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 택시 운전자 80%, 60세 이상
지난해 말 택시 심야 할증료가 올랐다. 덕분에 택시 대란은 피했다. 인상된 할증료가 택시의 심야 운행을 촉진시켰고 개인택시 부제도 해제돼 피크 시간 공급이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할증료 인상과 사회적 참사에 따른 수요 감소도 꼽힌다. 손님을 태우려는 택시는 늘어난 반면 이용자는 예상보다 적었으니 대란 자체가 애당초 벌어지지 않았던 셈이다. 실제 서울개인택시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부제 폐지 이후 심야 시간 운행대수는 이전 분기 대비 5.7%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 들어 서울 기준 택시 기본 요금이 1,000원 인상됐고 시간 및 거리 요금도 소폭 올랐다. 따라서 심야 할증 시간에 택시를 이용하면 과거와 달리 적지 않은 요금이 부과된다. 그리고 인상된 요금 체계는 장기적으로 택시 업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택시의 경우 요금이 오르면 이용자는 일시적으로 감소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부제를 해제한 만큼 손님을 태우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기 마련이다. 이를 두고 택시 업계도 긍정과 부정으로 엇갈린다. 긍정은 요금이 오른 만큼 수익도 확대된다는 점을 꼽는 반면 부정적 시각은 요금이 올라도 공급자가 늘었으니 결과적으로 수입은 제자리에 머물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연말 반짝 늘어난 수익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 유지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물론 택시 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LPG 연료 가격은 올랐지만 요금이 제자리여서 많은 사람이 "운전"이라는 직업은 유지하되 네 바퀴의 자동차보다 두 바퀴의 바이크 운전을 선택했다. 최근 조금씩 택시 운전으로 돌아오는 사람도 있지만 이제는 손님을 태우려는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다시 직업으로 삼으려는 욕망은 예전 같지 않다.
그럼에도 대란 자체가 사라졌으니 택시 문제는 해결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면 아래로 잠시 가라 앉았을 뿐 시간이 흐르면 다시 동일한 문제가 불거지기 마련이다. 택시 운전을 직업으로 삼아야 할 명분이 전혀 없어서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일이 쉬운 것도 아니다. 그래서 법인 택시 운전자는 계속 감소하는 게 수순이다. 그 사이 개인택시 숫자는 유지되지만 이들의 가장 큰 걸림돌은 고령화다. 5년 후 서울 택시의 80%는 60세 이상으로 분류된다. 지금도 서울 기준 75세 이상 고령 택시 운전자 비중은 6.5%에 달한다. 대란 해소를 위해 운행 제한은 풀었지만 운전자 연령은 낮추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택시의 남은 과제는 고령화 해소다. 이 과정에서 떠오르는 방안은 택시 면허를 줄이는 것이지만 이는 보상 비용과 직결돼 해결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하면 탑승자의 안전도 위험해질 수 있다. 신체 노화에 따라 고령 택시 기사의 사고율 증가를 막을 수 없어서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2020년 내놓은 "고령 택시 운수종사가 운전자격 관리현황"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고령 택시운전자 비율은 2015년 19.5%에서 2020년에는 35.3%로 증가했고, 교통사고 또한 주행거리 100만㎞당 1.03건으로 다른 연령대의 0.72건에 비해 많다는 점이 확인됐다.
지난해 택시 요금 인상 공청회에서 이구동성으로 나온 말이 "택시"의 교통 영역 내 역할이다. 택시는 법적으로 대중교통이 아닌 고급 교통 수단인 만큼 요금도 그에 따라 적절하게 인상돼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었고 그 결과 인상됐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인상된 요금을 지불할테니 서비스를 개선하라고 요구한다. 이때 서비스 개선은 매우 포괄적이다. 과거처럼 친절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승객 안전과 직결되는 운전자 연령도 낮추어야 한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그러자 자치단체들이 1차적으로 불친절 택시에 금전적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요즘 택시 불만 사항은 대부분의 이용자가 사용하는 플랫폼과 연계돼 발생한다. 이용자와 공급자가 정작 만났을 때 벌어지는 갈등이 문제로 떠오르지만 플랫폼은 뒤로 숨기에 급급하다. 오로지 앱만 제공했다며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대신 연결이 성공했을 때 지급되는 수수료에만 관심을 둔다.
당장 개인택시 부제 해제로 이용자들의 불편은 많이 줄었다. 하지만 노화는 해마다 진행되며 위험성을 감안해 운전 자격 검증도 한다. 운전자 또한 노화를 피할 수 없어서다. 결국 새로운 사람이 유입돼야 하는데 "운전"은 기술이 아니라 "기능"이어서 젊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운전 자체를 아르바이트로 여길 뿐 직업으로 삼으려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제는 미래적 대안을 찾아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이다. 몇 년 후 나타날 동일한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