터리팩이 하루 종일 전기차에 교체 탑재되면 모두 120대에 전력 공급이 가능했다. 그리고 2021년 니오는 13기의 배터리팩으로 하루 최대 312대의 전기차에 전력을 제공하는 2세대 배터리팩 교체 시설을 선보였다. 보관 가능한 배터리팩 숫자가 많을수록 이용 가능한 전기차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목을 끄는 것은 최근 내놓은 3세대다. 하루에 배터리팩 교체 가능한 전기차는 408대로 늘어났는데 외신 등에 따르면 교체 시설에 배치되는 배터리팩 숫자는 22기나 된다. 2세대와 비교해 배터리팩 5기가 늘어난 만큼 하루 교체 가능한 전기차는 528대가 돼야 하지만 니오는 시장의 예상에 못 미치는 408대를 수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왜 그럴까? 이유는 배터리팩 규격의 다양화성에 기인한다. 기본적으로 배터리 교체식 전기차의 최대 강점은 소비자가 부담을 느끼는 값비싼 배터리 진입 장벽을 낮추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차종 선택도 제한되는 게 현실이다. 동일 차종, 동일 규격의 배터리팩이 공유돼야 충전은 물론 충전사업자의 배터리팩 구입, 보관 및 교체 측면에서 경제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선택 폭이 제한되는 것은 제조사도 부담이다. 선택 가능한 소비자가 줄어 배터리 교체 시설의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교체 시설에 보관, 저장하는 배터리팩 숫자를 단기간 많이 늘리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니오가 3세대 배터리팩 교체, 즉 스왑의 핵심으로 내건 항목은 배터리 규격의 추가다. 기존에는 교체 가능한 배터리팩이 한 종류에 불과했지만 3세대에선 두 가지 규격이 취급될 수 있도록 했다. 취급 가능한 배터리팩을 확대하면 이용 가능한 전기차도 다양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니오가 내놓는 제품부터 주행거리와 성능 조건 등에 따라 배터리팩의 용량과 크기가 다른 만큼 교체식 또한 확장성이 필요했던 셈이다.
그렇다면 2023년에 등장할 3세대를 뛰어넘어 2024년에 나올 4세대는 어떤 방식이 될까? 취급 가능한 배터리팩을 확대해 니오 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의 교체식 전기차도 니오의 충전시설을 활용하고 반대 상황도 가능해지는 현실이다. 이를 통해 교체식 충전 인프라가 빠르게 구축되면 새로 등장하는 전기차도 배터리팩 교체식이 많아질 수 있게 된다. 물론 플러그를 꽂아 충전해도 되지만 지나가다 배터리팩 교체 스테이션에서 언제든 에너지가 완충된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다면 그만큼 충전 편의성이 높아지는 것이어서 전기차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니오가 보유한 교체식 배터리 스테이션은 글로벌에 모두 1,000개가 넘는다. 대부분은 중국에 있지만 전기차 천국 노르웨이 전역에도 20곳이 마련돼 있고 헝가리에도 설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어 3세대 설치가 시작되면 해당 지역 내 거주하는 소비자는 전기차 선택폭도 넓어지게 된다. 이를 기회 삼아 니오는 2025년까지 노르웨이를 포함해 자신들이 진출하는 유럽 국가에 교체식 충전소를 적극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보관, 충전된 배터리 전력을 활용해 V2G에도 나서게 된다. 전기차를 운행하지 않거나 장시간 주차돼 있을 때 전기차 배터리 전력을 전력망으로 보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런 점에서 전기차의 주도권 싸움이 이제는 다방면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중이다. 단순히 배터리를 제조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배터리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전력을 담고, 저장된 전력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를 두고 자동차 제조사와 배터리기업, 그리고 충전 전문 기업도 경쟁을 펼친다. 이런 가운데 한국차도 앞으로 노르웨이에서 배터리 전기차만 판매한다고 한다. 들리는 얘기로는 노르웨이 내에서 한국 전기차도 교체식 여부를 놓고 고민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만큼 전기차도 이제는 국가별로 다양해지는 시대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