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로봇에게 속도 경쟁 맡긴 인간

입력 2023년01월09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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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초 로봇 고속 주행 선점이 목표

 때로는 추월하고 끼어들기도 하며 빨리 가다가 마음이 변해 속도를 줄여 천천히 가는 것은 인간 운전자만의 몫이다. 그런데 때로는 변덕스러운 마음도 있다. 간혹 아무 이유 없이 고속으로 달리다 속도를 줄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반면 자율주행은 인간, 정확하게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정한 알고리즘(규칙)에 따라 운행될 뿐이다. 외부에서 입력된 정보와 내장된 데이터를 조합하고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 해당 내용이 인간이 정한 규칙의 위배 여부를 판단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행동을 제어하는 과정이 실시간 반복된다. 

 2023CES 모빌리티 부문의 트렌드를 한 마디로 정의하라면 "거세진 자율주행 도전"이다. 굳이 CES가 아니라도 제조사마다, IT 기업마다 자율주행 시스템 완성을 구축하고 있어서다. 그리고 시작은 자율주행을 위한 하드웨어 부문인데 대표적인 것이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다 등의 감지 항목이다. ‘인식-판단-제어’를 수행하려면 가장 먼저 ‘인식’의 완벽성이 중요한 만큼 그간 외부 사물의 형태와 움직임을 감지하는 하드웨어의 비약적인 발전이 진행됐다. CES2030에 컨티넨탈이 등장시킨 라이다는 기존 제품보다 넓게, 그리고 멀리 인식하는데 거리로는 최장 300m까지 내다볼 수 있다. 인간보다 인식 능력이 훨씬 뛰어난 셈이다. 

 그런데 하드웨어 발전으로 인식의 걸림돌이 어느 정도 해소되자 관심은 "판단"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예측(Prediction)"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에 참가한 많은 소프트웨어 기업 또한 예측력을 높이기 위한 주행 데이터 분석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을 기치로 내건 대부분의 모빌리티 기업이 지능 고도화를 내걸며 동시에 완성된 지능의 사용 범위 확장을 강조한 점이 대표적이다. 자동차라는 영역을 떠나 이동하는 모든 것에 AI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치열하게 펼쳐졌다는 의미다. 이 관점에서 로봇은 "자동차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도 극명해졌다. 그러나 동시에 로봇 자동차의 상용화가 결코 쉽지 않다는 점도 나타내고 있어 시선을 끈다. 동력을 전환하는 전동화는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환경적 명분이 전제되지만 지능의 로봇화는 인간의 일자리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만큼 사회적 갈등이 불가피한 탓이다.  

 이런 가운데 한편에선 로봇 간의 속도 경쟁도 펼쳐져 흥미를 끈다. 인간의 운전 기술이 아닌 로봇의 지능이 서로 속도 경쟁을 펼치는 게 가능하냐는 근원적 질문에 도전하고 있어서다. 이른바 "자율주행 챌린지(Autonomous Challenge)"로 불리는 로봇 운전의 속도 경쟁은 규칙도 기존 경쟁과는 다르다. 두 대가 동시에 출발해 서로 안쪽과 바깥쪽 코스를 번갈아가며 주행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때 로봇이 낼 수 있는 최고 시속을 측정하는데 지난해 이탈리아 밀라노 공대는 시속 278㎞를 기록하며 앞서 독일 뮌헨공대의 219㎞를 가볍게 제쳤다. 한국의 카이스트도 평균 시속 222㎞를 달성해 올해 경주에선 5위에 올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인디 500마일 레이스의 인간 운전자와 비슷한 시속 300㎞에 가까워지는 상황이다. 

 경주를 위한 모든 조건은 동일하다. 모양과 규격이 같은 하드웨어 샤시에 같은 성능의 라이다 3개와 레이더 4개, 그리고 카메라 6대 및 GPS가 제공된다. 이를 기반으로 각자의 소프트웨어 능력을 결합시키면 자율주행 레이싱카의 성능이 결정된다. 예선 기록이 뒤진 차가 먼저 출발하고 좋은 기록을 가진 차가 나중에 출발해 추월하는 방식이다. 인식할 장애물은 일반 도로보다 적지만 고속에서 앞차를 감지하고 회피하려면 데이터 처리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야 하며 단 하나의 오차가 있어도 사고로 연결되는 만큼 소프트웨어의 완벽성이 전제돼야 한다. 

 외형은 레이스지만 사실 자율주행 레이싱카를 완성하려는 목적은 속도의 지능적 제어에 있다. 자동차라는 이동 수단의 중요 요소 중 하나가 "속도"라는 점에서 저속과 고속을 수시로 넘나드는 제어 능력 또한 반드시 갖춰야 하는 탓이다. 고속 제어 능력이 확보되고 장애물 인식이 완벽해지면 자율주행 상용화는 일상에 한발 다가갈 수 있어서다. "운전"이라는 고도의 인간 행위를 결코 로봇이 대체할 수 없다는 비판에 마치 항변이라도 하듯 CES2023의 자율주행 도전 자체가 무척 거셌던 셈이다. 

라스베거스=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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