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현은 가능하나 완벽한 실현은 "아직"
자율주행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16년 테슬라가 소개한 자율주행 홍보 영상이 연출됐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온 탓이다. 이 회사 아쇼크 엘루스와미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 담당 임원은 최근 법정에서 2016년 영상은 연출됐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대체 그 해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2016년 10월 테슬라는 모델 X의 오토파일럿 기능을 소개하며 운전자는 법규 때문에 앉아 있을 뿐 이동은 차가 스스로 알아서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에 앞서 같은 해 4월 테슬라는 모델 3를 선보였고 사전 계약대수가 27만대를 기록, 전기차 초창기 시장의 개척자로서 주목받을 때였다. 그러면서 테슬라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노르웨이를 방문해 "운전자가 오토파일럿을 사용하면 교통사고 확률은 절반 가까이 낮아진다"고 강조했고 "2,500~3,000달러를 추가하면 해당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토파일럿 출시 1개월 후 전방의 트럭 색상을 인식하지 못해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탑승자는 사망했다. 그러자 테슬라는 카메라에 의존했던 장애물 인식 방법을 레이더에도 맡기는 방법으로 전환했고 안전성을 3배로 향상시켰다는 점을 내세웠다. 동시에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는 경고도 1시간 이내에 3차례 무시하면 저절도 기능이 해제되도록 했다. 시스템을 다시 작동하려면 차를 멈춘 후 오토스티어링 시스템을 다시 가동하도록 했다.
문제의 영상은 소프트웨어 개선이 이루어진 2016년 10월에 등장했다. 모델 X에 적용된 오토파일럿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 향상을 위해 ‘자율주행’ 가능을 강조하려는 목적에서 제작됐다. 해당 영상은 모델 X가 도로와 주변 상황을 인식해 스스로 운행하며 신호등도 인지해 멈추고 출발하는 등 당시로선 획기적인 자율주행을 보여주며 다시 한번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를 두고 일론 머스크는 ”그 동안 축적한 방대한 양의 주행 데이터가 오토파일럿의 안전성을 통계적으로 보여준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7년이 흐른 지금, 당시 영상은 조작됐다는 점이 확인됐다. 스스로 주행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입력된 3차원 지도를 따라 주행했고 운전자도 수시로 개입했다는 점이 사실로 드러났다. 오히려 영상 제작 과정에서 자율주행 모드로 놓았더니 테슬라 사옥 주차장 펜스를 충돌했던 비밀도 공개됐다. 신호등 또한 당시에는 인식할 수 없었던 만큼 운전자가 직접 출발과 제동에 관여했음이 드러났다.
물론 테슬라는 당시 영상은 홍보용이며 향후 완벽한 자율주행이 실현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일 뿐 운전자에게 "운전의 필요성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님을 적극 표명했다. 그럼에도 소비자가 알 수 있는 어떤 표기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다.
사실 테슬라에게 "자율주행"은 선점의 또 다른 수단이다. 그간 전기차로 이끌었던 시장에 기존 내연기관 제조사들이 속속 뛰어들자 "고도의 지능"을 앞세워 이들과의 격차를 벌리려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영상 논란은 테슬라 또한 자율주행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역으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경쟁력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사람도 많다. 게다가 지난해 8월에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안전성 강화를 촉구하는 미국 민간단체 "더 돈 프로젝트(The Dawn Project)"가 테슬라 모델 3의 FSD(Full Self Driving)가 어린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영상을 공개하며 저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테슬라의 자율주행에 대한 도전은 끊이지 않는다. 이동 수단의 제조 및 판매에서 많은 수익을 남기는 것은 궁극적으로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있다고 여기고 있어서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벌어질 논란은 결국 그들의 문제다. 극복하거나 극복하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일 뿐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jypark121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