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시가로 전락한 테슬라는 생태계 교란종

입력 2023년01월09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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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종 및 트림별 최대 1,165만원 값 낮춰
 -들쑥날쑥한 가격 정책에 소비자 혼란 가중

 테슬라가 새해 시작과 동시에 갑작스럽게 제품 가격을 낮췄다. 실적을 올리기 위한 자구책이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다. 널뛰는 가격에 소비자 혼란이 야기된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이번 가격 인하는 평균 12% 수준이다. 제품별로 살펴보면 모델3 기본형과 4륜구동은 600만원씩 낮춰 각각 6,434만원, 8,817만원에 책정됐다. SUV인 모델Y 롱레인지 4륜구동은 기존 9,664만원에서 1,165만원 내린 8,499만원에 판매 중이며 퍼포먼스 트림 역시 1억473만원에서 9,473만원으로 1,000만원 낮췄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일제히 가격을 내린 것. 특히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의 경우 국내보다 높은 14%에 가까운 할인율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현지 생산 효과까지 앞세워 미국보다 약 30%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파격 행보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판매대수와 연관이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한국에서 1만4,571대를 등록해 전년(1만7,828대) 대비 18.3% 감소했다. 중국 상하이 공장 생산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 줄었고 일본과 호주 역시 뚜렷한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라이벌 신차의 등장과 노후화된 제품으로 판매대수가 감소할 것을 우려해 가격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 숨어있는 셈이다.

 한시적 할인이 아닌 차 가격 자체를 크게 낮췄다는 점은 주목도를 높이는 데에 어느 정도 성공한 분위기다. 하지만 대중없이 바뀌는 가격을 두고 구매를 고려 중인 소비자는 적지 않은 혼동을 겪고 있다. 명확한 이유도 없이 수 백만원, 많게는 1,000만원이 움직이는 차 가격을 놓고 "시가"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실제로 테슬라는 한국 시장에서 지난해 다섯 번이나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갈수록 비싸지는 원자재 가격과 한정적인 공급 등을 이유로 매번 수 백만원 이상 값을 올렸다. 당시 계약 대기 중이던 소비자들은 허탈해했고 부담이 된 나머지 취소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만들었는데 올해는 반대로 가격을 낮춰 혼란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기존 테슬라 오너는 더욱 불만이다. 분기별로 차 가격이 달라 몇 달 차이로 비싸게 구입한 상황이 속출하고 있는 것. 분노가 극에 달한 중국은 직접 매장과 공장으로 찾아가 보상 시위도 벌이고 있다. 이 외에 들쑥날쑥한 가격은 중고차 시장에도 영향을 끼친다. 연식별로 기준선을 잡아놓은 중고차 감가 방어선이 의미가 없어져 월 단위로 차 값이 천차만별이 될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테슬라 판매 전략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무분별하게 차 값을 높일 때만 해도 테슬라는 "비싼차=프리미엄" 인식을 앞세운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한때 공급이 부족하고 가격도 크게 오르니 중고차라도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고 웃돈이 붙는 현상이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인지도를 쌓아온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합리적인 가격과 신기술을 갖추고 맞붙게 된 상황에서 소비자는 더 이상 테슬라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상황이 역전되니 이번에는 되려 경차 한 대 수준의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선택했고 이 모든 건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벌어졌다. 계절과 기후를 따라가는 농수산물 수준의 가격 정책에 혼란은 고스란히 오너와 예비 구매자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테슬라의 다양한 시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것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던 자동차 시장의 생태계 교란종은 분명하다. 테슬라의 극과극 행보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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