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전기차를 사는 건가 배터리를 사는 건가

입력 2023년04월23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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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전기차 브랜드보다 배터리에 관심
 -유럽 소비자, 배터리 원산지 및 소재는 관심 없어

 "K-배터리", "이차전지" 등은 이미 익숙한 용어다.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등도 많이 듣는다. 원통형, 파우치형, 각형 등의 형태적 분류는 기본이고 리튬인산철(LFP), NCM(니켈코발트망간) 등의 이원계와 삼원계 배터리 용어도 이제는 어렵지 않다. 심지어 바나디윰, 나트륨 등의 새로운 소재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K-배터리"에 국민적 시선이 몰린 덕분이다.  

 그런데 관심의 근원을 따라가 보면 역시 "돈"이다. 주식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자 경제 관련 프로그램마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 등을 집중 부각시켰고 국민들의 배터리 및 전기차 지식도 일취월장했다. 동시에 "K(korea)-배터리"와 "C(china)-배터리"의 원산지에도 눈을 돌렸다. 그러자 어떤 전기차에, 누가 어디서 만든 배터리를 탑재했는지 질문이 쏟아진다. 그럴 때마다 완성차기업은 혼동스럽다. 제조사가 만든 전기차가 아니라 그 안에 자리한 배터리 구성 소재와 제조사로 해당 전기차의 프리미엄 여부를 판단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기 때문이다. 오로지 배터리 관련 기업의 단기간 주가만 쳐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해 5월 기아가 내놓은 니로 플러스는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CATL이 제조한 삼원계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이유로 제품력이 낮아진 것 아니냐는 여론이 들끓었다. "중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니로 플러스는 제품력이 부족한 것으로 오해받았다. 하지만 기아는 배터리 기업의 공급 여력, 주행거리, 성능, 품질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CATL 제품을 선택했다. 오히려 가격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공급처를 골랐다는 의미다.

 사실 전기차 구매 예정자들이 가진 최고의 관심사는 가격과 주행거리다. 가격은 낮아야 하며 1회 충전 거리는 길어야 한다. 동시에 생산 제품의 주력 소비층도 고려한다. 그런 다음 여러 가지 배터리 옵션을 놓고 저울질한다. 생산할 전기차가 소형이면 주력 소비층이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원가 절감에 적극 나선다. 예를 들어 주행거리 300㎞에 필요 전력량이 50㎾h인 소형 전기차를 개발한다면 첫 번째 고려할 배터리 조건은 "가격"이다. 이 경우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유리하다. 하지만 50㎾h를 담으려면 배터리가 커져 무게도 증가한다. 그 결과 "㎾h당 ㎞"로 표시되는 단위효율은 낮아진다. 이때 완성차기업은 자체 기술력을 총동원해 배터리 이외 다른 부품에서 무게를 절감, 1회 주행거리 300㎞를 맞추려 한다. 

 그런데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대부분 중국에서 공급된다. 여기서 완성차기업은 고민에 빠진다.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중국에서 온다는 점에서 국내 소비자들은 전기차 브랜드에 높은 평가를 내리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국내에서 만들어진 NCM 배터리에 50㎾h를 담는다. 무게도 가볍고 단위효율도 높다. 하지만 가격은 리튬인산철 배터리보다 비싸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개발될 국산 리튬인산철 배터리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지만 1회 충전 주행거리 차이가 없을 때 배터리 소재 차이를 전기차의 브랜드 서열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같은 국산일 때도 NCM을 사용하면 프리미엄 브랜드, 그렇지 않으면 퍼블릭으로 분류하려는 속성 말이다.  

 실제 국내에 전기차를 런칭하는 많은 수입차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전기차를 바라보는 한국 소비자 관점은 전기차를 만든 완성차기업의 브랜드와 제품력보다 그 안에 탑재된 배터리 소재와 원산지, 그리고 배터리 제조사 브랜드를 우선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신차를 런칭할 때마다 "어느 기업의, 어떤 배터리가 탑재됐느냐?"라는 질문은 이미 단골 소재다. 완성차기업에게 배터리는 내장된 부품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지만 한국에선 유독 배터리 브랜드가 완성차 브랜드를 능가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반면 유럽은 조금 다르다. 유럽 소비자는 배터리 제조사 및 소재보다 전기차를 만든 완성차기업, 그리고 1회 충전 후 주행거리, 충전 속도, 충전 방식 등에 관심을 둔다. 따라서 자동차기업도 이용자 충전 편의성 확보에 무게중심을 두고 인프라를 확충하는 중이다. 

 각 나라마다 소비자가 관심을 어디에 두느냐는 중요하다. 인프라가 부족하면 주행거리에 시선을 두지만 충전망이 촘촘하면 충전 속도에 관심을 기울인다. 속도가 개선되면 이때부터는 충전 방식의 다양화를 주문한다. 전기차 안에 들어가는 배터리 소재와 제조사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전기차의 사용성 개선 측면에서 볼 때 배터리 소재와 원산지는 소비자에게 큰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jypark12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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