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액 설정에 망설이는 이유는? "세금"
기업이나 개인사업자 등이 자동차를 구입해 이용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사업자가 자동차를 직접 구매하고 업무를 볼 때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때 자동차 등록증에 기재된 업무용차 소유자는 사업자다. 따라서 지불하는 가격과 기름 값, 보험료, 정비료 등은 사업에 필요한 비용으로 처리되고 그만큼 소득에서 차감된다. 두 번째는 직접 사지 않고 매월 일정 금액을 내고 차를 빌려서 이용하는 렌탈이다. 그리고 비슷한 개념으로 리스를 선택해도 된다.
그런데 어떤 형태로 활용하든 문제의 핵심은 해당 자동차의 이용 목적이 수시로 혼동된다는 사실이다. 비록 개인적인 모임이라도 가는 목적 자체가 사업을 위한 것이라면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다.
예를 들어 변호사가 리스 형태로 차를 운행하는데 고교 동창 모임 약속에 가는 경우라면 개인용일까 아니면 사업용일까? 목적은 오랜 만에 지인들과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는 것인데 얘기하다 보면 법률 상담도 하고 때로는 법무 업무도 맡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는 자신의 사업을 위해 사용된 것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사적 모임에 참여한 것 자체가 지극히 개인 목적에서 시작된 만큼 이때 사용한 비용은 사업비로 인정하지 않아야 할까?
이런 사례는 우리 주변에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휴가를 받아 사적으로 리조트를 방문할 때 대통령 전용차를 이용하는 경우는 업무용일까 아니면 개인용일까? 비슷한 사례로 일반 공무원이 휴가를 내고 같은 리조트를 방문할 때 해당 기관에 있는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은 개인용일까 업무용일까? 전자는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업무용으로 생각하는 반면 후자는 개인용으로 구분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리조트 방문 목적 자체만 보면 둘 모두 개인용이다.
이런 이유로 그간 법인이 보유한 자동차의 활용 측면에서 개인용과 사업용은 굳이 나누지 않고 모두 사업용으로 인정해왔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을 파고 들어 법인 소유의 업무용차를 엉뚱한 사람이 이용하는 일도 비일비재해 왔다. 그리고 이 문제는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제기됐고 그때마다 제도가 변경됐다.
문제 해결책으로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사업 비용의 제한이다. 일괄적으로 연간 사업 비용을 정하고 그 이상은 인정하지 않는 방안이다. 그런데 2015년 이를 두고 국회에서 벌어진 토론은 자동차 업계 간의 이견으로 결국 무산됐다. 상대적으로 비싼 값의 수입차와 저가의 국산차 업계가 내세운 한도 금액이 달랐던 탓이다. 이후 시간이 흘러 국산차 가격이 높아지자 한도 금액 설정은 아예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이후 도입된 것이 임직원 전용 보험이다. 업무용으로 이용하는 만큼 임직원만 이용 가능하도록 보험의 보상 범위를 제한했다. 물론 가입을 의무화했지만 여기서도 허점이 발견됐다. 업무용 보험을 가입하면 필요 경비를 대부분 인정하지만 일반 종합보험에 가입해도 50%는 인정했다. 그러자 어차피 업무용을 가장한(?) 비업무용인데 50%만 인정받아도 이익이라는 생각에 고급차의 법인 운용은 줄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에 등장한 제도가 번호판 색상 바꾸기다. 법인 소유 차종은 아예 번호판 색상을 바꿔 누가 봐도 법인 소유인지 알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개인용인지 업무용인지 파악이 어렵다면 번호판으로 ‘업무용’을 구분해 일종의 사회적 시선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를 두고 선량하게 업무용 차를 이용해 왔던 사업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이른바 얌체족을 잡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열심히 일한 사업자들을 위축시킬 수 있어서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되는 방안이 업무용차의 친환경차 도입이다. 내연기관 업무용 차는 전용 보험만 허용하되 BEV와 PHEV는 전용 보험이 아니라도 사업비용을 100% 인정하자는 목소리다. 이 경우 오히려 친환경차 구매가 늘어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어차피 개인용과 업무용이 구분이 어렵고 연두색 번호판을 도입한다면 친환경으로 구입 명분이라도 쌓게 하자는 방안이다.
이 경우 고가 내연기관 스포츠카를 개인용으로 사용하려면 임직원 전용 보험에 가입하거나 아니면 사업비용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에 한해 사업비용을 인정하면 고가차도 친환경으로 바꾸려 하는 움직임이 명확해질테니 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