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싱가폴에서 DHL 배송차에 장착
지난 2016년 브릿지스톤 타이어가 내놓은 <차세대 타이어 기술 혁신의 게임 체인저> 보고서에 실린 내용은 꽤 흥미롭다. 지구 상 모든 운전자의 60%는 4년 내 최소 1회 가량 타이어 펑크를 경험하고, 이 가운데 23%는 야간에 문제가 발생하며 해결될 때까지 평균 3시간 가량을 소모한다. 이 말은 모든 운전자에게 펑크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 인자라는 뜻이다. 운전자에게 타이어공기압 이상 유무를 알려주는 "타이어공기압감지장치(TPMS)"가 의무화된 배경도 위험 예방 차원이다. 그러나 TPMS 또한 공기압 이상 유무를 알려줄 뿐 펑크 자체를 원천 방지하는 기능은 아니다.
질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됐다. "타이어 펑크"를 아예 없앨 수는 없을까?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볍은 매우 간단했다. "공기(air)"를 사용하지 않으면 그만이고 상상은 현실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공기로 자동차를 지탱하지 않으면 펑크 자체가 없으니 위험 인자도 배제될 것으로 여겼던 셈이다. 그리고 2015년 미쉐린은 공기를 넣지 않는 "비공기식 타이어(Non-Pneumatic Tire)"를 잔디깎기에 처음 적용했다. 공기식 타이어에서 승차감 역할을 하는 사이드월의 역할은 스포크에 맡겼고 타이어 표면은 교체식 고무를 사용했다.
이후 공기 없는 "에어리스(Airless)" 타이어 역할은 조금씩 증대됐다. 하지만 고속 회전이 필요한 자동차 부문에선 극복할 과제가 많았다. 회전 저항 등의 품질 향상이 필요했고 특히 진동과 소음의 절감이 절실했다. 하지만 가장 큰 저항은 바로 인간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타이어 내의 공기(air)가 사라지면 공기압을 감지하는 TPMS는 더이상 쓸모가 없다. 그리고 정비센터와 보험사의 타이어 긴급출동 또한 사라지기 마련이다. 이는 곧 해당 부문의 일자리 감소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저항의 강도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진동과 소음, 회전 저항 등 제품의 기술 수준이 향상되면서 에어리스 타이어의 적용 범위는 결국 자동차에 도달했다. 미쉐린이 DHL과 손잡고 비공기식 타이어 "업티스(UPTIS)"를 50대에 장착하기로 했는데 당초 상용화 계획보다 1년이나 빠른 시점이다. 그간 비공기식 타이어는 장기간 보관이 필요한 카라반, 바쁜 시기에 일시적으로 사용하고 농한기 때 멈춰 서는 농기계 등에 활용됐지만 미쉐린을 시작으로 자동차 부문에 뛰어드는 타이어기업은 앞으로 많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물류 기업인 DHL이 확보하게 될 경제적 이점이다. 일단 업티스가 장착된 배송차 50대는 펑크를 걱정할 이유가 없다. 동시에 타이어 마모에 따른 교체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교체는 타이어 표면만 바꾸면 그만이다. 물류 기업에 있어 배송 수단의 소모품 비용 또한 원가라는 점은 DHL이 단순히 친환경 차원에서 업티스를 채택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수익적 관점으로 에어리스 타이어를 적용한 셈이다. 친환경과 비용 절감 앞에선 그 어떤 저항도 소용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흥미로운 점은 비공기식 타이어가 궁극적으로 겨냥한 곳이 바로 전기차라는 사실이다. 배터리 전기차의 경우 차가 무거워 타이어 소모가 내연기관차 대비 많다. 이는 공기 중에 배출하는 비산 먼지도 많다는 의미여서 소모량을 줄이는 게 급선무다.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미쉐린이 에어리스 타이어에 적극 뛰어든 것도 친환경 전기차 시장 내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비공기식은 고무를 접착시키는 방식이어서 타이어 전면 교체에 따른 비용 감소는 물론 폐타이어의 환경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서다.
이번 미쉐린과 DHL의 에어리스 타이어 적용은 점차 타이어 소모가 많은 다른 물류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여기서 이뤄낸 원가 절감이 곧 기업의 물류 경쟁력으로 연결될 수 있어서다. 사람의 이동과 달리 물건의 이동은 여전히 감춰진 과정이어서 오로지 가격에 모든 관심이 몰려 있으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