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클" 앱에 전국 택시 호출 기능 넣기로
현대자동차가 국내 모빌리티 시장 장악을 위한 플랫폼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모)가 지배한 플랫폼 기반 연결 사업에 착수하려면 택시 호출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택시 업계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반면 택시 업계는 카모의 호출 지배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만큼 택시 업계 이익을 위해 두 기업을 저울질하겠다는 의도다.
현대차그룹이 현재 이용자를 늘리려 하는 플랫폼은 수요 응답형 플랫폼인 "셔클(shucle)"이다. 셔클은 일정 지역 내에서 이동이 필요한 사람이 호출하면 택시와 버스의 중간 역할인 다인승 승합차가 이동시켜주는 서비스다. 그간 일부 지역 내 대중교통 사각지대를 중심으로 운영해 왔지만 이제는 셔클을 통합 이동 서비스 플랫폼, 즉 마스(MaaS) 역할로 본격 키우겠다는 야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기본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와 현대차그룹의 셔클은 개념이 같은 플랫폼이다. 이동이 필요할 때 이동 수단을 호출하면 운송 사업자가 돈을 받고 서비스를 해준다. 이때 지불되는 금액에서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게 플랫폼 사업의 수익 모델이다. 카모는 그간 택시를 중심으로 대리, 바이크, 렌터카, 퀵/택배, 셔틀 등으로 영역을 꾸준히 확장해 왔다. 나아가 주차장도 연결하는 등 이동 수단이 움직이고 머무는 모든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수수료 영역을 집중적으로 발굴해왔다.
하지만 현대차그룹도 플랫폼 사업에 관심을 표명한 지는 오래됐다. 정의선 회장이 꾸준히 강조했던 "스마트 모빌리티" 전환 가운데 하나가 바로 "플랫폼"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동 수단을 직접 제조하는 기업으로서 자신들이 판매하는 자동차를 연결해 플랫폼 "락인(Rock-in)"을 걸겠다는 의지인데 모빌리티 업계에선 당연한 수순으로 인식된다. 제조사의 플랫폼 사업 진출은 카모처럼 IT 수수료에 의지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어서다. 실제 택시 업계와 MOU를 체결하면서 현대차 MCS LAB 김수영 상무는 "셔클 앱을 기반으로 택시 호출을 넣어 모든 이동을 연결하는 통합 마스(MaaS)를 완성시키겠다"고 설명했다. 물론 택시 업계도 현대차의 호출 서비스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렇다면 남는 과제는 현대차그룹이 셔클 이용자를 어떻게 모을 지에 쏠려 있다. 사실 택시를 호출하는 이용자는 카카오T와 셔클을 이용할 때 빠르게 매칭만 잘 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 시장에서 카카오T는 그간 절대 강자로 군림해왔다. SKT의 티맵과 우버가 손잡고 출범시킨 "우티(UT)", 티머니가 운용 중인 "온다 택시", 그리고 지역별로 사용되는 다양한 호출앱이 카카오T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대부분 기대 만큼 흥행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 메신저에 기대 이용자를 재빨리 모았던 카카오모빌리티와 달리 현대차그룹은 이용자를 유인할 뾰족한 방법도 마땅치 않다.
그래서 주목하는 것이 현대차와 기아 차종의 보유자다. 기본적으로 국내에서 자신들이 판매한 자동차 보유자를 셔클 이용자로 최대한 모으고 자동차를 운송용으로 구입한 사업자를 이용자와 연결하는데 집중하려는 모양새다. 나아가 필요하면 운송 사업자를 가맹으로 엮어 다른 호출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도 열어둘 수 있다. 이 경우 카카오T 택시의 연결 능력이 저하될 수 있어 셔클로 사용 앱을 바꿀 수 있다고 여기는 셈이다. 게다가 카카오T가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수수료를 셔클이 없애거나 요율을 낮추면 운송 사업자가 셔클 호출만 받으려 할 수 있고 이때는 자연스럽게 이용자 증가로 연결될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대리운전도 마찬가지다. 현대차와 기아 차종 보유자가 대리를 이용할 때 할인을 해줄 수 있고 반대로 대리기사 또한 현대차그룹 차종 보유자라면 수수료를 낮춰줄 수도 있다. 국내에 등록된 자동차의 70% 이상이 현대차와 기아 차종임을 감안할 때 이미 제품 판매로 수익을 얻은 만큼 이동 수단 기반의 플랫폼 사업 내 연결 수수료는 얼마든지 없애거나 낮출 여력이 있다고 보는 셈이다.
그러자 가장 긴장하는 곳은 카카오모빌리티다. 셔클의 행보에 따라 택시 및 대리 이용자가 카카오T에서 셔클 앱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있어서다. 그간 카카오T에 도전한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은 제조물을 판매하지 않는 IT 기반이어서 손쉽게 물리칠(?) 수 있었지만 제조사가 플랫폼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근본적인 경쟁 방식 자체가 다르다. 소비자가 현대차그룹의 새 차를 살 때 셔클 이용자 또는 서비스 제공자에게 할인을 제공할 수도 있고 누적 이용 포인트는 개인이 보유한 자가용을 정비할 때 사용하거나 자동차 구매 때 혜택을 줄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카카오모빌리티도 최근 신차 판매에 적극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온라인 기반의 판매 채널을 구축하고 독점적인 유통이 가능한 차종을 글로벌에서 찾는 중이다. 특히 당장 택시로 사용 가능한 전기 승용차를 도입, 택시 사업자에게 판매하는 방안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이동 수단의 경우 결국 오프라인 서비스 네트워크가 필요하고 때로는 판매자가 서비스를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온라인에 집중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행보와 달라 고민이 많다.
흔히 이동 사업에서 플랫폼의 역할에 대해선 두 가지 시각이 상반된다. 이용자를 많이 가지는 것과 공급자를 많이 확보하는 것의 우선 순위다. 그간 카카오T는 이용자를 많이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급자가 모여드는 방식을 추구해 왔다. 반대로 셔클은 공급자를 먼저 확보하되 이들이 카카오T 호출을 거절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드는데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활용 가능한 것은 이동 수단의 판매 및 서비스 과정에서 찾으려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운송 사업자가 저렴하게 이동 수단을 구입하는 것과 서비스 혜택을 받는 것은 승객을 태우는 것과 동일한 이익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운송 사업자 시각에선 현대차의 플랫폼 진출이 오히려 반가울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구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